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아이폰 SE' <사진 제공=애플>

[이뉴스투데이 김정우 기자] ‘4인치 보급형 아이폰’으로 기대를 모아온 애플의 ‘아이폰 SE’가 공개 1개월 반 만에 이통 3사를 통해 국내 시장에 정식으로 출시됐다. 예상보다 높은 가격으로 출시돼 애플의 보급형 제품 역할보다는 틈새시장 공략을 위한 첨병이 될 전망이다.

10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는 동시에 아이폰 SE 판매를 시작했다. 출고가는 16GB 모델이 56만9800원, 64GB는 69만9600원으로 애플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되는 ‘언락폰(무약정 제품)’ 대비 2~3만원가량 낮지만 경쟁사들의 중저가 제품군 가격대가 주로 30~50만원 사이에 형성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각사에서 책정한 공시지원금(보조금)도 최대 11~13만원대에 불과하며 유통점에서 공시지원금의 15%까지 지급하는 추가지원금까지 더해도 실구매가는 최저 40만원대(16GB 기준) 초반에 머문다.

이처럼 아이폰 SE가 예상보다 높은 가격대에 출시되자 일부 매체와 소비자들은 “보급형 제품으로써의 매력이 낮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중저가폰 경쟁’에 따라 애플이 가격 부담을 대폭 낮춘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는 기대가 어긋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애플이 중저가폰 경쟁을 위해 아이폰 SE를 출시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가격대 뿐 아니라 제품 컨셉 자체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아이폰 단일 모델을 전략을 고수하던 애플은 팀 쿡 CEO 체제에 들어 제품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소비자 취향을 공략하기 위한 ‘로즈골드’ 색상 적용부터 대화면의 ‘플러스’ 라인업 추가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전략 변화는 애플이 여전히 ‘iOS’라는 독자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안드로이드폰 진영과의 차별화를 유지하고 있지만, 다수 제조사로 구성된 안드로이드 진영의 ‘규모의 경제’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서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이폰 SE는 이 같은 전략에 부합되는 제품으로 볼 수 있다.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갤럭시 S’ 아래로 ‘갤럭시 A’, ‘갤럭시 J’ 시리즈 등 프로세서(AP)를 비롯한 하드웨어 사양에서 분명한 차이를 둔 제품군을 구성한 것과 달리 아이폰 SE는 ‘아이폰 6s’와 동일한 ‘A9’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다.

아이폰 SE가 아이폰 6s와 결정적으로 다른 부분은 4인치 디스플레이와 ‘3D터치’ 등의 일부 기능 삭제다. 물론 아이폰 6s 대비 낮은 2GB 메모리, 120만 화소 전면 카메라, 구형 터치ID 센서 적용 등으로 원가 절감도 이뤄졌지만 대화면 등의 ‘사치’가 필요 없는 사용자들의 ‘미니멀리즘’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한 제품으로 기획된 것이다.

즉 아이폰 SE는 애플이 중저가폰 경쟁을 위한 ‘보급형’이기보다는 충분히 강력하지만 최소한의 기능만 갖춘 제품을 원하는 수요를 공략하기 위한 제품이다. 소비자들이 아이폰 SE를 택할 이유는 경제적인 부담보다는 그립감, 디자인 따위의 주관적 요구라는 점에 착안한 제품으로 단순히 ‘낮은’ 등급이 아니라 ‘다른’ 제품을 원하는 틈새 수요를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다.

이 같은 점에서 아이폰 SE의 역할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S7 엣지’ 등과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더 낮은 가격의 제품이 됐지만 삼성전자가 디자인 차별화를 원하는 수요를 대상으로 ‘엣지’ 라인업을 선보인 것과 같이 다양한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한 제품 전략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이동통신 업계 한 관계자에 따르면 아이폰 SE는 준비된 물량 자체도 충분히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이 아이폰 SE로 본격적인 중저가폰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특정 수요를 만족시키려 한다는 분석에 무게를 실어주는 부분이다.

이런 관점에서 아이폰 SE는 절대적인 판매량보다는 기존 아이폰 제품군에 아쉬움을 갖고 있던 일부 소비자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느냐가 성패의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동시에 아이폰 SE가 애플의 스마트폰 점유율 등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결론으로도 이어진다. 즉 최근 처음으로 아이폰의 판매량 감소를 겪은 애플이 아이폰 SE로 반전을 꾀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하반기 선보일 ‘아이폰 7’으로 어떤 승부수를 던질 것인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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