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욱의 작심직설] 대통령과 기업인의 만남, 새로운 질서 만드는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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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욱의 작심직설] 대통령과 기업인의 만남, 새로운 질서 만드는 계기로
  • 권순욱
  • 승인 2017.07.2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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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7일과 28일 이틀 동안 청와대 상춘재에서 기업인들을 만난다. 27일에는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한화, 신세계, 두산, CJ, 오뚜기를, 28일에는 삼성, SK, 롯데, GS, 현대중공업, KT, 한진을 만난다.

이번 간담회는 오후 6시부터 25분가량 야외에서 호프타임을 갖는다. 소상공인이 만든 수제맥주와 친환경 요리가이자 '방랑식객'으로 유명한 임지호 쉐프가 요리를 한다. 임 쉐프가 직접 요리에 담긴 이야기도 들려준다고 한다. 이후 실내로 이동해서 약 1시간 정도 대화를 나눌 계획이다. 사전에 준비한 자료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재계 서열상 참석 대상이라고 할 수 없는 오뚜기가 초대받으면서 화제를 모았던 이번 간담회는 문재인 정부의 새로운 경제정책과 초고소득 기업에 대한 세율 인상이 발표된 직후에 만나는 것이라 어떤 얘기들이 오갈지 관심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쪽에서는 문 대통령을 비롯해 김동연 경제부총리, 백운규 산업부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임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반장식 일자리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등 주요 각료와 비서관이 참석해서 함께 대화를 나눈다.

형식이 내용을 좌우한다는 말이 있다. 형식이 권위적이고 딱딱하면 내용도 겉돌기 쉽고, 형식이 자유로우면 아무래도 말이 편하게 나오게 마련이다. 이번 간담회는 과거의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의례적 만남과는 형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측면에서 기대감이 크다.

이번 간담회는 향후 정부와 기업 간의 새로운 관계와 질서 형성의 전환점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에는 기업인들이 개입되어 있다. 기업이 권력을 이용한 것인지, 권력이 기업인들의 목을 비틀었는지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그 둘의 관계가 투명하지 못하고 정상적이지 않은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권력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추구했던 어두운 역사가 대한민국 기업인들에게는 원죄처럼 있다. 한동안은 서슬 퍼런 권력이 기업을 쥐락펴락했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에는 그 관계가 일시적으로 깨지기도 했다.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증언하듯 권력과 기업의 관계는 지난 9년간 역주행을 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간담회는 권력에 빌붙어 부당한 이익을 추구했던 우리 기업들의 어두운 과거와 결별하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맥주잔을 부딪치며, 준비된 자료 없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하는 문화 자체가 낯설 수도 있다. 빨리 적응해야 한다. 이는 권력과 기업의 수평적 관계 형성을 알리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시장경제질서는 국가권력이 기업을 부당하게 쥐락펴락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고, 기업이 자본력을 앞세워 민주적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 질서다. 그동안 일그러진 국가권력과 기업 간 관계는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청산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과의 맥주간담회에 일자리, 법인세 인상 등 무거운 주제들도 빠질 수는 없겠지만, 풀어헤친 넥타이만큼이나 자유로운 대화가 오가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 민주주의에 의해 통제받는 국가권력, 국가권력의 부당한 압력을 받지 않는 기업, 그런 질서를 만드는 첫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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