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가운데 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팀의 법정 활동기간(70일)이 반환점을 돌았다. 이쯤에서 박영수 특검팀은 자체적으로 그 간의 활동성과를 중간점검 해보고 향후 활동방향을 재정립 해볼 만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때마침 국회 탄핵 소추위원단이 그 계기를 제공했다. 소추위가 지난 23일 박 대통령의 탄핵사유에 대한 추가 준비서면을 헌재에 제출한 것이다. 일반 형사사건으로 치면 공소장을 변경한 셈이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소추위는 박 대통령의 탄핵사유 중 법률위반 부분에 대해 재산권 보장(헌법 제23조 제1항), 시장경제 질서(헌법 제119조 제1항) 등 헌법위반 법리를 추가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모금 행위, 최순실 씨와 관련한 기업 특혜 의혹 등에 대해 뇌물죄, 권리행사방해죄, 강요죄 등 법률위반 외에 헌법위반 법리를 추가한 것이다.

그 배경에 대해 소추위는 탄핵심판의 신속한 진행을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박 대통령의 법률위반 혐의에 대한 유무죄를 가리느라 탄핵심판 절차가 지연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헌법위반 법리를 추가했다는 설명이다.

소추위가 이런 판단을 한데에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사실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법원은 “뇌물범죄의 요건이 되는 대가관계와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등에 비춰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주목할 점은 소추위 측이 헌법위반 법리를 효과적으로 주장하기 위해 ‘권력적 사실행위’라는 개념을 도입한 부분이다. 권력적 사실행위란 ‘행정청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의무 없는 일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행위’다.

소추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성동 의원은 브리핑에서 “재단에 재산을 출연하도록 대기업에 강요한 행위, 지인을 대기업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요구한 행위, 플레이그라운드나 KD코퍼레이션과 같이 광고·납품 계약을 맺도록 요구한 행위 등은 대통령이 법적 근거 없이 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대기업의 각종 정책에 대한 결정권, 인허가권, 세무조사권 등 막강한 권력에 비춰봤을 때 이러한 행위를 거부할 경우 기업은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덧붙였다.

권 위원장의 이 같은 설명은 곧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인들을 사실상 ‘피해자’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특검에 앞서 수사를 진행했던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시각과 맥을 같이 한다. 반면 기업인들을 뇌물죄의 필요적 공범인 ‘뇌물 공여자’로만 보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 팀과는 상반된 시각인 것이다.

따라서 소추위의 이번 추가준비서면 제출을 계기로 특검 팀도 수사의 프레임을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특검팀이 ‘기업인=뇌물공여자’라는 프레임에 스스로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어서다.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면 그 첫 단추부터 다시 꿰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중간 단추부터만 제대로 꿰면 된다고 생각하면 나중에 전체 옷매무새가 망가질 수밖에 없다.

임혁 lim54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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