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표정이 달라졌다. 세상 공기가 달라졌다고 말한다. 불과 열흘만에 벌어진 일이다. 5월 9일 투표, 10일 오전 취임식, 이후 거침없이 미리 준비를 다 해놓았다는듯이 거침없이, 그러나 물흐르듯이 그렇게 열흘이 흘렀다.

취임 첫 날에는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야당 대표들을 만나기도 했으며 자유한국당 당사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어 이낙연 국무총리, 서훈 국정원장,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주영훈 대통령 경호실장을 문 대통령이 직접 브리핑을 하며 국민들에게 소개하는 파격을 보여줬다.

취임 직후 보여준 외교행보는 그야말로 ‘준비된 대통령’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취임 첫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한 데 이어 10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통화를 했다. 11일에는 영국 메이 총리, 메르켈 독일 총리, 푸틴 총리와 잇달아 통화를 했고, 14일에는 5개국 특사를 임명하며 난맥상을 보였던 외교문제를 전격적으로 해소해나가는 과감함을 보여주었다. 홍석현 미국특사, 이해찬 중국특사, 문희상 일본특사 등은 동시다발적으로 해외로 날아가 사드배치, 위안부 문제 등 각국과 민감한 현안에 대한 문 대통령의 의견을 전달하며 외교정상화의 물꼬를 트고 있다.

10일에는 임시국무회의를 열어 청와대 직제 개편안을 처리하며 ‘문재인 정부’의 골격을 보여줬다. 직후에 황교안 국무총리 사표를 수리하고 최순실-정윤회-세월호 사건 재조사를 천명하며 2016년 촛불혁명에 담긴 ‘적폐청산’의 깃발을 올렸다.

12일에는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하고,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가 좌천되어 결국 사표를 낸 박형철 변호사를 분부패비서관으로 임명해 박수를 받았다. 특히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것과 국정교과서 정상화를 지시하며 박근혜 정부의 적폐청산에 박차를 가했다.

‘스승의 날’인 15일에는 세월호에서 숨졌지만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을 인정받지 못했던 단원고의 고 김초원 교사의 부친과 통화를 하며 순직 처리를 해당 부처에 지시를 하기도 했다. 이날 청와대 대변인에 경쟁자였던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측근인 박수현 전 의원을 대변인으로 임명하며 대탕평 인사 원칙을 재확인했고, 문 대통령의 최측근의 상징인 ‘3철’ 가운데 선출직인 전해철 의원을 제외한 이호철 전 민정수석과 양정철 전 비서관이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16일에는 한미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했고, 각국에 파견된 특사들은 속속 희망적인 소식을 국내에 전하며 대한민국 외교가 정상화가 되고 있음을 증명했다.

5월 18일 광주에서 열린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은 숱한 미담을 쏟아내며 문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기존 관례와는 다르게 ‘민주의 문’을 차로 통과하지 않고 직접 걸어서 행사장으로 들어갔으며, 기념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주며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이 박제된 역사가 아닌 오늘날 살아있는 역사임을 상기시켰다. 특히 이날 기념사는 국가의 역할이 국민들의 생명과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라는 당연한 대원칙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미를 남겼다. 또 5.18둥이로 아버지를 잃고 평생 아버지의 존재를 모르고 살았던 김소형씨의 추모사가 끝나고 뒤따라가 안아주며 아버지 자리를 대신해 준 모습은 대통령이 어떤 자리에 있는지를 확연하게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인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김상조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에 임명하면서 재벌개혁 의지를 확실하게 표명했고, 국정원 댓글단 사건을 수사하다 좌천돼 한직으로 떠돌던 윤석열 특검수사팀장을 파격적으로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하며 검찰개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어 김이수 헌법재판관을 헌법재판소장에 지명한 점도 개혁의지를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김 재판관은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당시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낸 바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는 세월호 침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대통령의 책임을 확실하게 적시하는 보충의견을 내며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해준 바 있다.

어떤 사람들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열흘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민을 온 것 같다”, “이게 나라냐? 천국이냐?”, “대통령 한 사람 바꾸었을 뿐인데 다른 세상이 되었다”, “국민들의 눈물을 닦아준다더니 눈물 흘리게 만든다”.

우리가 살아온 지난 9년의 시간은 국가권력 앞에 주눅들어 말조심을 하고, 글쓰기를 조심하고, 사찰을 당하고, 조심하라는 은근한 협박을 당하고, 블랙리스트에 올라서 불이익을 당하고, 특히 대통령은 ‘지엄한 존엄’으로 떠받들었던 시간이었다.

지난 열흘은 9년간 쌓인 많은 국민들의 응어리가 풀어지는 시간이었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눈물 흘리고, 웃음을 되찾고, 더 나은 세상을 꿈꿀 수 있는 근거를 찾은 날들이었다.

문 대통령의 열흘이 5년간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때로는 시련도 닥치고, 난관에 부딪치고, 실망도 하며 고속도로만 달리는 게 아니라 구불구불 난 비포장도로도 달릴 것이다.

그러나 희망의 근거를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하다.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조심조심 아껴가며, 서로가 자신의 욕심을 조금은 덜 내세우고, 내 주장을 조금은 양보하며, 서로를 응원해가며, 조금은 더디더라도 하나씩 차근차근 고쳐나간다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매일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열흘은 그런 희망을 갖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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