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에게 대우조선해양의 회생작업을 맡기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정부의 대우조선 추가지원방안 발표를 지켜보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봤다. 물론 실현 가능성 없는 황당한 얘기다. 그런데도 이런 생각을 해본 것은 나름 이유가 있어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원방안 발표 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대우조선은)산업은행 자회사 형태로는 경영관리에 한계가 있는 만큼 1단계로 민간전문가 중심의 관리체제로 우선 전환하고, 2단계로 회사의 위험요인이 해소되는 즉시 경영능력 있는 주인을 찾기 위한 M&A 방안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바로 ‘민간 전문가 중심의 관리체제’다. 지원안에 포함된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 설치가 그 것이다. 관리위원회는 채권단 중심 관리체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조선업 전문가와 회계·법률 전문가 등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하게 된다. 자구계획 이행관리와 정상화 과정을 매년 외부기관에 의해 점검해 적기에 대응할 방침이라고 한다.

금융위와 채권단의 이런 방안은 기존의 경영관리 체제가 허술했다는 반성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대우조선에서는 지난 수년간 대규모 분식회계가 벌어졌다. 최고경영자들이 자신의 연임을 위해 실적을 부풀린 것이다. 그들은 또 한편으론 자구노력보다는 정관계와 언론계 로비에 몰두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도 채권단은 그저 눈 뜬 장님이었다.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는 이런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됐을 것이다. 나름 의미가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미덥지 못한 구석이 있다. 위원회 구성원들로 하여금 주인의식을 갖고 경영을 관리하게 할 유인책이 과연 있느냐 하는 점에서다.

구조조정 전문가들에 따르면 부실기업이 살아나려면 무엇보다도 구성원, 특히 관리자의 주인의식이 필수적인 요건이다.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라도’ 기업을 살려내겠다고 하는 절실함이 있어야 회생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고 그저 자리를 즐기는 경영자를 앉혀서는 부실만 더 키우게 마련이다.

그리고 관리자의 주인의식은 막연히 그들의 선의에만 기대해서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 나름대로 ‘목숨을 걸’ 만큼의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 그 유인책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어떤 이는 금전적 성과 보상이, 어떤 이는 경영인으로서의 명예가, 어떤 이는 더 나은 지위로의 도약이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서두에 예를 든 김우중 회장의 경우 경영인으로서의 명예 회복이 가장 큰 유인책이 될 것이다. 상상일 뿐이지만 김 회장에게 대우조선 회생작업을 맡기면 그로서는 말 그대로 목숨을 바칠 만한 과업이 되지 않겠는가.

결론적으로 금융위와 채권단에 주문하고 싶은 것은 바로 그런 유인책을 대우조선의 경영관리 체제에 반영하라는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이번 추가지원도 또 다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끝나고 말 공산이 크다.

임혁 기자 lim54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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