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의 고용정보원 취업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라며 폭로한 카카오톡 대화와 녹취록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26일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당 당원인 이유미 씨가 자신의 동생과 녹취록을 조작했다는 사실을 자백했다. 하지만 현재 드러나고 있는 사태의 진상은 물론이고, 박 비대위원장 기자회견 이후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언행은 과연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 존중심이 있는지 의심하게 만들 정도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조차 하지 못한 모습이다.

우선 이 사건은 3.1운동과 4.19정신을 계승하고 있다는 헌법 전문은 물론이고, 지난해 촛불혁명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 또한 국민주권을 선언한 헌법 1조와 정당의 활동이나 목적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면 안 된다고 선언한 헌법 8조를 정면으로 부정한 행위다.

‘국민의당 녹취록 조작사태’는 스스로 증거를 조작한 첫 번째 사례다. 이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다양한 선거법 위반 사례가 있었지만, 이렇듯 선거일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판세를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증거를 공당 스스로 조작한 사례는 없었다.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정봉주 전 의원은 외부에 존재하는 증거를 갖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설립 관여를 주장했다가 선거법 위반으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살았을 정도다. 하물며 정당 스스로 증거를 조작한 것은 그 범죄행위의 중대성이 실로 막중하다.

그런데 이후 국민의당 관계자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태는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우선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녹취록 조작을 고백하는 기자회견을 마치며 웃음 띤 얼굴로 인사를 했다. 자신들의 범죄행위를 고백하면서 웃는 얼굴을 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믿겨지지도 않고, 그 웃는 얼굴을 보면 과연 범죄행위를 고백하는 공당 대표의 모습인지 아연실색할 정도다.

이어 박지원 전 대표는 뜬금없이 ‘특검’을 주장하고 나섰다. 국민들을 그야말로 ‘개돼지’로 보지 않은 이상 지금의 사태 앞에서 특검을 꺼내드는 정략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그 배짱이 놀라울 지경이다. 지금은 특검 운운할 때가 아니라 검찰의 수사를 지켜볼 때고, 국민의당은 범죄행위 당사자로서 검찰의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할 피의자 신분이다. 그런 피의자가 녹취록 조작으로 명예가 훼손당하고 정신적 피해를 입은 당사자를 향해 특검 운운하는 것은 박 비대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들 준용 씨에게 사과한다고 한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문준용 씨 취업특혜와 관련해 3월 22일부터 5월 8일까지 100여개 육박하는 논평을 쏟아냈던 대변인단과 부대변인들, 충분히 이 사건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보일 수 있는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의 이용주 단장과 김성호, 김인원 부단장 등이 자신들과 무관한 듯이 발언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선거 과정에서는 서로서로가 앞장섰던 사안이다. 그런데 녹취록 조작 사태가 터지자 나 몰라라 하며 꼬리 자르듯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특히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의 침묵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무책임함의 극치다. 안 전 의원 본인이 사전에 알았든 몰랐든 자신의 당선을 위해 당에서 개입해 벌어진 사건이다. 국민의당은 지금 이유미 씨와 이준서 전 최고위원에게 모든 걸 떠넘기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로 써먹었던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고 있다. 안 전 의원은 이유미씨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한다. 이미 녹취록 조작은 국민의당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는 마당에 구속영장 발부를 조건으로 입장을 표명한다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행태다. 이런 사람이 한 나라를 이끌겠다고 대통령 선거에 나왔다는 사실이 경악스럽다. 그리고 이런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었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과연 무엇이 달랐을지 모골이 송연하다.

지금 안철수 전 의원과 국민의당은 이 사태의 중대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국민을 시험에 들게 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 하거나, 특검으로 물 타기를 해서 정략적인 여야 대결구도로 만든다거나, 사태의 진원지를 평당원의 일탈 정도로 치부하는 등으로 피해가려 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번 사안은 헌법 위반으로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해도 할 말이 없는 그런 중대한 사건이다.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국정원이 댓글로 선거에 개입하기는 했지만 당시 새누리당이 이 사건에 직접 개입하지는 않았다. 하물며 국정원 댓글 사건도 헌정을 유린한 중대한 사건인데, 이번 국민의당 녹취록 조작 사태는 정당을 해산해야 할 정도의 엄중한 사건이다.

안철수 전 의원은 지금이라도 즉각적으로 대국민사과와 함께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국민의당은 헌법 위반에 가까운 이 사건을 정략적 꼼수로 피해가려 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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