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부터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가 금지된다. 다만 2일까지 조사한 결과를 인용 보도하는 것은 가능하기 때문에 2일까지의 여론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주목된다. 현재까지 흐름을 보면 줄곧 2위를 달리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에게 역전당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이기도 하다. 홍준표 후보는 지난달 9일 밤 경남도지사에서 사퇴하고 10일부터 본격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한국의 트럼프’, ‘홍트럼프’라는 별명에 걸맞게 직설적인 화법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후로 움츠렸던 보수세력에게 자신감을 불러일으키며 흩어진 표를 결집하고 있다.

그 동안의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도 한국 보수세력의 정서를 자극하는 발언으로 상대 후보들을 공격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홍카콜라’라는 별명이 만들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2위 경쟁자인 안철수 후보를 향해 직설적인 공격을 서슴지 않았다.

"북한은 돈 안 주면 대화 안 합니다", "지도자가 되려면 결단과 결기가 중요하지, 오락가락해서 되겠습니까", "햇볕정책 공이 뭡니까, DJ가 할 때는 돈 22억 달러 주고 북한 한 번 갔다온 것 밖에 없어요", "그럼 안철수당이네요?"(안철수 후보가 자신을 '국민의당을 창당한 창업주'라 소개하자)라고 공격했다.

문재인 후보를 향해서는 "색깔론이 아니라 본질론", "블랙리스트? 경남지사 시절 친북단체에 대한 행정지원 끊었다", "지금의 북핵문제, DJ·노무현 정부 10년에서 70억 달러 이상 북한에 퍼줬기 때문"이라며 기존 보수세력을 대변하는 발언을 집중했다. 외형상 문재인 후보를 공격했지만 상처는 안철수 후보가 입었다.

그 결과 각종 여론조사에서 홍준표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 접전을 벌이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제 관심사는 두 사람 간의 ‘실버크로스’가 일어날 것인가이다. 실버크로스는 1-2위간 교차를 골든크로스라고 부르는 데 빗대어 2-3위간 교차를 지칭하는 용어다.

홍준표 후보의 부상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명확한 정체성에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후로 보수정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반문재인’이라는 목표 하나로 여러 후보를 기웃거렸다. 1월의 반기문, 2월의 안희정, 3월의 안철수를 거쳐 유랑민처럼 떠돌던 보수 지지층이 4월 이후 홍준표로 결집하는 양상이다.

특히 3월 이후 안철수 후보가 언론들의 지원속에 보수 지지층을 흡수하며 한때 문재인의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지만 불명확한 정체성이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국민의당이 박지원 대표를 비롯한 호남세력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는 점도 기존 보수 지지층을 강력하게 붙들어매지 못하는 약점으로 작용했다. ‘박지원 상왕론’도 발목을 잡았다. 특히 ‘문재인을 떨어뜨리자’는 목표가 점점 가능성을 잃어가면서 안철수 후보의 가치가 희석되고 있다. 안철수 후보를 지지해야 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 본인은 기존의 진보-보수 대립 구도를 타파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그 정체성은 불분명하다. 진보-보수를 넘어서는 것도 나름의 가치와 비전, 철학이 명확해야 한다. 안철수 후보는 ‘미래’라는 키워드를 제시했지만 그 ‘미래’가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반문재인’이라는 목표는 철학도, 가치도, 비전도 결코 될 수 없다. 안철수 후보의 부상과 몰락은 ‘자기 비전의 부재’가 정치라는 영역에서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보여준다.

아직 안철수 후보가 완전히 몰락했다는 증거는 없다. 그러나 홍준표 후보와 실버크로스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까지 이른 것은 몰락의 징조다. 왜냐하면 홍준표 후보는 기존 보수 지지층을 향해 뚜렷하고 확실하게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반문재인’, 즉 ‘문재인 낙선’이라는 목표의 달성이 가능성이 희박해져간다면 장차 보수세력의 재기를 위해서는 자기 정체성이 분명한 후보를 밀어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5월 대통령 선거로 모든 선거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당장 1년 후인 내년 6월에는 지방동시선거가 열린다. 개헌 국민투표도 함께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대선은 내년 지방선거를 위한 초석 다지기 성격도 갖고 있다. 따라서 보수 지지층은 미래를 기약하기 위해서라도 자기 세력을 보존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더구나 새누리당을 탈당해 ‘새로운 보수, 합리적인 보수’를 표방하며 창당했던 바른정당이 붕괴 직전에 도달했다. 유승민 후보의 지지율은 5%에 갇혀있고, 13명의 의원은 홍준표 지지 선언을 하며 자유한국당으로 되돌아가려 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 지위도 상실했다. 급격히 홍준표 후보 쪽으로 보수층이 결집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안철수는 이 같은 홍준표의 부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인가? 무엇으로 막을 것인 가? 막을 수 없다면 지켜야 할 가치나 비전은 무엇인가?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은 지금 큰 숙제를 안고 있다. 왜 정치를 하고 있으며, 어떤 가치를, 어떤 철학으로, 어떤 세력으로, 어떤 유권자를 향해 소구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시간이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가 아니라 지금 당장 고민해서 9일까지 어떻게 선거를 치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홍준표 후보의 부상은 충분히 예견됐다. 그것은 한국의 전통 보수 지지층의 역대 투표 성향을 보면 알 수 있다. 최저 800만표는 흔들림없는 자유한국당 지지층이다. 홍준표 후보는 이 지지층을 잘 결집시켰을 뿐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그리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자신들이 서야 할 곳을 제대로 찾지 못한 결과 현재의 위기에 몰렸다. 역사적으로 정주영, 박찬종, 문국현 등의 제 3후보가 왜 몰락했는지, 1997년 이인제는 어떻게 경쟁력 있는 3후보가 되었는지를 공부해야 한다.

안철수는 지금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는 홍준표의 부상이 가져온 결과가 아니라 ‘정치철학의 부재’를 안고 있는 안철수 본인의 문제다. 이 사실부터 인정하는 게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필자 소개>

칼럼니스트 권순욱은 『법률신문』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파이낸셜뉴스』 법조팀장과 증권금융부 기자, 정치웹진 『서프라이즈』 편집장, 『법무법인 광장』 대외협력실장, 『뉴스토마토』 증권부장과 정치경제부장, 『이투데이』 자본시장부장 등을 거친 언론인 출신으로 현재 『권갑장의 정치신세계』 팟캐스트 운영자 및 프리랜서 작가로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글쓰기와 방송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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