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주 한국증권법학회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본시장법 정신'에 관해 설명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안경선PD]
강희주 한국증권법학회장이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자본시장법 정신'에 관해 설명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안경선PD]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라임·디스커버리 펀드 손실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장기화되면서 '경영판단의 원칙'과 '자본시장법 정신'에 충실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해법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2일 우리·신한·하나·기업·부산·경남·농협은행 등 7곳이 라임 펀드 선보상을 위한 협의체 구성에 나섰고, 디스커버리펀드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서도 IBK기업은행이 50% 선보상 방침을 밝혔다. 금감원은 신한·우리·기업은행에 현장조사에 나서 불완전판매 여부를 들여다 보고 있다.

업계에선 '투자상품 판매 규제 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크다. "투자상품의 위험은 투자자가 감내할 부분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가운데, 금융권과 법조계에서도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일반투자자까지 참여할 수 있는 구멍 뚫린 제도가 결국 문제"라고 보고 있다.

금융위, 나이·재산으로 전문성 따지는 어이없는 기준 제시

본지가 만난 강희주 한국증권법학장은 "정부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개념을 도입하고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일반 투자자 요건을 강화했지만, 실상은 판매 규제"라면서 "전문투자자는 경험과 교육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라임사태 후속조치로 사모펀드 투자자격을 △최소 1억원 이상 투자자에서 3억원 이상 투자자로 높이고 △65세 이상을 고난도 투자상품 부적합투자자로 규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질적으로 개선된 규제'로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강 회장은 "국내법은 금융관련 전문지식 보유자를 전문투자자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일반투자자와 동일한 수준으로 보면서 나이로 전문성을 나누다 보니 정보 불일치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는 "자본시장법 도입 정신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2007년 증권업·자산운용업·선물업·종금업·신탁업 등 5개 자본시장 관련 업종의 벽을 허물기 위해 '자본시장법'을 도입했다. 본래 취지는 금융투자업자의 자유·창의를 장려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개별규제가 산업의 발전을 막는 모양새가 됐다.

강 회장은 "미국에서 1934년 도입된 증권거래법이 국내 자본시장법의 모체"라며 "법률은 일반 원칙을 제시하고 거래는 시장 자율에 맡기는 자본시장법의 정신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미국증권법은(Securities Act of 1934)은 증권거래에 있어 완전하고도 공정한 공시를 목적으로 하며, 공모(public offerings) 증권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담은 투자설명서의 제공을 의무화하고 있다. 

반면 공모를 수반하지 않는 거래, 사모(private offerings)에 대해선 이러한 의무를 면제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는 전문적인 투자지식 또는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투자자를 대상으로 증권을 판매할 수 있다"고 전문투자자 요건을 엄격히 구분한다. 즉 이같은 능력 기준을 설정해 전문투자자로 본다면 나이·재산으로 전문성을 따지는 어이없는 사태가 일어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배임 기준 엄격해야…경영 판단 고려 필요

강 회장은 국내법상 '배임'도 불명확한 정의로 인한 부작용이 많은 것으로 봤다. 그는 "배임의 정의가 엄격하지 못해 억울하게 되는 경영자가 부지기수"라며 "코로나19로 인한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여러가지 이슈(문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영판단의 원칙'이란 대표이사가 충분한 정보에 기초해 회사에 최선의 이익이 된다고 판단한 경영상 결정을 내렸다면, 그 판단으로 인해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책임을 추궁할 수 없다는 규칙으로 미국 각 주의 주법으로 규정돼 있다.

강 회장은 "일본은 배임 범위를 좁게해 상황적 배려를 해주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는 금융기관에 한해서만 관련 규제를 완화했지만 나머지 제조업 등 일반 기업부분으로 넓힐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영판단 원칙은 라임펀드 배상 논리에도 일부 적용되고 있다. 판매사의 잘못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진이 보상에 나설 경우 배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 금감원 분쟁조정국 관계자는 "임원진이 사적 화해의 수단으로 손실을 보상하는 것이라면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희주 한국증권법학회장. [사진=안경선PD]
강희주 한국증권법학회장. [사진=안경선PD]

※ 강희주 회장은?

1994년 법무법인 광장에 입사해 증권과 투자은행에 관한 업무를 주로 담당해왔다. 기업인수·합병, PEF, 사모투자를 포함한 각종 투자, 증권거래, 자산운용 등 기업금융법 전문가다. 2016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위원에 이어 현재 금융위원회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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