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후 기업 경영에 ‘상생’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업들이 정규직 확대, 골목상권 보호 등 상생을 키워드로 하는 선물 보따리를 앞 다퉈 내놓고 있는 것이다.

신세계그룹 계열의 이마트위드미는 지난 22일 우수 가맹점주 가운데 희망자들을 본사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제도를 발표했다. “가맹점과 본사가 함께 성장하는 새로운 상생 모델”이라는 게 신세계측 설명이다. 신세계그룹은 또 주변 상인들의 반발을 사왔던 경기도 부천 영상복합단지 내 백화점 건립 계획도 무기한 연기했다.

앞서 SK브로드밴드도 새로 홈앤서비스라는 계열사를 만들어 협력업체 소속 직원 5200여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키로 했다. 이로 인해 직원과 일감을 잃게 되는 협력업체에는 별도의 보상책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일각에선 정권의 눈치를 본 ‘코드 경영’이라며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새 정부 들어 ‘저격수’ ‘저승사자’ 등 무시무시한 별명을 가진 이들이 속속 요직에 기용되고 있으니 나오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코드 경영을 굳이 폄훼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이 바뀔 것이고 기업이 그 정책 환경에 적응해 나가려는 것은 당연한 생존 본능이다. 연초 트럼프 정권이 출범하자 세계 굴지의 기업들도 대미 투자를 발표하며 트럼프노믹스에 코드를 맞추지 않았던가.

정작 중요한 것은 이들의 코드 경영이 선한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차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상생’의 진정한 의미다.

상생은 단순히 갑과 을이 서로 돕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동양의 오행설에서 상생은 금생수(金生水)→수생목(水生木)→목생화(木生火)→화생토(火生土)→토생금(土生金)의 순환 관계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A가 B를 돕고, B는 C를 돕는 식으로 도움의 고리가 확산돼 그 과실이 A에게도 돌아오는 것이 상생의 참된 의미다.

이를 테면 현대차나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 1차 협력업체에 대해 결제기일을 단축해 주면 2차, 3차 협력업체에 대한 결제기일도 단축되고 그에 따라 협력업체들의 경영이 개선되면 생산성과 품질이 향상돼 현대차와 삼성전자가 그 효과를 누리는 게 이상적인 상생 모델이다. 또 그래야만 지속가능한 상생 경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선 그렇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어느 단계에선가 상생의 연결 고리가 끊어지고 마는 것이다. 이 경우 상생 경영은 지속될 수 없다.

이런 관계는 비단 원청업체와 협력업체에서만 성립되는 것도 아니다. 노사관계에서도 상생의 원리는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

앞서 SK브로드밴드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새로이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직원들은 그에 따른 혜택을 어떤 형태로든 다른 협력업체나 비정규직 직원과 공유하려는 배려가 필요하다. 가령 늘어난 급여 중 일부를 기금으로 적립해 비정규직 직원들의 복지를 지원하는 방식도 상상해 볼 수 있다. 그리 되면 SK브로드밴드의 전반적인 생산성을 제고하는데 적잖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같은 상생의 순환 체계는 어느 한 기업만의 노력으로 형성될 수 없다. 원청업체와 협력업체, 사용자와 노동자, 그리고 정부까지 포함해 기업 생태계를 이루는 구성원들 모두의 노력이 요구된다. 특히 정부는 기업간, 노사간 상생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독려하고 지원하는 역할에 나설 필요가 있다. 원청업체의 납품단가 인상 조치가 2,3차 협력업체에까지 파급되는지 감독하는 것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문재인 시대를 맞아 불기 시작한 상생의 바람이  지속 가능한 순환 고리로 기업 생태계에 정착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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