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문재인 대통령 주변의 '외팔이 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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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문재인 대통령 주변의 '외팔이 학자들'
  • 임혁
  • 승인 2017.06.29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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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들에게 “외팔이 경제학자는 어디 없소?”라고 일갈한 것은 트루먼 대통령이었다. 불황 타개책을 묻는 그에게 경제학자라는 사람들이 번번이 ‘on the other hand…’라는 답을 내놓는데 대한 타박이었다. 즉, “이 정책은 A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데 ‘다른 한 편으로는’ B라는 부정적 효과도 있습니다”라는 식의 정책 제안에 질려버린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문재인 대통령 주변에는 오히려 외팔이 학자만 넘쳐 나는 것 같아 슬슬 걱정되기 시작한다.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고언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 같기에 하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정부의 정책 목표 간에는 트레이드 오프(trade off) 관계가 형성된다. 즉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다른 목표는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임금상승률, 또는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의 함수관계를 설명하는 필립스 곡선은 이런 개념에서 도출된 것이다.

문 대통령의 공약도 마찬가지다. ‘소득 주도 성장’ 공약의 일부인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문제를 예로 들어보자.

최저임금 제도를 사업자의 입장에서 보면 ‘최저임금을 줄 수 없게 되면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의미가 된다. 어느 빵 가게 사장이 시급 8000원에 직원 2명을 써서 개당 1000원에 빵을 팔고 있다고 치자. 임금이 어느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빵 값을 인상하게 된다.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줄어든다. 이런 상황이 거듭되다 보면 더 이상 빵 값 인상만으로는 대처하기 힘들어지게 된다. 이때 빵 가게 사장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직원을 줄이든지 폐업을 하고 인건비 부담이 덜한 업종으로 전업을 하든지다. 결국 일자리 축소로 귀착된다는 얘기다.

그러고 보면 요즘 도심 곳곳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는 인형뽑기 가게가 그 전조인지도 모른다. 이 사업의 최대 매력은 ‘인건비 제로’라는 점이다. 가게 주인은 그저 가끔 들러 인형 채워 넣고 돈 통 비워 가면 끝이다. 물론 이 경우 인형뽑기 기계 공장이 인력을 더 채용하는 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문 닫는 가게에서 나오는 실업자를 흡수할 정도는 못 될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자체에 반대해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인상 속도다. 사업자들이 적응할 수 있는 속도로 인상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의 대주주(?)를 자처하는 노동계에서는 인상 속도를 더 높이라고 보채고 있다. 반면 대통령 주변에서 임금 인상 속도 문제를 걱정하는 목소리는 안 들린다.

탈원전 문제도 그렇다. 원전을 포기하면 그만큼 전기료는 올라가게 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고지서를 받아들기 전까진 그 충격을 체감하지 못한다. 모르긴 몰라도 지금 여론조사에서 원전 포기에 동조한 사람들도 막상 전기료 고지서를 받고 나면 전기료 인하를 외치며 길거리로 나설 것이다. 대만의 경우 4기 원전을 포기하면서 발생한 93억 달러 규모의 부채를 전기료 인상으로 충당하겠다고 정부가 발표했으나 국민들은 여론조사에서 52.6%가 이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전기료가 오르면 단지 그만큼의 물가만 오르는 게 아니다. 공장을 돌리는 전력요금이 늘어나 전반적인 생산원가가 오른다. 주한 일본 기업이 임금 수준은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역전됐음에도 한국 공장을 유지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도 일본의 절반 수준인 전기료라고 한다.

원전 포기 정책에는 이처럼 트레이드 오프 관계가 잠재해 있다. 그런데 대통령 주변에선 이를 말하는 사람들이 안 보인다. 원전 반대론자 일색인 듯 싶다. 실제 후보 시절 문재인 캠프의 환경·에너지팀 책임자는 4대 강 사업에 반대하던 하천 환경 전문가였다. 에너지 공약에는 환경운동가 한 사람과 미생물학 전공 의대 교수가 관여했다고 한다.

원전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일련의 발언이 우려를 낳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문 대통령은 탈원전 선포식에서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는 너무나 치명적”이라며 그 예로 후쿠시마 사태를 들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은 지진이 아니라 쓰나미로 발전기가 침수되는 바람에 벌어진 사고였고 세계적으로 지진만으로 발생한 원전 사고는 한 건도 없다.

문 대통령은 또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 가동을 연장하는 것은 선박 운항 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고 했지만 미국의 원전 99기 중 88기가 20년 추가 운영 승인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선진국은 원전을 줄이고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도 일본과 대만의 원전 재가동 움직임 등을 감안하면 부분적인 진실일 뿐이다. 문 대통령에게 이처럼 사실과 다른 정보를 입력한 것은 그 주변의 외팔이 학자들이 아닌가 의심된다.

결론적으로 지금 문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쾌도난마 식 해법을 제시하는 외팔이 학자들이 아니다. 그 보다는 ‘on the other hand…’ 라는 사족을 붙여가며 결정에 신중을 기하게 만드는 참모들이 더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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