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공정경제 3법'과 독일의 '하르츠 개혁'에 가까운 노동개혁법을 함께 검토하자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기로에 섰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종인 위원장은 정부·여당이 추진중인 공정경제3법과 함께 노동개혁 입법 처리를 제안했지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적절하다'며 이를 단칼에 거절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지와 통화에서 "(이낙연 대표의 생각이 어떻든) 국정감사가 끝나면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걸 테이블에 같이 올려놓고 논의하는 것이 옳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임이자 의원을 노동관계법 개정 태스크포스(TF)위원장으로 내정하고 기업·노동·법조계 출신 노동법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TF구성을 마친 상황이다. 지난 6일 임 의원과 김 위원장은 4차산업혁명 시대 쏟아져나오는 플랫폼 노동자 문제와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쪽으로 법 개정의 방향성을 논의했다. 이날 민주당이 주장해온 공공기업 노동이사제 도입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경직된 임금·노동시간 결정 시스템을 완화해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양분돼 있는 고용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동시에 '기업 단위별' 노조 시스템을 '산별 노동조합' 체제로 바꿔야 한다는 소신이다.
김 위원장은 "OECD 발표에 의하면 141개 국가 중 해고 문제는 102번째에 이르고, 노사관계는 141개국 중에서 130번째고, 임금 유연성은 84번째를 차지한다"며 "한국의 노동법, 노사관계법, 임금 결정 과정은 후진국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여당이 부담을 느끼는 것이 바로 이 부분으로 김 위원장의 문제 지적이 노동시장 유연화를 핵심으로 하는 독일의 '하르츠 개혁'을 염두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정규직 보호 일변도 친노조 정책을 취해온 민주당으로선 마뜩지 않은 제안이다.
하르츠(Harz) 개혁이란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어젠더 2010'이라는 이름으로 단행한 노동개혁이다. 정부가 해고 요건을 완화했더니 재취업 기회가 확산되고 실업률이 오히려 감소되는 효과를 본 사건이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차별도 사라졌다. 기업 입장에서도 신규 고용에 대한 두려움을 크게 완화시킬 수 있었다. 통일 이후 700만명 인구 가운데 실업자가 500만명에 달했던 독일은 이 조치로 정상화됐다.
슈뢰더 전 총리도 지난 2016년 한국을 방문해 "해고요건 완화가 개혁 성공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 개혁과 함께 대형 산별노조들이 임금보다는 고용 지향적인 정책을 펼친 노력이 맞물리면서 창출된 결과"라고도 평가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선 자신이 주장해온 '공정경제 3법'과 '하르츠 개혁'이 서로 상극이라는 점도 큰 장애물이다. 일례로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최근 인천공항 비정규직 7333명에 대한 무조건적 정규직 전환에 대해 비판 여론이 일자 "그 직군 자체를 정규직화 하는 것이 맞다"며 경직된 노동시장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독일은 하르츠 개혁 당시 실업급여 지급기간을 3분의 1로 축소하고 직업 알선을 의무화해 복지혜택이 수혜자들에게 의존적 성향과 근로의욕이 감퇴되는 것을 차단하기도 했다. 또 같은 시기에 기업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기도 했다.
결국 '공정경제 3법'과 '노동개혁'은 국민의힘 당차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기 국회 내내 평행선을 달릴거나 파행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공정경제 3법이 추구하는 '한국형 기업지배구조'가 노동자·소액주주가 기업의 주인되는 것이라면, '하르츠 개혁'은 경영진의 자유로운 고용과 해고를 존중하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신장섭 싱가포르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정이라는 구호를 내세웠지만 그 뒤에 가려진 실체는 대주주 '나쁜 놈', 소수주주 '좋은 놈'이라는 선입견이 문제다. 경제민주화가 양두구육(羊頭狗肉) 집단의 기업약탈 이데올로기가 되는 모습"이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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