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상사판례학회(회장 권재열)와 중소기업연구원이 벤처기업 활성화를 주제로 공동으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이상헌 기자]
한국상사판례학회(회장 권재열)와 중소기업연구원이 벤처기업 활성화를 주제로 공동으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이상헌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쿠팡의 미국 상장에 이어 기업형 벤처캐피털의 해외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국내 법제도는 제자리 걸음이다.

정부와 국회가 벤처창업 생태계 강화를 위해 차등의결권 도입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시민단체와 학계에선 찬반 논쟁이 멈추지 않고 있다.

16일 한국상사판례학회와 중소기업연구원은 프레스센터에서 차등의결권 도입을 통한 벤처기업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춘계학술대회를 공동 주최했다.

차등의결권이란 '1주당 1의결권' 규제에서 벗어나 경영자에게 보유주식 수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경영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장치다.

기업가 정신 발현을 위해 하루 빨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민주노총·참여연대·경제개혁연대 소속 인사들은 재벌 세습에 악용될 것이라면서 반대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기업법 전문가들은 차등의결권이 재벌 세습에 악용될 것이라는 반대론자들의 주장을 '음모론'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병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이 전쟁터에서 싸우려면 무기가 필요한데 법률 외적인 논쟁으로 발목이 잡히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대기업그룹 친족이 설립한 벤처회사가 모회사와 거래를 통해 경영세습을 시도할 경우 곧바로 대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차등의결권 적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도 설명했다.

차등의결권이 소유-지배 간 괴리를 불러 경영진의 사익편취를 위한 참호로 활용될 것이라는 박상인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의 반대론을 무력화하는 실증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신현한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 주가성과를 분석(1978~1999)하면 제도 도입 후 평균 4년간 23.11%의 초과수익률을 보였다"며 "이 가운데 주식을 발행한 기업은 52.61의 초과수익을 달성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경영진의 참호구축 시도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반대론자들은 차등의결권 도입이 벤처기업 투자 활성화와 무관하다며 도입법안을 당장 폐기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앞선 공청회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복수의결권 도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창업가의 경영권을 방어하면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정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재벌의 경영권 승계나 대기업 순환출자를 통한 영향력 확대 가능성만으로도 '빨간불'이 켜진다"며 "벤처가 아닌 기업도 복수의결권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할텐데 이를 막을 논리가 있느냐"고 토로했다.

다만 기업법학계와 경영학계는 물론 정부 부처 핵심 관계자들까지 차등의결권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어 음모론에 기반한 반대를 위한 반대가 통할지는 미지수다.

박용순 중소벤처기업부 벤처혁신정책관은 "공청회 반대 진술인마저 편법 승계에 활용될 수 없다는걸 인정했다"며 "추후 법을 개정해서 벤처기업이 중소기업이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할거라는 주장은 중소기업 정책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경영자에게 차등의결권을 부여할 경우 투자위축이 우려된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벤처 투자는 흔히 말하는 재무적 투자자도 전략적 투자자와도 다르다"며 "이해 당사자들이 66% 이상 동의하는 사안에 왜 3자가 그런 주장을 꺼내는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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