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지금으로부터 꼬박 7년 전인 2009년1월15일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대검 중수부 역사에 오점을 남긴 날이다. 중수부에 의해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돼 복역 중이던 변양호 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이 이날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판결 후 그의 변호를 맡았던 노영보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판결은 신빙성 없는 진술만으로 수사를 하고 유죄를 인정하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사회적 의미가 담긴 판결이다. 뇌물죄 수사 관행에 경종을 울린 대법원의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그가 지적한 뇌물죄 ‘수사 관행’은 훗
도로를 달리던 차가 사고를 냈다. 운전자의 과실로 간주돼 처벌이 내려졌다. 그런데 얼마 뒤 같은 지점에서 또 다른 운전자가 사고를 냈다. 그 뒤로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같은 지점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이쯤 되면 마냥 운전자의 과실로만 치부할 일이 아니다. 도로의 설계나 포장 상태, 신호체계 등에 결함은 없는 지를 따져봐야 한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특검의 조사를 받고 나오는 장면을 보며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이 부회장의 굳은 표정 위로 다른 기업인들의 모습이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나 그 측근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로
[편집인 칼럼] 2017년 정유년의 아침이 밝았다.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한 바퀴 도는 공전을 완주한 것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무려 46억 번 넘게 거듭돼 온 일이다. 억겁의 세월 동안 그 지루하기 짝이 없는 노역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지구의 인내심에 경외감을 갖게 된다. 그에 비하면 하루하루 벌어지는 일에 일희일비하는 우리들의 삶은 새삼 부잡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기껏해야 백 년 남짓의 삶만이 허용된 존재로선 지나간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일을 거를 수 없다.지난 2016년은 ‘쇼크의 연속’이었다. 연초 중
[편집인 칼럼]기자는 미국 대선 하루 전 언론계 선배인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과 점심 식사를 같이 했다. 식사 중 정 주필의 핸드폰에 SNS 메시지가 들어왔다. 미국에 있는 정 주필의 지인이 보낸 메시지였다. 그는 트럼프 선거 캠프에 참여하고 있는 한인 교포였다. 캠프가 자체 실시한 최종 판세 분석에서 선거인단 310명 확보로 트럼프의 승리가 확실시 된다는 내용이었다.그 때까지의 ‘클린턴 대세’ 전망과는 너무 달라 신빙성이 약해 보였다. 캠프의 기대가 반영된 조사 결과려니 싶었다. 그런데 정 주필 얘기로는 같은 이로부터 이틀 전에
[편집인 칼럼]새 경제팀의 수장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내정된 것은 잘 된 일이다. 적어도 기자가 보기엔 그렇다. 그렇게 볼 이유는 꽤 있다.첫째는 그가 갖고 있는 ‘경제 관료로서의’ 위기관리 경험이다. 그는 DJ 정부 때의 외환위기, 노무현 정부 때의 신용카드 사태, MB 정부 때의 글로벌 금융위기 등 주요 위기 때마다 요직에서 위기관리 경험을 쌓아왔다.전임 유일호 부총리를 폄훼할 의도는 없지만 이런 면에서 임 위원장은 작금의 경제 위기 상황을 돌파하는데 있어 전임자보다는 한결 적임이라 생각한다. 경제학자는 직업적 성격상 위기의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