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가 17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기업은행 사기펀드 형사고발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현식PD]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가 17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기업은행 사기펀드 형사고발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현식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IBK기업은행이 판매한 디스커버리 펀드 피해자들이 본격 소송전에 나서면서 윤종원 행장의 고민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17일 기업은행 디스커버리 펀드사기 피해자들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금감원의 신속한 검사와 디스커버리자산운용에 대한 형사고발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현장에선 상품을 판매 은행들이 피해자들로부터 '50% 선보상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형사고소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문구를 포함시켰다는 새로운 폭로가 이어졌다. 

기업은행 이사회는 앞서 '선 가지급 후 정산'의 방식으로 50%를 먼저 보상하는 방안을 결정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결정한 최종 보상액과 환매 중단된 펀드의 최종 회수액이 결정되면 차액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보상 비율을 둘러싼 윤종원 행장과 피해자들의 인식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윤 행장의 고민은 100%를 먼저 보상했을 경우 되돌려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라며 "여러곳 자문을 구한 결과 50%가 결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이에 대해 "사태의 심각성을 외면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후안무치한 행태"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금감원 검사에 대해서는 "책임 회피 시간을 벌어준 점에서 늦은 감이 있다"며 "분쟁조정 일정이라도 미리 피해자들에게 알려달라"고 재촉했다.

윤종원 행장이 지난 8일 피해자 간담회를 가진 것에 대해서도 "여론 무마용 피해자 청취쇼"라고 깍아내렸다. 이들은 기업은행이 자율배상을 거부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금감원이 ‘자율배상’ 을 실시하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법적 쟁점인 '배임'에 관해서도 이들은 "금감원이 100% 배상이 이뤄져도 배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기업은행에 하달하라"며 "기업은행도 디스커버리에 사기당했다면, 피해자에게 먼저 지급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들의 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50% 선보상 동의서' 문건.
디스커버리펀드 피해자들의 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50% 선보상 동의서' 문건.

이런 가운데 기업은행이 피해자들에게 50%선보상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형사고소를 차단하기 위한 부제소합의 문구를 넣은 사실도 드러났다.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 신장식 변호사가 공개한 '기업은행 선가지급 보상 동의서'를 보면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따른 보상비율이 확정·정산시 (해당 사안에 동의한) 고객은 기존에 제기한 민원과 고소·소송 등을 취하해야 한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키코사건부터 금감위 분쟁조정 결과를 보면 주석으로 형사는 예외로 한다고 적혀 있는데 민사상 합의를 했다고 형사 고소도 못하게 한 것은 말이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신한금융투자와 우리은행 문건에도 이 같은 조건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은 지난 3월 25일 지역의 WM센터에서 열린 모 부행장과의 면담에서 "기업은행도 디스커버리자산운용에 사기를 당했다"는 설명을 듣고, 이와 관련한 '형사 고발 조치'와 '윤종원 행장 파면'을 요구했다. 아울러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이 장하성 주중대사의 동생이자 열린우리당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원 대표의 회사라서 형사 소송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기업은행이 2018년 이후 판매를 시작한 펀드 중 가장 많이 판매한 자산운용사 및 증권사의 상품이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펀드라는 이유로, 검찰수사가 진행된다면 정치금융과 사모펀드가 결탁한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있다.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은 2018년에서 2020년 4월까지 기업은행에서만 총 5842억5251만원 가량의 상품을 판매했으며, 가입자 수도 197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해당 기간 기업은행 전체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판매액 2조134억원 중 28.4%를 차지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사기를 당했다는 것이 공식 입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펀드 한 피해자는 "장하성 동생 펀드라는 이유로 업계 최하위 업체가 국책은행에서 가장 많은 사모펀드를 판매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기업은행이 디스커버리자산운용에 어떤 사기를 당했는지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상=최현식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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