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욱의 대선 전망대] 유승민과 바른정당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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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의 대선 전망대] 유승민과 바른정당의 비극
  • 권순욱 칼럼니스트
  • 승인 2017.04.2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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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을 기준으로 대통령 선거는 13일 남았다. 25일부터 재외투표소 투표가 시작돼 이미 대통령 선거 투표도 시작됐다. 29일에는 투표용지가 인쇄되고, 이 날을 기준으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 대한 사퇴 압력도 가중되고 있다.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은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게도 뒤져있다. 새누리당을 탈당해 새로운 보수정당을 만들겠다던 꿈을 안고 1월에 창당한 바른정당은 불과 3개월 만에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은 자유한국당으로 되돌아가거나, 국민의당으로 가거나, 그냥 군소정당 국회의원으로 남거나 하는 몇 개의 선택지 앞에 서있다. 유승민 후보를 향하고 있는 반문재인 단일화 압력은 사실상 후보 사퇴를 의미하지만 유승민 후보는 아직 그럴 의사가 없어 보인다. 설령 유승민 후보가 사퇴라는 결단을 한다해도 바른정당이 안고 있는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사실상 스스로 포박된 공황 상태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이는 무엇보다 바른정당과 유승민 후보의 불분명한 정체성 탓이 크다. ‘새로운 보수’라는 표현이 담고 있는 의미를 유승민 후보 스스로 망각했기 때문이다. 바른정당 창당 이후 이들이 보여준 행보는 기존 새누리당과의 차별성도, 그 법통을 이어받은 자유한국당과의 차별성도 보여주지 못했다. 바른정당이 차별성을 보여준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동참한 것 말고는 거의 없다.

‘새로운 보수, 합리적 보수’는 한국 정치 지형에서 불모지로 남아 있는 영역이다. 이 자리를 차지하기에는 바른정당과 유승민 후보가 보여준 행보는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보수 혹은 합리적 보수’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를 오랫동안 지배했던 냉전적 사고와 결별해야 했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정치인과 정당을 향해 걸핏하면 색깔론을 펴던 기존의 수구적인 보수와는 달라야 했다. 역사적으로 한국의 보수 정당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계열의 정당을 향해 ‘빨갱이’, ‘친북좌파’, ‘종북좌파’ 등 끊임없이 용어만 바꾸어가며 공격했다.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도 합리적 접근보다는 북한과 엮을려는 색깔론을 지속했다.

특히 대통령 선거가 시작된 이후 유승민 후보가 보여준 행보는 많은 국민들이 기대했던 합리적 보수와는 거리가 멀었다. 문재인 후보를 향해 2007년 노무현 정부 당시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걸고 넘어지는 모습은 기존 새누리당이나 자유한국당과 무엇이 다른지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대북문제에 관한 한 새로운 보수를 내팽겨친 모습이었다. 문재인 후보의 안보관이 불안하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유승민 후보의 공격은 바른정당의 존재가치와 유승민이라는 정치인이 갖고 있던 잠재력을 모두 날려버리는 장면이었다.

바른정당과 유승민 후보는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가 불안하게 차지하고 있는 중도보수층을 겨냥해야 했다. 수구적인 안보관에서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 보수적 유권자들을 자신의 지지층으로 흡수해내는 전략을 준비해야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동참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새로운 보수’나 ‘합리적 보수’라는 자격증을 획득하지 못한다. 그것은 각종 정책에 대한 입장으로만 평가되는 영역이다.

국민의당과 안철수 후보가 20% 이상의 지지율을 갖고 있는 것은 새로운 보수의 탄생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원이 일부 담겨있다. 비록 호남이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창당하기는 했지만 그 정치적 위치는 새로운 보수 정당의 가능성이 동력이 되고 있다.

바른정당과 유승민은 어디에 서있는가? 지금이라도 해답을 찾을 의지는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바른정당과 유승민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시한폭탄 시계는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다. 곧 폭발한다. 누가 방아쇠를 당기느냐의 문제고, 누가 당기지 않아도 붕괴는 막을 수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가고 있다. 

<필자 소개>

칼럼니스트 권순욱은 『법률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파이낸셜뉴스』 법조팀장과 증권금융부 기자, 정치웹진 『서프라이즈』 편집장, 『법무법인 광장』 대외협력실장, 『뉴스토마토』 증권부장과 정치경제부장, 『이투데이』 자본시장부장 등을 거친 언론인 출신으로 현재 『권갑장의 정치신세계』 팟캐스트 운영자 및 프리랜서 작가로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글쓰기와 방송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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