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프로필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9일의 인사청문회에서 이례적으로 여야 의원들이 “조 후보자는 흠잡을 데가 없다”며 일사천리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그는 도대체 어떻게 살아왔기에 이런 평을 듣는 것일까.조 후보자는 1957년 경기도 의정부 출생으로 동성고와 성균관대 통계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학 은사인 남궁평 전 성균관대 통계학과 교수는 “선비처럼 늘 차분한 성격에 유별나게 학구적이었던 학생”으로 그를 기억했다. 그의 학구적인 면모는 통일
참모들에게 “외팔이 경제학자는 어디 없소?”라고 일갈한 것은 트루먼 대통령이었다. 불황 타개책을 묻는 그에게 경제학자라는 사람들이 번번이 ‘on the other hand…’라는 답을 내놓는데 대한 타박이었다. 즉, “이 정책은 A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데 ‘다른 한 편으로는’ B라는 부정적 효과도 있습니다”라는 식의 정책 제안에 질려버린 것이다.그런데 지금 우리의 문재인 대통령 주변에는 오히려 외팔이 학자만 넘쳐 나는 것 같아 슬슬 걱정되기 시작한다.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공식행사 첫날 ‘장진호 전투’가 네티즌들의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장진호 전투는 한국은 물론 미국의 전사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전투다.1950년 10월, 원산에 상륙한 미군 해병 1사단은 함경남도 개마고원의 장진호로 북진한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임시 수도인 강계를 점령하기 위해서였다. 이때만 해도 종전이 머지않은 듯 했다.그러나 11월 들어 중국이 한국전쟁에 본격 개입하면서 전세가 역전돼 장진호에 주둔한 미 해병 1사단은 중국인민지원군(중공군) 제9병단 12만 명에 포위되고 만다. 이에 미 태평양사령부
요즘 ‘아무 말 대잔치’라는 용어가 유행인 모양이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뇌에서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생각 없이 막 내던지는 말’을 뜻한다고 한다. 긍정적 의미로 쓰이는 용어는 아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스트레스 해소 효과는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말하기 전에 매번 이것저것 계산을 하려면 사는 게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그래서 오늘은 기자도 아무 말 대잔치에 동참하려고 한다. 쉽게 말해 “횡설수설할 테니 용서해 달라”는 얘기다.기자는 5월10일자 ‘문재인 시대와 마르크스 역사 법칙’이라는 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16일 아침 모 신문이 ‘편지 한 장에 안 후보자 아들 퇴학 취소한 고교’라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고등학교에서 퇴학 처분을 받은 아들을 구명하기 위해 편지를 보냈고 결국 퇴학을 모면했다는 내용입니다. 이후 다른 매체들도 인용 보도를 했고 덕분에 인터넷에는 ‘안경환 아들’이 안경환의 연관 검색어로 뜨는 지경에 이르렀죠.기자는 안경환 후보자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밝힌 음주운전 전력이나 최근 드러난 혼인신고 위조 등의 의혹만으로도 결격 사유가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그러나 안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와는
취임 한 달을 맞은 문재인 대통령이 84%의 지지율(갤럽 조사)을 누리며 순항하고 있다. 옛날 식으로 표현하면 백성들이 함포고복(含哺鼓腹)하는 태평성대에나 나올 법한 지지율이다. 대선 득표율 41.1%의 두 배가 넘는다. 대선 때 그의 정적인 홍준표나 안철수에게 표를 던졌던 유권자들도 지금은 상당수가 ‘대통령 문재인’을 지지한다는 의미다.물론 이런 지지율이 계속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남의 잔치 상에 재를 뿌리거나 악담을 하려는 게 아니다. 지금의 지지율은 기대감이 반영된 수치이기에 하는 얘기다.그 기대감은 취임 후 문 대통령이
이병태 KAIST 경영대학 교수(57)가 "모 언론사의 요청으로 문재인 정부의 J노믹스에 대한 컬럼을 보냈으나 '정권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게재를 거부당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이 교수는 29일 자신의 페이스 북을 통해 "A 신문사가 컬럼을 여러 차례 부탁해와 원고를 보냈는데 '정권에 비판적이라서 게재하지 않기로 했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자신이 썼던 컬럼을 공개했다. 그는 이뉴스투데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A사의 그 같은 결정에 정부나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을 리는 없고 A사 스스로가
