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팔아먹어도 지지해주는 콘크리트 지지율이 있다’. 자유한국당을 두고 일컫는 말이다. 전신인 새누리당, 그 이전의 한나라당, 신한국당, 민자당, 민정당이 굳건하게 지켜온 마지노선은 실제로 존재했다. 역대 대통령 선거와 총선거 통계를 보면 마지노선은 노태우씨가 1987년 대선에서 획득한 36%다. 그 이후 어느 선거에서도 36% 이하로 내려간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이는 대한민국 전체 유권자의 25%를 점하고 있는 영남을 지지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콘크리트 지지는 불가역적으로 깨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제 19대 대선에서 그 콘크리트는 깨졌다.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는 24.0%,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는 6.8%를 득표했다. 두 후보의 득표율을 합치면 30.8%다. 콘크리트 지지는 잘 봐줘야 30%대고, 새로운 보수를 표방한 바른정당을 제외하며 24%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대통령은 41.1%,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가 6.2%를 득표해 합치면 47.3%다. 이는 2012년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가 획득한 48.0%에 근접하는 수치다. 결과적으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보수진영에 균열을 냈음을 알 수 있다.

콘크리트 지지기반인 영남지역만 살펴봐도 확연하다.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구에서 80.14%, 경북에서 80.82%, 부산에서 59.82%, 경남에서 63.12%, 울산에서 59.78%로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반면 문재인 후보는 대구 19.53%, 경북 18.61%, 부산 39.87%, 경남 36.33%, 울산 39.78%였다.

19대 대선에서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을 합쳐서 보면 대구 58.0%, 경북 57.4%, 부산 39.2%, 경남 43.9%, 울산 35.6%다.

18대 대선과 비교하면 대구 21.86%, 경북 23.42%, 부산 20.62%, 경남 19.22%, 울산 24.18%나 빠졌다. 영남지역 전반적으로 20% 넘는 지지 기반이 문재인 대통령과 안철수 후보로 빠져나간 것이다.

콘크리트 지지기반 복원은 가능한가?

향후 자유한국당의 과제는 1987년 이후 굳건하게 지켰던 지지기반을 복원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 여기에는 중요한 키워드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지역주의’, 또 하나는 ‘색깔론’이다. 홍준표 후보는 선거유세에 돌입한 이후 줄기차게 두 개의 키워드로 지지기반 복원을 시도했다. 그 결과가 24%이 득표율이다.

그렇다면 향후 자유한국당이 24%를 넘어서는 지지율을 복원할 수 있을 것이냐다. 결론적으로 불가능하다. 자유한국당의 TK지역 지지기반을 잠식한 안철수 후보는 이미 5년 후 재도전을 선언했다. 그 지지세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을 떠나 자유한국당으로 되돌아간다고 볼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TK에서 소폭이지만 18대 대선보다 3%P 정도 상승한 22%에 근접하는 득표율을 기록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이 지역에서 5% 정도의 득표율을 올린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는 8%p 상승했다고 보는 게 맞다. 특히 부산∙울산∙경남지역은 완전히 붕괴했다고 볼 수 있다. 경남에서 홍준표 후보가 간신히 1위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문재인 대통령과의 차이는 불과 0.5%p다. 부울경지역은 더 이상 자유한국당의 지지기반이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선거의 특징은 기존 대선 구도에서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지역주의와 색깔론의 완화다. 자유한국당의 전매특허가 무력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지형변화에 자유한국당은 적응할 수 있을까? 일단 대선 이후 자유한국당의 태도를 보면 기대하기 난망하다. 홍준표 후보가 획득한 24%의 지지기반을 토대로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축소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이는 새로운 보수정당인 바른정당이 ‘자강론’과 ‘연대론’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지만 독자적인 행보를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가능성은 굉장히 낮아보이지만 설령 바른정당이 다시 자유한국당과 합치더라도 깨진 콘크리트를 복원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지역주의와 색깔론을 대체하고 있는 세대론

이처럼 자유한국당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예상하는 것은 세대론의 부상이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KBS∙MBC∙SBS 방송3사 출구조사를 보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만이 20대와 30대에서 각각 13.2%와 8.9%의 지지를 받았을 뿐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는 통계가 잡히지 않을 정도로 버림받았다.

물론 50대 이상 유권자가 훨씬 많은 조건이기 때문에 노령층을 지지기반으로 삼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50대와 60대 이상에서도 26.8%와 49%의 지지에 그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62.5%와 72.3%와 비교하면 노령층도 더 이상 확고한 지지기반이라고 말하기 힘든 상황이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자유한국당은 2020년 총선을 기점으로 TK지역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바른정당을 다시 흡수하는 등의 변화가 있다면 그 정도로 몰락하지는 않겠지만 바른정당 소속 국회의원 일부가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갈 수는 있겠지만 당 차원으로 흡수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자유한국당의 미래는 ‘TK자민련’이라는 표현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둔 친박과 비박 간 당권투쟁

이 같은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은 이미 당권 투쟁에 돌입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친박과 비박 간 힘겨루기는 피하기 힘들어보인다. 현 상태로 가면 TK지역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구 의원들은 장래를 보장하기 힘들다. 물론 20%의 지지기반을 갖고 있지만 필승조건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현재 자유한국당 다수세력인 친박이 쉽게 물러날 것 같지도 않다. 문제는 확고한 리더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을 거쳐오면서 김영삼, 이회창, 박근혜라는 확고한 리더십이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 이런 리더십 공백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

외부에서 모셔올 인물도 마땅치가 않다. 당도 노쇠했고, 그 지지기반도 너무 노쇠했다. 새로운 활력을 일으키기엔 인물이 너무 없다.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당권정지에서 풀려 다시 당을 장악하기 위해 나설 가능성이 크다. 또 다른 친박 핵심인 윤상현 의원이 나설 수 있겠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너무 짙다.

세대교체를 통해 당을 혁신할 수 있는 리더십도 부재한 상황에서 바른정당이 새로운 보수를 표방하며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결국 자유한국당이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친박 세력의 전면 후퇴, 바른정당과의 합당을 통한 당권 이양 등이다. 그러나 이런 처방이 가능할까? 당장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놓고 양보를 해야 하는 데 가능할 것 같지 않다.

홍준표 후보는 당내 비주류다.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당권 투쟁에 뛰어들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문제는 홍준표 후보가 당권을 잡는다하더라도 24%의 한계를 뛰어넘기는 힘들어보인다는 점이다.

결국 새로운 인물 영입을 통한 쇄신책이 유일한 해법으로 보인다. 누가 자유한국당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구세주가 잘 보이지 않는다. 이미 재창당한 마당에 또 다시 재창당 수준으로 환골탈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 상태로라면 자유한국당은 서서히 말라죽는 고목 신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쉽게, 빠르게 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 권순욱의 '19대 대선 분석' 연재 순서
① 문재인 대통령 당선의 역사적 의미
② 문재인 대통령, 어떻게 만들어졌나
③ 깨진 콘크리트, 자유한국당의 운명은?
④ 격랑속으로 들어가는 국민의당
⑤ 바른정당, 실망은 이르다
⑥ 정의당은 과연 선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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