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는 역대 대선에 출마한 진보정당 후보 가운데 가장 높은 득표율(6.2%)과 득표수(202만표)를 기록했다. 15, 16, 17대 대선에서는 권영길 후보가 세 번 연속 진보진영 주자로 나섰고, 15대 1.2%(31만표), 16대 3.8%(96만표), 17대 3.0%(71만표)였다.

진보정당의 가능성을 확인하다

그동안은 대선마다 ‘정권교체’ 혹은 ‘민주진보진영의 승리’라는 목표에 밀려 진보정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계열 후보를 지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떠밀리기도 했다. 반면 이번 19대 대선은 일찌감치 ‘문재인 대세론’이 확산되면서 진보정당 지지자들이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온전히 표를 줄 수 있는 선거였다.

심상정 후보는 대선 기간 동안 같은 민주진보진영이라고 할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후보와 확실하게 차별화된 정책과 노선을 선보였다. 그러나 심상정 후보가 내세운 정책의 실현가능성은 비판을 피하기 힘들었다. 선명하고 확실한 정책의 이면이다.

대선 막판에는 10% 득표율을 넘기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지지율이 급등하기도 했다. 여러 언론 매체는 심상정 후보를 주목했고, ‘심언니’ 혹은 ‘심블리’의 인기가 크게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여론이 언론의 띄워주기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 심상정 후보의 능력이 제대로 평가받으면서 생긴 현상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어떻든 선거 결과만 갖고 이야기하자면 선거 막판 심상정 후보의 인기 상승은 언론에 의해 부풀려진 측면이 있음을 완전히 부인하기는 힘들다.

올해 1월부터 많은 언론은 문재인 대세론을 깨기 위해 다양한 후보를 주목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서부터 더불어민주당의 안희정 충남도지사, 황교안 전 국무총리,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거쳐 막판에 선택된 인물이 심상정이라는 것이다.

이런 배경 분석과는 별개로 역대 진보정당 후보로는 가장 높은 6.2%의 득표율과 202만표의 득표수를 기록한 점은 일단 그가 이뤄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총선과 비교하면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역대 대선과 비교하면 긍정적으로 볼 수밖에 없지만 2016년에 치러진 20대 총선과 비교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총선과 대선 투표자수는 각각 2443만 명(58.0%)과 3280만 명(77.2%)이다. 이번 대선 투표자 수는 총선과 비교하면 800만 명 이상 늘어났다. 총선 대비 대선 투표자 수는 30% 정도 늘어난 수치다.

정의당은 20대 총선 당시 7.23%의 득표율과 172만표의 득표수를 기록했다. 이번 대선의 득표율 6.2%와 득표수 202만표를 총선과 비교하면 사실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득표율은 오히려 내려갔고, 득표수 증가는 30만표에 불과하다. 투표자 수가 총선 보다 800만 명 이상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정의당을 지지한 유권자 수는 평균 이하라고 볼 수 있다. 이번 대선 득표율을 기준으로 봐도 50만표는 더 획득했어야 한다. 총선 당시 비례 득표율을 기준으로하면 60만 표는 더 얻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30만 표다.

특히 우려할 점은 총선 비례투표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던져준 표도 많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선을 거치면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정의당에 대한 비토의 목소리가 커졌고, 실제로 비례투표에서 더 이상 정의당에 표를 주지 않겠다는 유권자가 크게 증가했다. 이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2020년 21대 총선을 치러봐야 알겠지만 정의당에 드리운 먹구름임에는 분명하다.

또한 급진적인 노선이나 정책이 젊은 유권자들에게는 먹히는 측면이 있겠지만 그 이상의 확장성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도 심각하게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대중적 진보정당’이라는 가치는 그야말로 대중성 확보에 달려있다. 단순히 심상정 후보라는 정치인이 대중성을 확보한다고 대중적 진보정당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정의당이 내세우는 철학과 정책이 대중들 눈높이에 맞아야 성취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정의당 내의 과거 운동권처럼 사고하고 행동하는 정치인과 당원들이 얼마나 시대변화에 발맞추는가, 대중들의 눈높이에 자신들의 언행을 맞추려 노력하는가가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도 세심하게 다루어야 할 과제다. 과거 2004년 민주노동당이 10석을 획득하며 성과를 올린 것이 자신들의 실력 때문인지, 아니면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으로 밀고 올라가면서 동반 상승한 것인지 잘 판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2004년 이후 열린우리당과 협력적 관계보다는 적대적 관계 설정으로 함께 몰락했던 역사를 복기할 필요도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가치나 철학, 정책이 같지 않다. 명백히 다른 정당이다. 따라서 경쟁은 피할 수 없다. 굳이 하나의 범주로 묶어서 ‘한 편’이라고 인식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 차이점을 분명히 하고, 서로 다른 정당, 서로 경쟁하는 정당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전제로 서로 대화하고 타협하면서 정책 부분에서 서로의 주장을 조금씩 관철해나가는 실험이 필요하다.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총선은 이번 대선의 성과가 어떤 성격을 가진 것인 것 보다 분명하게 드러낼 것이다. 이번 성과가 일회적이냐 아니냐는 지금부터 정의당이 취하는 행동양태에 따라 그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그것은 19대 대선 결과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 권순욱의 '19대 대선 분석' 연재 순서
① 문재인 대통령 당선의 역사적 의미
② 문재인 대통령, 어떻게 만들어졌나
③ 깨진 콘크리트, 자유한국당의 운명은?
④ 절반의 성공,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
⑤ 유승민과 바른정당, 실패 이유는 복기했나?
⑥ 정의당, 과연 성공한 것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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