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욱의 작심직설] 프랑스 총선이 한국 정치에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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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의 작심직설] 프랑스 총선이 한국 정치에 주는 교훈
  • 권순욱
  • 승인 2017.06.14 18: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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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결선투표가 남았다. 그래서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에는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충격적’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지난 10일 나온 프랑스 총선 1차투표 결과 이야기다.

현재 프랑스 언론 등 외신에 나오는 예상을 보면 엠마뉘엘 마크롱이 이끄는 집권연합(REM-MD)은 결선투표에서 390석에서 많게는 445석까지 내다보고 있다. 전체 의석수가 577석임을 감안하면 77%의 의석수를 마크롱의 집권당이 가져간다는 이야기다.

이에 반해 그동안 프랑스 정치를 양분했던 공화당과 사회당은 그야말로 붕괴 수준이다. 공화당은 기존 229석에서 절반 수준에 불과한 80석에서 132석이 예상되고 있다. 사회당은 더 충격적이다. 사회당은 현재 331석으로 제 1당이다. 그런 사회당은 이번 총선에서 고작 15석에서 40석이 예상되고 있다.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게 역사의 심판을 받고 퇴장하는 수준에 처했다.

공산당은 아예 의석수 획득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새로운 좌파 정당인 불굴의 프랑스도 10~23석, 장 마리 르펜의 극우정당인 국민전선도 득표율 3위를 기록했지만 3~10석이 예상되고 있어 원내 교섭단체 구성조차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그야말로 마크롱의 신당이 프랑스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번 프랑스 총선 결과는 1958년 드골에 의해 출범한 프랑스 5공화국이 사실상 해체되고 새로운 공화국이 탄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0년간 프랑스 정치를 양분했던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의 대결구도가 붕괴했다. 이념에서 자유로운 중도성향의 정당이 기존 체제를 대체하게 됐다. 마크롱 체제가 얼마나 갈지는 알 수 없지만 20세기를 풍미했던 프랑스식의 이념대결 구도의 정치는 종식을 고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0%를 넘어 80%에 육박하는 의석을 하나의 정당이 휩쓴 사례는 한국 정치에도 있었다. 1960년 이승만 전 대통령의 자유당이 4.19혁명으로 붕괴하고 치른 5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민주당이 하원에 해당하는 민의원 선거에서 233석 가운데 75%가 넘는 175석을 휩쓴 전례가 있다. 당시 민주당은 오늘날 더불어민주당과 비슷한 정체성을 가진 정당이었다.

프랑스 총선은 한국 정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5월 10일 치른 제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후보는 41.1%의 득표율로 2위와 557만표 차이로 이겼다. 역대 대선에서 2위 후보와 가장 큰 표 차이를 기록했다. 취임 이후에는 그야말로 신기록을 작성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는 한편 장관 인사청문회를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는 데도 불구하고 높은 지지율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50%가 넘는 지지율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정당은 한 자릿수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석수 하나 없는 마크롱을 대통령으로 선출하고, 뒤이어 치러진 총선에서 77%의 의석수를 마크롱에게 밀어줄 것으로 보이는 프랑스처럼 한국에서도 지금 총선이 치러진다면 더불어민주당이 전체 의석의 70% 이상을 가져갈 가능성이 충분한 상황이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좌파와 우파,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이념적 대결을 벌이던 정치구도가 종말을 고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현실은 단순한 좌우 구도의 대결로 개선할 수 없으며, 개별 정책이 공동체 구성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냐 말 것이냐를 구체적으로 따지는 시대에 돌입했음을 시사한다.

여전히 70년대 박정희 정권이 만들어놓은 ‘반공’, 더 정확하게는 ‘반북’에 터잡은 극우지향성의 자유한국당, 유럽에서 수입한 이념정당을 지향하고 있는 정의당, 자유한국당보다는 좀더 유연한 경제정책을 표방하고 있지만 이념적으로는 여전히 낡은 반북정서에 기대고 있는 바른정당 등은 프랑스 총선 결과를 곰곰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산술적 중간 혹은 기계적 중간을 중도로 착각하며 불분명한 정체성을 보여주고 있는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낡은 이념 위주의 정당이 설 자리는 점점 없어지고 있다. 20세기를 풍미했던 이론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게 프랑스 정치가 한국 정치에게 주는 교훈이다. 프랑스 총선 결과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 정치에서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2020년 총선은 이제 2년 10개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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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엽 2017-06-14 23:38:31
기자님, 정치신세계 잘 듣고 있습니다. 저희는 언론을 통해서 정보를 얻고 있으니 저희가 이 사회를 똑바로, 정확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공부하는 시민이 되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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