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국회 테이블에 오른 상법개정안을 놓고 정부와 경제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기업이냐', '지나간 공약이냐' 둘 중 하나를 고를 수밖에 없게 된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언론을 통해 "상법개정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막상 내용을 보면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 강화'란 입법 취지와는 거리가 먼 것들로만 채워져 재계의 동의를 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금까지 법사위에 제출된 상법개정안은 법무부안,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안 두 건이다. 이들 법안엔 집중투표제 및 감사위원 분리선출 의무화와 다중대표소송 도입 등 '김종인표 경제민주화' 방안이 고스란히 나눠져 담겼다.

16일 한국기업법연구소와 윤창현 통합당 의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상업개정안 무엇인 문제인가' 토론회에서는 기업 현실을 외면한 반헌법적 입법시도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특히 법안 내용이 경제민주화 정신과도 동떨어진 것이어서 정치권 안팎에선 김 위원장의 결자해지가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먼저 이혜원 법무부 상사법무과장의 법안 소개에 이어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표자로 나섰다. 권 교수는 "미국 등 외국에서도 예외적으로만 적용돼온 제도를 부동의 원칙으로 삼은 현실과도 동떨어진 부적절한 개정안"이라는 총평을 내렸다.

'김종인표 경제민주화' 핵심 내용인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의무화에 대해서는 '주주평등 원칙 위반', '대주주의 경영권프리미엄'을 무시하는 입법으로 규정했다. 권 교수는 "이사(감사) 선임권은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한 대주주의 대표적인 재산권"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사 선임시 시차를 두는 차등임기제(staggered)를 폐지하는 것은 "경영의 계속성, 적대적 M&A 방어를 위한 장치 없애자는 얘기"라며 "기업이 외부위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사 임기 1년 제한 규정으로 "단기적·근시안적 의사결정이 남발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의무화, 최대 의결권 3% 제한룰'에 대해서도 비판이 가해졌다. 감사위원 1명 이상을 이사 선출 단계에서 분리해 주주들이 별도로 선출하도록 강제하고, 여기에 3% 제한룰까지 적용하면 외국계 펀드의 '늑대떼 전술'에 경영권이 무방비 노출되는 문제점이 드러났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진행을 맡은 종합토론에선 지금까지 상황을 '자유방임'으로 간주하고, 상법개정은 동반성장을 뒷받침 하기 위한 입법이라고 주장해온 김 위원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논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기업법연구소와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이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상업개정안 무엇인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상헌 기자]
한국기업법연구소와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이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에서 개최한 '상업개정안 무엇인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상헌 기자]

신현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본질에 대한 이해도가 없는 상법개정안"으로 규정하면서 "대기업이 어려워지면 수많은 중소협력사가 어려워지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을 최전방의 군대로 봐야지 민주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지배구조가 민주적이지 못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진행 중이라는 주장에 대한 오류도 지적됐다. 김 위원장은 자신의 저서 '결국 다시 경제민주화다'에서 "한국증시가 저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라고 썼다.

신 교수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집중투표제가 기업의 성과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사외이사 재직기간이 길수록 성과가 높아져, 주주와 오너간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지난해 S&P 다우존스는 지속가능경영지수에서 국내 기업들은 환경(E)과 사회적책임(S) 부문에서는 발전을 보였지만 지배구조(G) 부문에서 경쟁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S&P 측은 "오너 또는 이사회의 독립된 리더십 저하 때문이지, 재벌 등 기업형태가 감점요인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계에선 동반성장을 더욱 어렵게하는 개악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 10곳 중 4곳이 대기업과 협력 관계에 있다"며 "오너 경영권이 약화되고 장기투자보다 단기성과에 치중한다면 결국 협력업체에도 부정적 영향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3월 26일 경제민주화를 "이미 지나간 공약"이라고 언급한 이래 상법개정에 대해선 시종일관 침묵을 이어오고 있다. 동시에 당내 경제혁신특별위원회를 설치해 기본소득 구상을 진행하며 경제민주화는 기업을 옥죄는 것이 아니라고 설득하고 있지만, 별 다른 후속 콘텐츠는 발표되지 않고 있다. 

또 이런 와중에 싱크탱크 역할을 기대한 여의도연구원마저 유승민계 지상욱 전 의원이 맡으면서 정책적으로 정리된 메시지를 내놓기 어렵게 됐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지상욱 원장이 여연 연구원들에게 대뜸 김 위원장 관훈토론 리뷰(소감문) 쓰기를 주문하면서 내부적으로 분위기가 매우 뒤숭숭하다"며 "상법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정구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장은 "기업 현장에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라며 "기업할 열정을 꺽어버리는 내용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윤창현 의원은 "현 시점 상법개정안은 그 자체가 경제리스크"라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관점에서 한국형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