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금융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 발표가 마무리 됐다. 이를 계기로 ‘리딩 뱅크’ 경쟁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관심의 일차적인 대상은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다. 두 회사는 지난 20일 나란히 실적을 발표했다.

1분기 순이익 규모는 신한금융이 9971억 원으로 KB금융의 8701억 원보다 1270억 원 많았다. 자산 규모도 신한금융이 405조 원으로 KB금융의 381조 원보다 크다.

그러나 두 회사의 순이익에서 대손충당금 환입 등 1회성 이익을 제하면 그 격차는 50억 원으로 줄어든다. 자산 규모 역시 KB금융이 손보와 캐피탈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고 나면 같은 400조 원 대로 올라선다. 게다가 은행 부문만 놓고 보면 1분기 국민은행의 당기순이익이 6635억 원으로 신한은행의 5346억 원을 앞질렀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1회성 이익의 반영 여부를 두고 두 회사가 탐색전을 벌였다”는 둥의 뒷얘기들이 분분하다. 또 “은행만 놓고 보면 이미 KB가 리딩 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효율성 지표인 1인당 영업이익은 신한이 여전히 우위다”라는 등의 갑론을박도 오간다.

그러나 관전자로서는 리딩 뱅크 논쟁이 이런 정량적 지표의 경쟁에 집중되는 것은 아쉽게 느껴진다. 리딩 뱅크가 단지 덩치가 크거나 돈 잘 버는 은행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리딩 뱅크’를 검색하면 여러 정의가 뜨지만 그 중 가장 공감이 가는 것은 두산백과의 다음과 같은 정의다.

‘외형상의 규모와 상관없이 영업 중인 금융권에서 선도 구실을 하는 우량은행으로 시장점유율이 높고 재무구조도 건실해야 한다. 누가 지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의사결정을 하는 은행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되며, 금리체계의 변화와 영업 관행을 주도하고 금융정책당국과 중·소형 은행 간의 정책시행 과정의 매개 역할을 해야 한다.…미국의 경우 도매은행에서는 모건은행, 소매은행에서는 씨티은행이 리딩 뱅크로 잘 알려져 있다’

두산백과가 예시한 모건은행(JP모건체이스)은 20세기 초 미 연방준비은행(FRB)의 설립을 주도한 것을 비롯, 미국 뿐 아니라 국제금융시장에서 자타공인의 리딩 뱅크로 인정받고 있다. 씨티은행도 1961년 양도성 예금증서(CD)를 처음 출시하는 등 소매금융 분야의 금융혁신을 선도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신한과 KB의 리딩 뱅크 경쟁도 자산이나 순익 규모 겨루기에 머물러선 안 된다. 은행 경영에서의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를 선도함으로써 다른 은행들이 따라오게 하는 경쟁이어야 한다. 이를 테면 여신심사기법의 혁신, 새로운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개발 등 선도 역할을 할 분야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런 점에서 지난 번 대우조선해양의 채무재조정을 두고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가장 먼저 찬성 입장을 밝힘으로써 다른 채권은행들의 의사결정에 물꼬를 튼 것은 리딩 뱅크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고 평가할 만하다.

또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지난 2일 소멸시효 완성채권 4400억 원어치를 소각키로 하는 결단을 내린 것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SBI저축은행이 1조원 규모의 소멸시효 완성 채권을 소각한 적은 있었으나, 제1금융권에서는 신한은행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신한과 KB의 이런 움직임이 바람직한 리딩 뱅크 경쟁으로 ‘확전’되면 국내 은행산업의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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