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수사를 흔히 외과 수술에 비유하곤 한다. 외과 수술에서 숙련된 의사들은 정확하게 환부만 도려낸다. 반면 서툰 의사들은 여기도 찔러보고 저기도 째보고 하다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최순실 사건을 규명하기 위해 구성된 특검팀에게 기대했던 것은 숙련된 의사의 외과 수술 같은 수사였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물 건너 간 것 같다. 특검팀의 행보가 마치 서툰 의사처럼 이곳저곳을 마구 파헤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박영수 특검팀은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지난 달 19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이후 약 3주 만이다. 그 사이 특검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를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이를 통해 특검은 삼성그룹이 청와대를 통해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혐의점을 몇 가지 더 추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후 발생한 신규 순환출자 문제 해결에 공정거래위원회가 특혜를 줬다거나 작년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상장할 때 금융위원회가 상장 조건을 완화해 줬다는 등의 의혹이 그것이다. 특검은 또 삼성이 금융지주사를 설립하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로비를 했는지 등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마디로 이 부회장에게 뇌물 공여 혐의를 적용하기 위해 삼성그룹 경영 활동 곳곳에 칼을 대고 째본 것이다.

그러나 특검이 소기의 목적, 즉 이 부회장 구속이라는 결과를 얻어낼 지는 이번에도 역시 불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번 1차 영장실질심사 때 지적된 기각 사유가 해소됐는지가 확실치 않아서다. 당시 법원이 지적한 기각 사유는 △뇌물 범죄 요건인 대가관계, 부정한 청탁 등에 대한 소명 부족△구체적 사실 관계와 법률적 평가에 대한 다툼의 여지 등이었다. 이번에 새로이 제기된 혐의들도 여전히 이들 사유를 완전히 해소했다고 하기에는 부족한 것으로 지적된다.

신규 순환출자 해소에 공정위가 특혜를 줬다는 내용만 해도 그렇다. 2015년 9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성사되자 두 회사 주식을 모두 소유한 삼성SDI는 합병 삼성물산에 대한 지분이 늘었다. 이에 공정위는 전년 7월에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의거해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중 500만주를 처분하도록 통보했고 삼성SDI는 2016년 2월 이를 이행했다.

그런데 특검은 이 과정에 삼성의 로비와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즉, 공정위가 처음에는 1000만주를 처분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삼성의 청탁을 받은 청와대의 압력으로 처분 규모를 500만주로 줄여줬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은 이를 전면 반박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부회장 일가와 특수관계인의 삼성물산 지분이 39%에 달해 500만 주(2.6%)를 더 팔아도 지배, 승계엔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강변하고 있다. 다만 대량 매도에 따른 시장의 충격을 감안해 처분 물량을 가급적 줄이기를 원했고 합법적 절차를 통해 공정위에 그 같은 의견을 전달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특혜 의혹도 마찬가지다. 원래 거래소 상장을 위해서는 3년 이상 흑자가 조건이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가 2015년 11월 시가 총액 2000억 원 이상이면 적자 기업도 상장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바꾸었다. 삼성은 이에 대해 “당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할 계획이었는데 한국거래소의 요청으로 국내 상장을 선택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이처럼 특검이 서툰 의사 외과 수술하듯 이곳저곳을 들춰내 새로이 제기한 혐의점에 대해서도 삼성측은 일일이 대응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특검의 이번 영장 청구 역시 법원의 실질심사 문턱을 넘어서기가 수월치는 않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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