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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의 작심직설] 눈치없는 검사들, 검찰개혁에 방아쇠를 당기다

1914년 6월 28일 사라예보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왕위 후계자인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이 세르비아의 국민주의자인 가브릴로 프린치프에게 총을 맞고 숨졌다. ‘사라예보의 총성’으로 불리는 이 사건으로 인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세르비아를 침공했고, 동맹국들이 하나 둘 전쟁에 뛰어들면서 유럽 전체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이것이 제 1차 세계대전이다.

‘우연’으로 보이는 총성 한 발이지만 역사가들은 전쟁은 예고되어 있었다고 평가한다. 즉 ‘우연으로 보이는 필연’이라는 이야기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사회 곳곳에서 예전에 없던 활기가 생겨나고 있다.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의 과제는 숨을 죽이며 그 개막을 앞두고 있다. 이런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눈치 없는 검사들이 검찰개혁의 총성을 울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법조인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민정수석으로 임명하면서 예고를 하기는 했지만 그 총성은 울리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검찰 스스로 그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 라인으로 알려진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과 ‘국정농단사건’을 수사 지휘했던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부하 검사들과 폭탄주를 곁들인 만찬을 한 것도 모자라 돈봉투를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들만의 은밀한 만찬은 검찰 내부의 제보로 언론을 통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안태근 검찰국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불성실하고 오만한 답변 태도로 물의를 일으켰던 인물로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1000여차례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져 수사대상에 올랐다. 수사를 하는 사람과 받아야 할 사람이 폭탄주를 돌리고 돈봉투를 주고 받은 것이다. 더구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불구속기소한 직후에 벌어진 만찬이다. 

돈봉투에 담긴 현찰은 특수활동비에서 나온 돈으로 밝혀졌다. 영수증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특수활동비는 기관장들의 쌈짓돈, 눈먼돈으로 치부되며 그 사용처에 대한 국민적 감시는 미비했다. 이번 돈봉투 만찬은 특수활동비의 문제점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향후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들을 아연실색하게 한 것은 검찰 스스로는 이 사안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게 무슨 뉴스거리냐?”, “관례대로 했는데 뭐가 문제냐?”는 식이다. 검찰의 자율적인 개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증이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감찰을 지시하자 그제서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은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감찰 대상자의 사표는 수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천명하며 대대적인 감찰에 착수했다. 감찰로 끝날지 수사로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사라예보에 울려퍼진 한 발의 총성이 유럽 전체를 전쟁터로 몰고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전쟁의 기운이 충분히 무르익었던 상태에서 한 발의 총소리가 그 전쟁의 시작을 알렸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여망 역시 충분히 무르익은 상태였다. 다만 누가, 언제 방아쇠를 당기느냐 하는 시간문제였을 뿐이다. 그 시점이 예상보다 빨라졌다. ‘눈치 없는 검사들’이 스스로 방아쇠를 당겼다.

이제 국민들의 시선은 이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흘러갈 것인지에 쏠려 있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거침없이 직진하는 검찰개혁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권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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