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폰 SE' 제품 이미지 <사진 제공=애플>

[이뉴스투데이 김정우 기자] 애플이 21일(현지시간) 4인치 디스플레이 크기의 ‘아이폰 SE’를 공개했다. 기존 4.7인치 ‘아이폰 6s’와 5.5인치 ‘아이폰 6s 플러스’ 두 개 스마트폰을 축으로 삼아온 애플이 라인업 다변화에 본격 나선 것.

애플은 ‘한 손에 들어오는 아이폰’을 고집하던 스티브잡스 전임 CEO의 뒤를 이어 팀쿡이 수장을 맡으면서 전례를 깨고 4.7인치 대화면으로 ‘아이폰 6’를 출시해 “전통을 깼다”는 비판과 “대세에 따른 현명한 선택”이라는 평가를 한 번에 받았다.

이번 아이폰 SE는 여전히 작은 스마트폰을 원하는 수요를 노린 모델로 플래그십 모델인 아이폰 6s 수준의 성능에 훨씬 낮은 가격대(16GB 399달·64GB 499달러)를 무기로 삼고 있다.

애플 역시 아이폰 SE를 공개하면서 4인치 아이폰에 대한 꾸준한 수요, 특히 아이폰을 처음 사용하는 사용자의 다수가 4인치 모델을 처음 접하고 있다는 점을 제품 기획의 주요한 이유로 설명했다.

하지만 애플이 보다 작은 아이폰을 만든 것은 기존 아이폰 유저들의 요구만이 반영된 결과는 아니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과거 큰 호응을 받지 못한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 5c’와 같이 어디까지나 시장 경쟁에서의 ‘필요에 의해 기획된 상품’으로 보는 시각이다.

구체적으로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아이폰을 비롯해 삼성전자의 ‘갤럭시 S’ 시리즈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되고 합리적인 가격의 스마트폰이 강세인 시장 추이를 볼 때 애플이 ‘프리미엄 전략’만으로 시장 점유율을 방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IDC가 지난해 4분기 제조사별 스마트폰 출하량과 시장점유율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이 각각 21.4%와 18.7%로 1, 2위를 지키고 있지만 3위 화웨이와 4위 레노버가 각각 전년 대비 37%, 43.6%의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웨이, 레노버 외에도 5위인 샤오미까지 대표적인 스마트폰 후발주자로 꼽히는 이들 중국계 제조사들은 중저가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꾸준히 다양한 가격대의 중저가 제품군을 출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과 LG는 이들 제품에 ‘삼성페이’, ‘듀얼 카메라’ 등 플래그십 모델에서 주로 선보이던 구성을 확대 적용하는 등 적극적이지만 애플은 아이폰 5c 외에 별다른 대응책이 없었다. 오히려 아이폰 6s 등에 대한 ‘프리미엄폰’ 이미지를 강화하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아이폰 SE는 애플의 중저가 시장 방어의 첨병 역할을 맡게 되며 기존 프리미엄 전략과는 상반된 기획의 결과물로도 볼 수 있다. 참고로 아이폰 SE의 ‘SE’는 ‘특별판’이라는 의미의 ‘스페셜 에디션(Special Edition)’의 약자다.

시장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프리미엄 전략 등을 수정·보완하고 다양한 제품으로 많은 소비자를 공략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며 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는 찾기 어렵다.

하지만 아이폰 SE는 애플이 독보적으로 이어오던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이미지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기술력을 통한 혁신은 찾기 어려운 단순한 ‘기획물’이라는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 SE가 아이폰 6s와 대등한 성능을 지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아이폰 SE의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아이폰 6s와 같은 64비트 ‘A9’ 칩이 적용됐다. 플래그십 모델과 같은 프로세서가 적용된 저렴한 제품이라는 점에 언론에서도 아이폰 SE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반면 일부 구성에서는 아쉬운 부분도 있다. IT 전문매체 GSM아레나에 따르면 아이폰 SE는 ‘안투투(AnTuTu)’ 벤치마크 결과 2GB RAM을 탑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GB가 적용된 아이폰 6s 이전 모델인 아이폰 6와 같은 사양이다.

터치 아이디(ID) 센서도 현행보다는 다소 느린 1세대 센서가 적용됐으며 전면 카메라도 120만 화소 f/2.4 조리개값이 적용됐다. 터치 아이디 센서는 아이폰 6와, 전면 카메라는 두 세대 전 모델인 ‘아이폰 5’와 같은 사양이다. 이 외에도 아이폰 6s와 같은 ‘포스터치’ 등의 기술은 지원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즉 아이폰 5의 외장에 최신 플래그십 수준의 프로세서로 기본 성능을 높이고 일부 부품은 가격대가 맞는 구형으로 단가를 맞춘 ‘합리적인’ 기획 상품으로 볼 수 있다.

아이폰 SE에 이 같은 구형 부품이 탑재되고 일부 기능이 누락됐다고 해도 보급형 모델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아이폰 6s의 절반 수준 가격에 기본적인 성능은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아이폰을 사용하고 싶지만 비싼 가격이 부담되던 소비자들은 충분히 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4인치 아이폰’은 보다 작은 아이폰을 원하는 수요 공략은 물론이고 중저가 제품군으로의 고객 유출을 막고 더 많은 수요를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의 산물이다.

‘iOS’라는 독자적인 운영체제로 안드로이드로 진영과 경계선을 분명히 갖고 있는 애플로서는 자사 제품 생태계에 대한 수요를 지키는 것이 경쟁력이자 생존 필요조건이다. 따라서 애플이 지키고 있는 품질 경쟁력이 유지되는 한 앞으로도 시장에 어떤 제품도 출시될 수 있다.

애플이 스마트폰 뿐 아니라 태블릿 제품군에서도 지난해 12.9인치에 이어 이번에 아이폰 SE와 함께 9.7인치 ‘아이패드 프로’를 선보이는 등 디스플레이 사이즈를 다양화 해 틈새시장을 모두 공략하는 것도 같은 선상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경쟁사인 삼성전자 역시 다양한 디스플레이 크기의 스마트폰, 태블릿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일부분 곡면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갤럭시 S7 엣지’ 등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 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이 같은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기업들은 개별 제품 경쟁력 뿐 아닌 제품 라인업 전체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이 같은 현상은 한발 먼저 성숙 시장에서 경쟁을 시작한 자동차 시장에서 완성차 업체들이 모델 다양화로 틈새 수요를 공략하는 모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제품 간 판매 간섭과 연구개발 비용 등에 따르는 수익성 저하를 감수하면서도 시장 지위를 지켜야 하는 시장에서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아이폰 SE와 같은 더욱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애플은 이달 24일부터 아이폰 SE에 대한 선주문을 받고 31일 1차적으로 공식 출시할 예정이다. 오는 5월 말까지 110개 국가에 출시될 예정으로 우리나라는 3차 출시국에 포함돼 다음달 초부터 주문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키워드
#N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