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의원이 바른정당의 새로운 대표로 선출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했던 전례를 제외하고 나면 한국 보수 정당에서 첫 여성 당 대표다. 이로써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와 함께 여성 당 대표가 되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이 많이 작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첫 여성 보수정당 대표라고 할 수 있다. 마땅히 축하해야 할 일이다.

이혜훈 대표에게는 많은 과제가 놓여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 보수정당의 지형을 바꾸는 일이다. 바른정당은 새로운 보수 정당을 만들겠다며 새누리당을 박차고 나와서 만든 정당이다. 어느덧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유승민 의원이 바른정당의 얼굴로 활약했지만 별다른 성과는 내지 못했다. 경제 분야에서는 자유한국당과 차별화에 성공했지만, 안보 분야에서는 전혀 차별화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자유한국당 보다 더 완고한 안보관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래서는 바른정당의 미래가 없다. 과거의 낡은 안보관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상대방을 좌경용공, 친북좌파, 종북좌파 등 다양한 용어로 공격하며 색깔론을 써먹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그 시대에 통용되던 낡은 안보관으로 새로운 보수 정당을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권자들의 가치관과 의식이 바뀌고 있다. 이는 2016년 촛불혁명이 증명했다. 그리고 19대 대통령 선거와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율과 더불어민주당 역시 5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는 데서 엿볼 수 있다.

그러나 보수 정당의 헤게모니는 여전히 자유한국당이 쥐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에 함께 책임을 져야 할 자유한국당은 제 1야당의 지위를 누리고 있고, 심지어 추경 예산안 심사를 사실상 홀로 반대하고 있다. 집권 기간 동안 벌어진 국정농단에 대한 반성도 없이 민생은 뒤로한 채 국정 발목잡기를 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의 그 구심력에 언제든지 빨려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다. 바른정당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에서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이나 연대 얘기가 계속 나온 것은 그런 연유 때문이다.

이혜훈 대표에게 놓인 과제는 우선 바른정당을 자유한국당을 대체하는 새로운 보수 정당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존의 낡은 보수의 가치관을 몽땅 내다버려야 한다. 그야말로 제대로 된 ‘뉴라이트’를 정립해야 한다. 유승민 대표가 가졌던 낡은 안보관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또한 적대적 대립 구도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는 것이 아니라, 호혜적인 경쟁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이 부분에 있어서 정부 여당에 대해 협조할 것은 협조하겠다는 이혜훈 대표의 입장은 희망적이다. 과거처럼 정부의 발목을 잡으며 야당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이는 독재정권이나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일 뿐이다. 적어도 문재인 정부는 그런 정권과는 차원이 다른 정권이다. 이를 인정하고 ‘호혜적 경쟁’을 펼친다면 바른정당의 길이 열릴 것이다.

새로운 보수의 가치와 철학을 정립하고 이를 현실 정치에서 구현하는 것 못지 않게 정치 지형을 바꾸는 일도 시급하다. 앞서 언급한 바 있듯이 자유한국당이 여전히 제 1야당이다. 이 때문에 바른정당은 앞으로도 계속 자유한국당에게 통합 대상으로 거론될 것이고, 그런 구심력에 휩쓸려갈 우려가 존재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의당과 긴밀한 협력관계 혹은 통합을 추진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마침 국민의당은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 취업특혜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녹취록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에 휩싸였다. 국민의당의 존폐가 기로에 선 상태다.

국회의원 의석수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한국 정치에 건전한 보수 정당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다. 자유한국당은 사실상 극우에 가까운 정당이다. 따라서 바른정당이 국민의당과 새로운 정치세력을 구축한다면 한국 정치를 위해서도, 바른정당을 위해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제 막 출범하는 이혜훈 대표가 이끄는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을 대체하는 새로운 보수 정당으로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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