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금융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금융가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금융권 일각에서 주주행동주의를 앞세운 반재벌 신성동맹이 결성됐다. 21세기판 마르크스주의 창궐을 방불케한다.

15일 여의도 금융가에 따르면 CFA협의회가 최근 기업승계를 적대시하는 지배구조 매뉴얼을 발표하는 한편, 서스틴베스트와 강성부펀드 등이 소액 주주연대인 기업거버넌스포럼을 발족했다.

류 대표가 일련의 조직을 꾸린 것은 지난해 국민연금에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의결권 행사 지침)를 통한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목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류 대표가 이끄는 서스틴베스트는 2006년 국내 첫 사회책임투자 전문 리서치 회사로 출발해 현재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좋은기업지배연구소 등과 함께 국내에서 활동 중인 의결권 자문사다.

특히 이들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불특정 다수를 정보 제공 대상으로 하는 '유사투자자문업'과 다르다. 

하지만 국내에는 이를 규정하는 법령이 없다. 이 때문에 ‘시장경제 원칙’이 아닌 ‘떼법과 자의적 판단’이 개입한 퇴행적 행동주의가 반재벌 정서와 결합돼 경영권 승계에 위협을 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장한진 CFA협회 부협회장은 최근 포럼에서 "한국은 재벌이라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형태의 기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세계적인 수준의 지배구조 체계를 갖추려면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류 대표도 "의결권 행사 과정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면서, 투자한 기업의 불투명한 경영을 감시하고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다"는 당근을 제시한 바 있지만 소액주주들끼리 연대하면 ‘주주 이익’이 높아진다는 실증 사례는 전무한 현실이다.

재계에선 "자율적 통제 노력이기보단 대기업을 때려 공천을 받으려는 정치인들과 다르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장하성 주중 대사와 함께 지난 2005년 좋은기업지배연구소를 설립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난 2016년 국민의당 비례대표 6번을 받아 정치를 시작했다. 

기업이 우려하는 부분은 이러한 움직임이 포퓰리즘과도 같다는 점이다. 대중의 감성에 부합하는 일부분을 부각시켜서 대중 전체의 이익으로 포장하지만 특정 집단을 매도하는 계급투쟁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소수주주로서 다수의 주주들을 끌어모으기 위한 이러한 포퓰리즘적 전술과 여론을 동원한 선전선동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당초의 설립 취지와는 다른 부자간 경영권 승계를 반대하기 위한 퇴행적 행동주의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예컨대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오너 리스크를 질타하면서도, 소주의 지분으로 이사회를 장악해 건강한 리더십을 행사하는 기업을 비교하는 간단한 분석도 없다"며 "오직 경영권 승계 반대만을 위해 움직이는 시민단체"라고 비판했다.   

가족기업과 비가족기업의 경영성과를 비교해봐도 부자간 경영권 승계가 주주이익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는 없다. 신장섭 싱강포르국립대 교수가 미국 800대 기업을 사례로 연구조사한 결과 가족기업이 전체 평균보다 이익이 33% 높고 15% 더 빠르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 교수는 "한국의 현재 시스템은 한 마디로 가족경영을 씨를 말리는 것이다. 세금을 다 내면서 한 세대나, 두 세대만 지나면 경영권을 자식에게 물려줄 방법이 전혀 없다"며 "그렇지만 가족경영이 다 없어져야 한국경제가 좋아진다는 이론도 실증도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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