기자는 지난 24일 ‘문재인 시대에 부는 상생의 바람’이라는 글에서 상생의 연결고리에 대해 역설한 바 있다.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 1차 협력업체에 대해 결제기일을 단축해 주면 2차, 3차 협력업체에 대한 결제기일도 단축돼야 지속가능한 상생이 이뤄진다’는 요지였다.우연의 일치인지 삼성전자가 25일 2차 협력사에 대한 물품 대금 지급 절차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5000억 원 규모의 ‘물대지원펀드’를 조성해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게 지급하는 물품대금을 무이자로 빌려준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2차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기업 경영에 ‘상생’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들이 정규직 확대, 골목상권 보호 등 상생을 키워드로 하는 선물 보따리를 앞 다퉈 내놓고 있는 것이다.신세계그룹 계열의 이마트위드미는 지난 22일 우수 가맹점주 가운데 희망자들을 본사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제도를 발표했다. “가맹점과 본사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상생 모델”이라는 게 신세계측 설명이다. 신세계그룹은 또 주변 상인들의 반발을 사왔던 경기도 부천 영상복합단지 내 백화점 건립 계획도 무기한 연기했다.앞서 SK브로드밴드도 새로 홈앤서비스라는 계열사를 만들어
‘비운의 황태자’로 불렸던 고 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 그는 1993년에 ‘묻어둔 이야기’라는 회상록을 세상에 내놓은 적이 있다. 이 책의 첫머리에는 자신의 가족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특히 장남 이재현 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자부심이 묻어난다.그의 서술에 따르면 이재현은 대학(고려대 법학과) 졸업 후 조부(이병철 회장)의 바람과는 달리 삼성이 아닌 외국계 은행에 입사했다. 삼성에 들어가 ‘회장의 장손’으로 특별대우를 받는 것을 꺼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경영학 전공이 아닌 이재현이 외국계 은행에 합격한 비결(?
“이재용이 무죄 선고 받기는 이제 어렵겠네.”대선 다음날 만난 지인이 불쑥 던진 얘기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재판부도 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정권이 교체되면 세상 구석구석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여여간 정권 승계에도 세상이 바뀌는 판에 여야간 정권 교체는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라고 국민들이 투표로 정권을 바꿔버리는 것이기도 하다.하지만 달라지지 않아야 하는 곳들도 있다. 법정도 그 중 하나다. 정권에 따라 판결이 달라진다면 민주 사회가 아니다.그럼에도 적잖은 사람들이 앞서의 지인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것 또한
‘역사는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한 번은 희극으로’칼 마르크스는 루이 보나파르트의 제2제정을 두고 이렇게 비판했다. 삼촌 나폴레옹의 제1 제정이 영웅의 비극이었다면 조카 루이의 제2 제정은 보잘 것 없는 인물에 의한 우스꽝스러운 희극이라고 비꼰 것이다.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은 이 말을 상기시킨다. 박정희 시대는 주인공이 자신의 부하에 의해 시해되는 비극으로 막을 내렸다. 이에 비해 박근혜 시대는 최순실 사태라고 하는, 다시 생각해도 어이없는 사건으로 끝을 맺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 사건은 두고두고 많은
[편집인 칼럼]금융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 됐다. 이를 계기로 ‘리딩 뱅크’ 경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관심의 일차적인 대상은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다. 두 회사는 지난 20일 나란히 실적을 발표했다.1분기 순이익 규모는 신한금융이 9971억 원으로 KB금융의 8701억 원보다 1270억 원 많았다. 자산 규모도 신한금융이 405조 원으로 KB금융의 381조 원보다 크다.그러나 두 회사의 순이익에서 대손충당금 환입 등 1회성 이익을 제하면 그 격차는 50억 원으로 줄어든다. 자산 규모 역시 KB금융이 손보와 캐
[편집인 칼럼]“이 건은 임종룡이 아니라 유일호나 주형환이 총대를 멨어야 할 사안인 것 같은데…”(기자의 머릿속 생각이므로 존칭은 생략했음을 헤아려 주시길.)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채무조정 방안이 최종 확정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우조선 문제에 정부가 나서는 것은 금융시장 안정의 차원이 아니라 산업정책이나 고용 및 경기 대책의 차원이라고 생각됐기 때문이다.사실 순수하게 금융시장의 관점에서만 보면 대우조선이 파산하더라도 그 충격은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었다. 대우조선에 대한 은행권의 익스
