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지 오늘로 꼭 10주(70일)째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그런대로 수감생활에 잘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

면회를 다녀온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평소 즐겼던 국수나 파스타를 먹지 못하는 것 말고는 구치소에서의 식사도 그리 불편하지 않다’고 하더라”라며 “구치소 식단 중 특히 김을 좋아하게 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그의 일과에 대해서는 하루 1시간 정도의 운동과 면회를 제외하고는 주로 소설책과 신문을 보는 일로 소일하고 TV는 별로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 부회장의 소소한 일상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사람들이 궁금해 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이 부회장은 과연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자신의 처지에 대한 억울함? 자신을 이 지경에 몰아넣은 일련의 상황과 인물들에 대한 원망? 재판에서의 대응 전략?

물론 지금 당장은 이런 것들이 그의 머릿속에 복잡하게 자리 잡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보다 더 크게 자리를 차지해야 할 주제가 있다. 바로 ‘삼성의 미래’라는 화두다.

비록 지금은 영어의 몸이지만 이 부회장은 어쨌거나 삼성의 미래를 좌우할 최종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모종의 순간이 왔을 때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가 삼성, 나아가 한국 경제의 모습을 크게 바꿀 수 있다.

이 부회장으로선 야속한 일일지 모르지만 그가 구속된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12% 가량 상승했다. 또 지난 1분기에는 역대 1분기로는 사상 최대인 9조9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때문에 항간에서는 “이재용이 없어도 회사는 잘 나간다”며 소위 ‘이재용 무용론’을 운운하기도 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제시하면서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12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기대된다”며 “총수 구속 및 재판은 이제 큰 이슈가 아니다”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솔직히 이런 견해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1분기의 실적이나 오늘의 주가는 그 이전에 이루어졌던 경영적 판단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1분기 영업이익의 60%를 차지한 반도체 부문의 경우 불황기에도 투자를 줄이지 않고 지난 5년간 연평균 14조원의 시설투자를 단행했기에 그 과실을 얻은 것이다.

또 삼성이 스마트 폰 출시에 나선 것은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피처 폰 점유율이 70%로 압도적이고 그 피처 폰 시장에서 애니콜이 1위일 때였다. 삼성이 만약 피처 폰 1위에 안주해 스마트 폰 개발을 미뤘더라면 오늘날의 갤럭시 신화는 없었다.

최근의 사례로 신작 갤럭시 S8의 대박이 기대되는 것도 배터리 발화 사태 때 신속하게 대처해 소비자 신뢰 상실을 최소화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당시 협력업체와의 책임 규명 등을 위해 소비자 보상 등의 결정을 미적거렸다면 신작에 대한 기대감은 지금 같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삼성의 미래는 삼성의 오늘에 의해 결정된다. 뒤집어 말해 현재 삼성전자가 큰 이익을 내고 있다 해도 1년 뒤, 2년 뒤까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오늘 중대한 결정이 미뤄지거나 잘못된 결정이 내려지면 그 후과는 1년 뒤, 2년 뒤 나타나게 마련이다.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그런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2015년부터 15조6000억 원을 투자해 조성하고 있는 평택 캠퍼스만 해도 그렇다. 약 87만평에 달하는 이 부지에는 오는 6월 4세대 3D V낸드 플래시 공장이 준공된다 하지만 나머지 4분의3에 해당하는 부지에 대한 투자계획은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휴대폰의 미래를 바꿀만한 프로젝트 중 하나로 여겨지는 플렉서블 폰 개발도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로는 추동력을 잃고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한다.

이런 요인들이 누적되면 1~2년 뒤의 삼성전자 위상은 지금과 사뭇 달라질 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이 오는 것을 피하려면 지금 이재용 부회장의 머릿속에는 회사의 미래에 대한 전략과 비전이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 된다면 이 부회장은 다시 자유의 몸이 되어 경영에 복귀했을 때 이전보다 한층 더 뛰어난 경영인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하며 ‘이재용 Before & After’를 상상해 본다.

임혁 기자 lim54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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