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강성부 KCGI 대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왼쪽부터 강성부 KCGI 대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KDB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추진중인 가운데 감사위원 선임시 3% 초과 의결권 제한룰이 변수로 떠올랐다.

8일 증권가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한진칼의 투자합의서에 "한진칼이 산은측이 지명하는 사외이사 3인과 감사위원회 위원을 선임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기업결합을 방해하는 독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산업은행은 앞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한진칼 보통주를 확보하면서 조원태 회장측(37.33%)과 강성부 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 40.41%)이 모두 10.66%의 지분을 가진 3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조원태 회장이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보면 산업은행은 특수관계인(공동보유자)으로 분류됐다. 이에 따라 △감사위원 선임시 3% 초과 의결권 제한룰을 적용받는 동시에 다른 대주주와 마찬가지로 △주식대량 보유상황 보고 의무를 지게 된다.

일단 산업은행은 한진칼측에 지명방식으로 '사외이사 3인'과 '감사위원' 자리를 요청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더라도 의결권이 3%로 제한되면서 지명한 감사위원을 뽑지도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감사위원을 뽑으려면 발행 주식 25%의 찬성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대주주의 경영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3% 룰'은 감사위원 선임시 지배주주의 입김을 제한하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하지만 2017년 말 섀도보팅이 폐지되면서 부결이 급증해왔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2018년엔 56개사, 지난해엔 149곳이 주총에서 감사·감사위원 선임에 실패했다.

지난해 3월 29일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KCGI 직원들이 한진칼 재무제표 승인과 관련해 석태수 대표이사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3월 29일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KCGI 직원들이 한진칼 재무제표 승인과 관련해 석태수 대표이사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본지가 산업은행이 지명한 감사위원을 한진칼 주총에서 선임 안건으로 올렸을 경우를 상정해 예측해본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감사 선임 등 주총 보통결의 요건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과 출석 주식 수의 50% 이상 찬성이다.

발행주식 총수가 100주에 조원태·산업은행 연합이 47.99주를 가졌을 경우를 가정시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발행주식수는 65.01주로 조정된다. 최대주주의 3% 초과분인 44.99(47.99-3)를 빼야 하기 때문이다. 

감사인 선임을 위한 보통결의 최소 찬성 요건은 16.25주(65의 25%)가 되는데, 이를 넘어 안건을 가결시키려면 조원태·산업은행 연합이 13.25의 소액주주를 더 확보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곧 조원태·산업은행 측이 발행 주식 절반을 보유해도 소액주주들이 주총을 외면하면 감사위원 선임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적대 세력으로 분류되는 강성부 연합측이 40.4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가결은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상법은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를 먼저 뽑고, 선임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뽑는 일괄선임방식을 규정하고 있다. 감사위원을 주주총회 별도 안건으로 정하고 분리해서 뽑은 상법개정안을 굳이 도입하지 않더라도 '현행의 3%룰'이 이 회장의 경영 참여를 차단하는 상황이 연출된다.

또 이와 함께 '5% 이상의 주식대량보유 보고의무'도 산업은행의 편이 아니다. '5% 룰'이란 투자가가 상장사의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거나,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을 경우 관련 내용을 5일안에 공시해야 하는 규칙이다. 올해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국민연금만 예외적 특권을 누리고 있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일단 산업은행이 경영권을 주무르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밝힌 만큼 주식대량보고 의무 5%룰을 적용받는 것은 마땅하다"면서도 "다만 감사위원 선출시 3% 제한룰에 덜미가 잡혀 투자협약상 기본적 합의를 이행하기 어려워진 것은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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