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환의 세무상식] 가업승계도 정기검진(장기간 로드맵)이 필요하다

필자가 가업승계 업무를 해오면서 가장 어렵고 곤란한 일은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가업승계를 진행해야 할 때이다. 70대 후반의 A 고객은 상장사, 비상장사 두 회사를 경영하는 최대주주이자 CEO이다. 문제는 두 회사 모두 가업상속공제가 불가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상장사는 매출액 기준 초과(3,000억원 이상), 비상장사는 가업영위기간이 부족하고 업무무관자산이 매우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전혀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확실한 절세를 하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가업승계는 건강검진과 비슷하다. 만 40세가 넘으면 종합검진을 정기적으로 받게 된다. 건강의 이상이 있어서가 아니라, 정기검진을 통해 건강 이상의 가능성을 미리 파악해 큰 병으로 발전하는 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며 아울러 경제적 비용이나 육체적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가업승계도 마찬가지이다. 가업승계도 정기적으로 점검하면 크고 작은 문제점을 사전에 발견해 적은 비용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향후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은 충분히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과거에 발견된 문제점 해결은 잘 진행되고 있는지 등의 추적검사와 새로운 문제는 없는지 등의 추가적인 정기검진을 병행·지속해야 한다.

그럼, 가업승계 정기검진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좋은 검진 기관을 찾는 것이다.

올해 초 20년 된 비상장 회사를 가족이 100% 소유한 B 고객을 상담하게 됐다. 3년 전에도 금융기관을 통해 가업승계 보고서를 받아보고 실행하려 했으나, 솔루션을 제안한 해당 금융기관이 직접 실행업무까지 진행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에 본인 세무사와 의논한 결과,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실행할 경우 관련 비용이 크고 추후 리스크까지 있을 수 있어 해당 제안을 보류했다고 한다.

좋은 검진 기관은 검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처방과 수술을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진단만 잘 내리는 의사를 명의라 하지 않는다. 직접 집도해 다양한 상태의 환자를 살려낸 의사를 명의라고 부른다. 환자의 상태는 매우 다양해 그 경우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가업승계도 직접 실행과 마무리를 많이 해본 곳이 실력 있는 가업승계 전문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검진(컨설팅)과 수술(실행)을 함께 하는 곳이 드물다.

둘째, 가업승계 검진결과도 보고서를 통해 반드시 숫자로 명확하게 확인돼야 한다.

“숫자 없는 검진은 오진이다.” 종합검진 결과표를 보면 각 항목에 숫자를 통해 정상범위를 벗어난 문제점 들을 도출해 내고 있다. 가업승계를 준비하고 있는 2개 법인을 소유한 C 고객은 주변 전문가들로부터 합병을 하면 상속세를 줄이는 것이 가능하다는 조언을 듣고, 소개를 통해 필자를 찾아왔다.

그러나 보고서를 통해 정확한 숫자로 검토한 결과, 오히려 상속세가 높아지는 역효과가 발견됐다. 가업승계 보고서는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현재 주식평가 및 미래의 평가를 예측해야 하며, 가업승계 지원제도와 가업상속공제의 적용 가능 여부, 사업 무관 자산의 파악 등 전반적인 모든 것을 검토해서 예상 상속세를 도출하고 합리적인 절세방안을 모색하는 등 그 모든 과정이 숫자로 확인돼야 한다.

셋째, 장기 로드맵(처방 및 수술)을 작성한다.

검진 결과 건강의 이상 징후가 조기에 발견되더라도, 단번에 바로잡을 수 없다. 병원에서 제안하는 치료 방법 외에 스스로 운동도 하고, 좋은 음식을 섭취하는 등 일상적인 생활 습관까지도 바꾸는 등 여러 방면에서의 변화된 시도와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가업승계지원제도를 활용한다면, 사전에 갖춰야 할 요건이나 사후관리 등 제도적 요건들이 우리 회사 상황에 맞는지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며, 이후 매년 변경되는 세법에 따라 문제점을 발견하고 수정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기본적인 처방 외에 보다 적극적인 생활개선(증여, 분할, 합병, 감자)이 함께 실행돼야 한다.

정밀검진 보고서를 통해 어떠한 처방이 가장 효과적인 절세방안이 되는지 숫자로 확인하고 나면, 치료를 시작하기 가장 좋은 최적의 시기 또한 결정해야 한다. 세법의 변경으로 절세방안이 변경될 수도 있기에 항상 장기간에 걸쳐 로드맵을 작성해야 한다.

건강한 몸으로 장수하기 위해 정기적 검진을 받듯이, 기업 또한 100년 장수기업을 만들기 위해 정기적 검진은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이 정기검진을 받기 위해 들이는 지금의 비용은, 미래에 더 큰 세금을 줄일 수 있는 현명한 준비이다. 좋은 기관을 찾아 가업승계에 대한 정밀점검을 받는 것이 100년 장수기업으로 가는 최적의 준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