[편집인 칼럼]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지 오늘로 꼭 10주(70일)째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그런대로 수감생활에 잘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면회를 다녀온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평소 즐겼던 국수나 파스타를 먹지 못하는 것 말고는 구치소에서의 식사도 그리 불편하지 않다’고 하더라”라며 “구치소 식단 중 특히 김을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그의 일과에 대해서는 하루 1시간 정도의 운동과 면회를 제외하고는 주로 소설책과 신문을 보는 일로 소일하고 TV는 별로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이처럼 이 부회장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 대우조선해양의 회생작업을 맡기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정부의 대우조선 추가지원방안 발표를 지켜보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다. 물론 실현 가능성 없는 황당한 얘기다. 그런데도 이런 생각을 해본 것은 나름 이유가 있어서다.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원방안 발표 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대우조선은)산업은행 자회사 형태로는 경영관리에 한계가 있는 만큼 1단계로 민간전문가 중심의 관리체제로 우선 전환하고, 2단계로 회사의 위험요인이 해소되는 즉시 경영능력 있는 주인을 찾기 위한 M&A 방안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고대 그리스 비극에는 종종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machina)’라는 존재가 등장한다. ‘기계장치로부터의 신’이라는 의미다. 극의 전개상 갈등 구조가 꼬여 자연스러운 결말을 내기 어려운 국면에서 등장해 일거에 모든 갈등을 해결하는 신을 뜻한다. 연극 무대에서는 그 신이 기계장치를 타고 공중에서 내려오기에 이런 용어가 생겼다고 한다.10일 헌법재판소의 역사적 판결을 지켜보며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떠올렸다. 박근혜 정권이라는 드라마에서 잔뜩 꼬여 있던 갈등 구조가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헌재의 선고에 의해 종결되는 상황을
검찰의 수사를 흔히 외과 수술에 비유하곤 한다. 외과 수술에서 숙련된 의사들은 정확하게 환부만 도려낸다. 반면 서툰 의사들은 여기도 찔러보고 저기도 째보고 하다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키기도 한다.최순실 사건을 규명하기 위해 구성된 특검팀에게 기대했던 것은 숙련된 의사의 외과 수술 같은 수사였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물 건너 간 것 같다. 특검팀의 행보가 마치 서툰 의사처럼 이곳저곳을 마구 파헤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다.박영수 특검팀은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지난 달 1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오늘 아침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을 보내드리고 왔다. 영정 속 강 장관은 특유의 개구쟁이 같은 눈웃음으로 그를 떠나보내는 자리에 모인 이들을 맞았다. 그 미소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더했다.기자가 강봉균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한 것은 1990년 한 TV 시사토론 방송에서였다. 그 해 세제개편안을 놓고 강봉균 당시 경제기획원 차관보와 김용진 재무부 세제실장이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모 언론사 주필과 경실련에 참여한 L 교수가 정부 안에 대해 비판하는 형식이었다.토론 도중 L 교수가 근거가 약한 논리로 정부 안을 계속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팀의 법정 활동기간(70일)이 반환점을 돌았다. 이쯤에서 박영수 특검팀은 자체적으로 그 간의 활동성과를 중간점검 해보고 향후 활동방향을 재정립 해볼 만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때마침 국회 탄핵 소추위원단이 그 계기를 제공했다. 소추위가 지난 23일 박 대통령의 탄핵사유에 대한 추가 준비서면을 헌재에 제출한 것이다. 일반 형사사건으로 치면 공소장을 변경한 셈이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소추위는 박 대통령의 탄핵사유 중 법률위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