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현식PD]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현식PD]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정치권의 기업 때리기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정부 인사가 앞장서 '오너 경영권 옥죄기'라고 불러달라고 요청할 판이다.

2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업지배구조 개선 토론회'에서는 지난 국회 법제사법위원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폐기된 상법개정안이 또 다시 테이블에 올랐다.  

정무위원회 유력한 여당 간사 후보로 꼽히는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제1호 법안으로 상법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그간 대기업 중심으로 논의된 기업지배구조 문제가 금융권으로 확전될 양상이다.

상법 개정안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 다중대표소송제, 전자투표 의무제 도입 등을 골자로, 이날 토론자들이 속내를 밝혔듯 오너경영을 차단하려는 소지가 다분하다. 법안 도입 시 1개 기업이 아닌 전체 기업이 영향을 받기 때문에 파장이 만만찮을 전망이다.
  
박 의원은 행사에 앞서 "김종인 미래통합당 위원장이 전화를 참석해도 되냐고 물었다"며 "김 위원장이 민주당대표 시절 대표발의했던 내용인만큼 적극 참여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서 김 위원장은 20여 차례 언급됐다.

발제는 민변 출신 김남근 변호사가 맡았다. 김 변호사는 상법 408조가 대표이사집행임원과 이사회의장을 구분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견제와 균형보다는 CEO의 경영적 지휘에 기업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지배구조를 선호한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과 패널들은 상법개정안이 '기업 투명성 강화'와 '상호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입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반기업적 개정안'이라는 재계의 비판을 의식하는 모습이었다.

명한석 법무부과장은 "상법개정이 과연 '기업옥죄기'인지 심각한 회의를 가지고 있다"며 "이념적인 반대를 위한 반대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기업이 아닌 '오너 옥죄기'로 봐 달라"고 요청했다.

김 변호사는 "기업 이사회가 총수 일가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면서 감사위원을 '일괄선출'하는 방식에서 '분리선출'로 바꿔야"고 강조했다. 아울러 "소수주주 대표를 이사회에 보내기 위한 집중 투표제도 의무화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2016년 김종인 위원장이 민주당 대표 시절 발의한 법안과 달라진 내용은 없었다. 당시 개정안은 "포이즌필 등 방어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외국투기 자본의 적대적 M&A에 무방비하다"는 비판과 함께 사실상 폐기됐다. 

종합토론에는 민병덕 민주당 의원, 이상훈 변호사, 장덕조 서강대 교수, 황현영 국회입법조사관 등이 참가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차원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이후 지난해 S&P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 평가에서 지배구조(Governance) 부문 경쟁력이 갑작스레 떨어진 점도 오너 경영의 문제로 돌렸다. 

국회 내부의 이같은 분위기와 함께 4·15 총선 결과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이 법안통과 의지를 보이면서 재계의 우려도 커질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분석 결과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가 시행될 경우 우리금융을 제외한 외국계 지분율이 60%가 넘는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그룹의 이사진 과반수가 외국계에 넘어갈 수 있다. 

또 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역행하는 방향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업이 사내유보를 통해 버텨야할 비상 시기 주주이익 극대화라는 이름으로 배당을 적게 주는 기업을 '나쁜 기업'으로 낙인 찍을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얘기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기업은 필요하면 언제든 금융시장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고 합리화했지만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사내유보금이 기업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주주가치론자의 주장이 얼마나 허황되고 편협된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영상=최현식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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