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아침 모 신문이 ‘편지 한 장에 안 후보자 아들 퇴학 취소한 고교’라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고등학교에서 퇴학 처분을 받은 아들을 구명하기 위해 편지를 보냈고 결국 퇴학을 모면했다는 내용입니다. 이후 다른 매체들도 인용 보도를 했고 덕분에 인터넷에는 ‘안경환 아들’이 안경환의 연관 검색어로 뜨는 지경에 이르렀죠.

기자는 안경환 후보자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밝힌 음주운전 전력이나 최근 드러난 혼인신고 위조 등의 의혹만으로도 결격 사유가 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 후보에 대한 지지 여부와는 별개로 3년 전에 있었던 아들의 문제를 들춰낸 이 보도는 두 가지 점에서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이 기사는 안 후보 아들과 상대방 여학생의 인권이나 장래 문제에 대한 배려가 엿보이지 않습니다. 두 학생은 올해 갓 스물이 된, 전도양양한 젊은이들입니다. 특히 상대방 여학생의 경우 가까스로 아물어가던 상처가 이 기사로 인해 다시 한 번 덧날 수도 있죠. 극성스런 네티즌들이 소위 ‘신상 털기’에 나서기라도 하면 기자는 그 파장을 어떻게 감당하려는 생각일까요.

그리고 이 기사에는 문제를 일으킨 학생(안 후보 아들)을 퇴학시키는 것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한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흔적도 안 보입니다. 마치 ‘이 정도 비행이면 퇴학이 마땅하다’는 전제 하에 쓴 것 같습니다. 그 생각이 과연 옳을까요?

여기서 잠시 고백(?)하자면 안 후보 아들의 퇴학 처분에 반대하며 재심을 청구한 이 모 교장은 기자의 고교 은사입니다. 당시 기자의 학교에는 두 개의 폭력 서클이 매일 으르렁대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어느 날 학내에서 흉기까지 동원된 집단 난투극이 벌어져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가 터졌습니다. 이로 인해 당사자들이 대거 퇴학될 처지에 놓였죠. 그런데 이 선생님은 “얘들이 또 문제를 일으키면 내가 책임지겠다”며 퇴학 처분에 끝까지 반대했고 덕분에 많은 학생들이 퇴학을 면했습니다. 그리고 그 때 퇴학을 면했던 학우들 대부분은 지금 여느 학우들 못지않게 성공한 사회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끝으로 사족을 덧붙이자면 이 글을 쓰면서 ‘자기모순에 빠지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에 많이 망설여졌습니다. 이 글 역시도 ‘안경환 아들’에게 네티즌들의 관심이 모이도록 하는 데 일조할 것이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이 글을 쓰기로 한 것은 제 글을 끝으로 ‘안경환 아들’ 문제를 들춰내는 기사가 더 안 나왔으면 하는 마음에서입니다. 사족이 길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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