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이 건은 임종룡이 아니라 유일호나 주형환이 총대를 멨어야 할 사안인 것 같은데…”(기자의 머릿속 생각이므로 존칭은 생략했음을 헤아려 주시길.)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채무조정 방안이 최종 확정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우조선 문제에 정부가 나서는 것은 금융시장 안정의 차원이 아니라 산업정책이나 고용 및 경기 대책의 차원이라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사실 순수하게 금융시장의 관점에서만 보면 대우조선이 파산하더라도 그 충격은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었다. 대우조선에 대한 은행권의 익스포져 18조 원 중 85%가 국책은행(수은 10조2000억 원, 산은 5조1000억 원) 몫이어서다. 대우조선이 파산해 이 두 은행에 자본부족이 발생하면 국회동의를 거쳐 증자해 주면 그 뿐이다. (물론 장관들이 ‘의원님’들을 쫓아다니며 사정해야 하는 수고는 감수해야 하겠지만)

이에 비해 시중은행의 익스포져는 2조7000억 원(15.0%)에 불과하고 이미 충당금을 3600억 원 정도 쌓은 상태다. 또 대우조선의 회사채도 국민연금(3900억 원)과 우정사업본부(1800억 원), 사학연금(1000억 원) 등 기관투자가들이 전체의 절반을 들고 있다. 회사채가 휴지조각이 돼도 개인투자자의 피해는 제한적이었다는 얘기다.

따라서 대우조선이 파산해도 그 충격은 국내 금융시장이 충분히 감당할만한 수준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도 굳이 정부가 나선 것은 앞서 지적했듯이 산업정책이나 고용, 경기 대책 측면에서 대우조선의 파산은 막아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대우조선에 대한 추가 지원 여부 결정에는 경제정책의 수장인 유일호 부총리나 산업정책을 맡고 있는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역할이 더 커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채무조정 방안의 수립부터 통과까지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고군분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우조선 파산시 국가적 피해가 59조 원(금융위 추산)이냐 17조 원(산업부 추산)이냐 하는, 국민들이 보기엔 민망한 논란이 빚어진 것도 이런 연유에서가 아닌가 싶다.

물론 기획재정부나 산업부가 나설 경우 외국으로부터 불공정 시비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점이 고려됐을 수도 있다. (정부가 이번 채무조정안에 ‘자율적’이라는 용어를 강조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주도한다고 해서 그런 시비를 피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어쨌거나 채무조정 방안은 확정됐고 대우조선은 다시 한 번 회생의 기회를 부여받았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임 위원장의 표현대로 대우조선을 ‘작지만 단단한 회사’로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우조선의 자구 노력이 강력히 추진돼야 한다. 이와 관련, 임 위원장은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를 설치해 대우조선의 철저한 경영 쇄신과 자구 노력을 점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위원회 설치로 정부의 역할이 끝나서는 안 된다. 정부는 대우조선 정상화 이후의 그림, 즉 궁극적으로 한국의 조선 산업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이냐에 대한 마스터 플랜을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고민은 지금까지와 달리 부총리를 비롯한 모든 경제 각료의 몫이 되기를 기대한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