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를 지원할 목적으로, 2020년 1분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 12월 결산법인 353사의 의안분석 보고서를 기관투자자에게 제공했다고 9일 밝혔다.

분석대상 중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238사, 코스닥시장 상장사는 109사, 코넥스시장 상장사는 6사로 분석 기준은 'KCGS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따랐다.

KCGS는 2460건 중 369건(15.0%)에 대하여 반대투표를 권고했으며, 반대 권고가 1건 이상인 기업은 전체 353사 중 206사(58.4%)로 나타났다. 353개 회사는 정기주주총회에 총 2460건의 안건을 상정하였으며, 임원 선임 안건이 1323건(53.8%)으로 가장 많았다.

전체 반대 권고율은 전년(15.9%)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상법시행령 개정 영향으로 사외이사 선임 안건의 반대율이 지난해(23.7%) 대비 크게 감소한 반면 재무제표·배당 및 이사보수한도 안건의 반대율은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KCGS는 이사 선임으로 상정된 안건 1323건 중 168건(12.7%)에 반대투표를 권고했다. 이 가운데 사외이사에 대한 반대투표 권고율은 15.9%로 전년(23.7%) 대비 감소했다.

분석 대상 기업 수가 작년(300사)보다 증가하였음에도 사외이사 반대 건수가 감소한 주된 원인은 상법시행령 개정으로 기업들이 법적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장기연임을 해소했기 때문인 것으로 KCGS는 해석했다.

지난 1월 29일자로 상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해당기업이나 계열회사에 장기간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된다.

장기연임 및 이해관계 등에 따른 독립성 훼손의 사유로 반대한 사외이사는 감소한 반면 출석률 저조, 기업가치 훼손, 부적절한 겸임, 행정적·사법적 제재 등의 사유로 반대한 사외이사 수는 작년보다 증가했다.

특히 회사와 명시적인 거래관계를 넘어 여러 경로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지배주주와 관계를 맺고 있는 자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2020년 분석대상기업이 상정한 사외이사 선임 안건 435건 중 신규선임으로 분류된 안건은 258건(59.3%)으로 작년(50.8%)에 비해 증가했다. 최장 18년 이상 사외이사로 재임한 자가 교체되는 등 장기연임으로 인해 경영진과 독립성 유지가 의심되는 자가 후보로 상정되는 사례가 대폭 감소했다.

KCGS는 기업 분할 전후로 사외이사 직에 연속적으로 재임하거나, 기존 기타비상무이사였던 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법령의 개정 취지를 무력화하여 장기연임을 지속하려는 일부에 대해 반대를 권고했다.

일부 기업은 장기연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외이사의 과반수를 교체하였으며, 대규모 상장회사(자산총계 2조원 이상) 두 곳에서는 사외이사 전부가 교체된 사례도 발견됐다. 

감사 선임 안건에 대한 반대 권고율은 43.1%(31건)로 반대투표를 권고한 세부 안건 유형 중에서 가장 높았다.

개정된 상법 시행령은 사외이사의 장기연임만 금지했지만, 감사 역시 경영진과의 독립성 유지 여부에 대해 달리 볼 여지가 없다는 분석이다. KCGS는 7년을 초과하여 연임하는 감사 후보에 대해서도 독립성이 훼손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감사 선임 안건 반대 권고(31건) 중 장기연임으로 인한 반대 권고(21건)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사보수한도 승인 안건에 대한 반대 권고율은 31.4%로 작년(27.1%) 대비 다소 증가했다. 지난해 1월 개정된 KCGS 가이드라인은 보수 지급의 성과연동성, 보수한도 대비 실지급률을 추가적으로 고려했다. KCGS는 보수한도가 실제로 지급된 금액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수준으로 설정되어 있는 관행에 우려를 표명해왔다.

KCGS는 지급된 이사 보수 수준과 경영성과 사이에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는 동시에 제시된 보수한도 대비 실제 지급 수준이 낮은 111개 기업의 이사 보수 한도 안건에 반대투표를 권고했다.

