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에서 밀려난 뒤 주주제안으로 기업 분쟁을 촉발시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과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사진=각 사]
경영권 승계에서 밀려난 뒤 주주제안으로 기업 분쟁을 촉발시킨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부회장과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사진=각 사]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이 재벌 2·3세의 경영권 분쟁 수단으로 전락했다. 개정 상법에 따른 감사위원 분리선출이 촉매가 되면서 갈등을 격화시키는 양상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주주행동주의 세력의 표적이 된 금호석유화학, 한국앤컴퍼니, 사조그룹 등에서 '형제의 난' '지배주주와 소액주주간의 충돌' 등 각종 유형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먼저 금호석유화학 상황은 쿠데타를 방불케한다. 고 박정구 회장 아들인 박철완 상무가 10% 지분을 무기로 작은 아버지 박찬구 회장 경영권 승계 방침에 반기를 들면서다.

박 상무는 최근 금호석유화학 이익 추정치 크게 상향된 것을 명분으로 '3000억원 규모의 고배당' 카드를 꺼내드는 동시에 '자사주 소각'에도 앞장서고 있다. 여기엔 자기 사람으로 사외이사 심기란 숨은 의도가 깔려 있다.

자사주 소각은 헤지펀드가 가장 선호하는 자사주 처리 방법으로 주당순익(EPS, 순이익÷주식 수)을 곧바로 올릴 수 있다. 하지만 10% 지분을 보유한 박 상무가 "회사 재산을 팔아 자기가 보유한 주식 가치를 올리려는 수작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계열사 노조를 비롯한 회사측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금호피앤비화학 노조는 최근 성명을 발표하고 박 상무를 '경영보다는 표에만 목적이 있는 구시대적 포퓰리스트'라고 규정했다. 노조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금을 올린다는 듣기 좋은 명분을 앞세워 박 상무 스스로가 300억 넘는 배당금을 챙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앤컴퍼니는 쿠데타를 넘어 이미 내전이 전개되고 있다. 경영권 승계에서 밀려난 조현식 부회장이 주주제안을 명분으로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를 감사위원으로 제안하면서 '감사위원' 선출전이 펼쳐지고 있다.

지분 자체는 조 사장이 크게 유리하지만 올해부터 감사위원 선임 시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개정상법이 적용되면서 조 사장 행사가능 지분은 3%로 줄었다. 이에 조현범 사장, 조현식 부회장, 조희원 씨, 국민연금의 의결권이 각각 3%로 동등해졌다.

문제는 조희원 씨가 '중립'을 내세우면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잡게 되는 관치 경영이 현실화 됐다는 점이다. 김영훈 경제지식네트워크 사무총장은 "국민연금이 찬성을 하든 반대를 하든, 결국에는 국민연금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 8일 사조산업 이사회가 캐슬렉스CC 서울과 캐슬렉스CC 제주의 합병안을 철회하기로 한 배경에도 지배주주와 소액주주간 경영 갈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주진우 회장과 특수관계자 지분율이 56.17%에 달하지만 주 회장 역시 지분이 3%로 제한되면서 감사위원 선출시 소액주주 반발이 우려됐기 때문.

금호석유화학과 사조그룹은 오는 26일 한국앤컴퍼니는 30일 주총이 열린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3%룰만으로도 지배주주 경영권이 확연히 약해지는 우려됐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매번 전쟁과 같은 주총을 치르게 된다면 기업 가치에도 좋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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