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8년이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부엉이바위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생을 마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리 곁을 떠난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

5월 23일은 그렇게 대한민국 역사에 아로새겨졌다. 5월 18일이 전두환 독재정권에 항거한 광주 민중이 피를 흘렸던 날로 기억된다면 5월 23일은 노무현이 피를 흘렸던 날로 기억된다. 이 두 개의 역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지킨 날로 기록될 것이다. 노무현의 죽음은 석달 뒤 김대중의 죽음으로도 이어지기도 했다. 이 죽음은 궤멸 위기에 빠졌던 민주주의 진영을 지켜냈다.

또한 ‘포괄적 뇌물’이라는 혐의를 덮어씌우려던 이명박 정권의 압박은 수사를 마친 후 23일이나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았던 초유의 ‘검란(檢亂)’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질서가 부여한 검찰권을 정당하게 사용하지 않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언론에 흘리며 여론을 조장했던 23일간이었다. 그래서 이 때의 검찰은 그야말로 민주주의에 반역한 날, ‘검사들의 반란’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친구 노무현의 죽음을 세상에 알렸던 문재인이 제 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어 보고를 하러 간다. 다짐을 하러 간다. 어느 세계 역사에서도 볼 수 없는 역사적인 장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미 공언한 바 있다.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정권교체 뒤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에서 '이제 편히 쉬십시오. 못다 이룬 꿈 제가 다 하겠습니다. 다시는 정권 뺏기지 않고 다음에도 또 그 다음에도 여기 자랑스러운 후배들이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사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가족은 물론이고 그와 함께 정치를 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동지들, 그리고 그 지지자들은 지난 8년간 ‘탈상(脫喪)’을 하지 못했다. 노무현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 분노, 회한, 고통, 번뇌가 이어진 시간이었다. 이제 그 시간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과 취임으로 역사의 시간으로 들어가는 순간이다. 진정한 탈상이다.

이날 추도식은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자리다. 김대중이 밭을 일구고, 노무현이 씨앗을 뿌려놓은 민주주의의 역사가 문재인 시대에 그 열매를 맺겠노라고 약속을 하는 자리다. 슬픔과 분노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의 새로운 주류 시대 개막을 알리는 다짐의 자리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로 이어진 보수정권에 맞섰던 민주진보정권이 대한민국 헌법에 숨결을 불어넣고, 민주주의의 진전을 일구어내고, 우리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내겠다는 약속을 새기는 자리다.

이는 대한민국 시민들과 함께 일구어온 민주주의 역사가 소수의 정치 엘리트의 기득권 쟁탈전이 아니라, 다수의 행복을 만들어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부여받는 맹세의 날이다.

이제는 아픈 과거와 작별할 시간이다.

“문재인을 친구로 둔 내가 자랑스럽다”고 외치던 노무현이 저 하늘 위에서 오늘의 추도식을 기쁘게 맞으며 웃고 있을 것이다. 이제 슬픔과 작별하고 활기찬 미래로 나아가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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