2020년 개정된 주주총회소집공고 공시서식에 따라 직전 사업연도(2019년) 등기이사에 지급된 보수 총액을 공시하고 있어 보수한도 안건 판단에 필요한 정보는 과거에 비해 개선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보수액을 산정한 근거나 실제 지급된 보수에 비추어 높은 보수 한도가 필요한 사유 등을 제시하는 기업은 매우 제한적이어서 주주가 보수한도의 적절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보다 풍부한 정보가 제공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안건으로 상정된 348개 안건 중 KCGS가 과소 배당을 사유로 반대투표를 권고한 기업은 35개사(10.1%)로 작년 21건(6.8%) 대비 반대 권고 수 및 비중이 모두 증가했다.

반대 투표를 권고한 회사는 자본의 비효율적인 배분, 잉여현금흐름의 과도한 유입, 저조한 투자활동 및 계획, 낮은 수익변동성 등 배당 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도 동종업계 대비 낮은 배당을 지급하는 등 주주환원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특징을 지녔다. KCGS 관계자는 "특히 반복적으로 과소한 배당을 지급하는 기업의 주주는 회사의 자본이 효율적으로 배분되고 있는지 주의하여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42사의 회사가 정관변경 안건을 상정한 가운데 회사가치 훼손이나 주주권익 침해의 우려가 있는 정관 변경 안건 18건에 대해 반대투표를 권고했다. 정관 변경 안건 중 정당한 사유가 없는 주주총회 결의 요건 변경 또는 이사회 결의에 의한 재무제표 승인 허용 등으로 인해 주주들의 권리가 침해될 것이 우려되어 7건에 반대투표를 권고했다.

감사 선임 주주제안을 무력화하기 위해 감사제도를 감사위원회로 변경하는 등 주주권리를 침해한다고 판단되는 안건에 대해서도 반대투표를 권고했다. 초다수결의제를 도입해 경영권 변동을 통한 외부 기업지배구조 장치를 약화시키는 사례도 발견돼 투자자의 주의를 촉구했다.

분석대상기업 중 총 36개사가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 안건을 상정해 전년(23개사) 대비 증가했다. 상당수(20건)는 같은 기업집단(4개 그룹) 내에서 유사한 개정안을 상정한 데 기인한다.

임원퇴직금지급규정 재·개정 안건 반대율은 30.6%(11건)이며, 이중 8건은 그룹 차원(3개 그룹)에서 유사한 내용의 개정안을 상정해 동일 사유로 반대투표를 권고했다.

재직중인 이사가 법령 또는 회사 규정에 의해 해임이 되어도 이사회 결의로 퇴직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상정한 동일 그룹 내 2사에 대해 회사가치 훼손이 우려되어 반대투표를 권고했다.

4사(2개 그룹)에 대해서 그룹 차원에서 퇴직위로금 지급배율을 과도하게 상향해 과도한 퇴직보상금 지급 우려로 반대투표를 권고했다. 또 합리적이고 정당한 사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특별공로금 지급 결의 주체를 변경하는 내용을 안건에 포함한 동일 그룹 내 2사에도 반대투표를 권고했다.

올해는 의안분석 대상기업 중에서 9사가 분할 안건을 상정했다. 이는 전년도 정기주주총회(총 3개사) 대비 약 3배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분할 방식으로는 단순·물적분할이 8건으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인적분할 1건이 있었다.

회사 측에서 제시한 분할 안건 상정 사유는 존속회사의 지주사 전환(1건), 사업부문 분할 후 매각(1건), 사업 전문성 및 기업가치 제고(7건)였으며, 위 안건에서 특별히 주주권익을 훼손할 만한 요소는 발견되지 않았다.

KCGS 관계자는 "상법 시행령 개정 및 주주총회 공시 서식 변경 이후 개최된 2020년 정기주주총회는 외형적인 지배구조 개선에 가시적인 성과를 이룬 점이 특징적"이라며 "다만, 공시가 다소 획일적이어서 여전히 주주의 입장에서 충분한 정보라고 보기 어려워 향후엔 충실한 공시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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