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폰 6s' <사진 제공=애플>

[이뉴스투데이 김정우 기자] ‘아이폰’ 시리즈를 필두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해온 애플이 13년 만에 실적 하락세를 보이면서 성장 한계에 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아가 ‘아이폰 신화’가 끝난 것이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온다.

애플은 27일 매출 505억6000만달러(약 58조1100억원), 분기 순기익 105억달러(약 12조1000억원)의 2016 회계연도 2분기(2015년 12월 27일∼2016년 3월 26일)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12.8% 줄어든 수치다.

애플의 매출에서 약 65%에 달하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아이폰의 판매대수도 512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90만대(16.2%)가 줄었다. 출시 시기 조정 등에 따른 변화를 제외하면 2007년 아이폰 출시 후 9년 만에 처음으로 판매가 줄어든 것이다.

애플은 이 같은 실적 감소가 현행 ‘아이폰 6s’가 전작인 ‘아이폰 6’의 판매량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해는 아이폰 업그레이드 주기가 매우 강했다”며 “이에 수요가 줄어든 것이 아이폰 판매 감소의 주원인”이라고 밝혔다.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실적 부진에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 너무 높았지만 이것이 미래를 바꾸지는 않았다. 미래는 매우 밝다”고 말해 이번 실적 하락이 ‘성장 절벽’을 의미하지는 않음을 시사했다.

반면 이번 아이폰 판매 하락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시각도 있다. 경쟁 상대인 구글의 오픈소스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탑재 스마트폰에 비해 ‘iOS’라는 독자 운영체제로 폐쇄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는 논리다.

◆ 줄어드는 안드로이드와의 ‘차별성’

초창기 아이폰 시리즈는 전통적으로 UI(사용자 인터페이스) 구축에 강한 면모를 보여온 애플이 독자적인 운영체제를 단일 모델에 적용하면서 당시 경쟁 상대였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 모바일’ 대비 월등히 안정적인 사용 환경을 제공해 인기를 끌었다.

이후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들이 ‘반(反) 애플’ 진영의 대세로 떠올랐지만 다양한 제조사 단말에 대한 범용성을 우선시하는 만큼 단일 제품으로 ‘감성’과 ‘품질’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아이폰의 수요를 쉽게 침범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격차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를 필두로 안드로이드폰 진영의 여러 제조사 제품이 경쟁하며 시장을 키워가 차츰 줄어들었다. 동시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자체도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개선됐으며 절대 다수의 사용자를 확보한 만큼 범용성 면에서 시장 우위를 점했다.

안드로이드폰 시장이 커져감에 따라 아이폰도 변화했다. 전임 CEO 스티브 잡스가 타계한 후 팀 쿡 체제에서 애플은 그 동안 고집하던 4인치 화면을 버리고 다수의 경쟁 모델이 택한 ‘대화면’을 탑재한 ‘아이폰 6’ 시리즈를 선보였다.

아이폰 6 시리즈는 “전통을 깼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대화면 스마트폰이 대세인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수요를 방어했다. 또 ‘로즈골드’ 등의 새로운 색상을 먼저 도입하며 디자인 만족도를 높인 점도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이 같은 아이폰의 변화는 제품 완성도를 경쟁 우위로 내세우는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별화’의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하드웨어 사양보다 소프트웨어적인 안정성과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수요를 지켜왔지만 스마트폰의 지속적인 고사양화로 그 격차가 줄었으며 다수의 제조사를 상대로 지킬 수 있는 시장의 규모 자체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 ‘폐쇄형’ 전략의 한계

애플은 이전에도 이처럼 초기 시장에서 ‘혁신적인’ 사용성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다 결국 시장에서 물러나다시피 한 전력이 있다. 1980~1990년대 PC 시장을 주름잡았던 ‘맥킨토시’ 컴퓨터가 그것으로 결국 ‘IBM 호환 PC’ 진영에 시장을 내주고 말았다.

맥킨토시는 1984년 당시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컴퓨터를 일반 사용자들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PC 시장의 선도적 위치를 점했다.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운영체제까지 자체 제작해 높은 완성도와 성능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맥킨토시는 이후 IBM사의 PC 규격과 호환되는 MS 운영체제 기반의 다수 제조사 제품들에 시장을 내줄 수밖에 없었다.

현재 익숙하게 사용되는 ‘GUI(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를 처음 도입해 뒤늦게 이를 도입한 ‘MS 윈도우’ 운영체제 대비 사용성과 안정성에서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절대 다수의 사용자를 확보한 IBM 호환 PC 진영이 범용성에 당해내지 못했다.

맥킨토시의 전례는 현재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진영의 시장 구도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때문에 이번 실적 하락이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 패배의 신호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올해 하반기 공개될 ‘아이폰 7’이 안드로이드폰과 차별화 되는 획기적인 모습으로 나와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폰 7 출시까지 수 개월 동안 판매량 하락을 막을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다. 최근 출시된 4인치 스마트폰 ‘아이폰 SE’도 절대 다수의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아이폰 7의 변화의 폭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돼 애플의 고심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프로세서 등 아이폰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부품은 타 협력사로부터 공급받는 만큼 경쟁사와의 하드웨어 차별화 여지는 크지 않다.

특히 현재 대부분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적용되고 있는 OLED 디스플레이 적용도 내년 이후로 예정돼 아이폰 7에는 탑재되지 않을 전망이다. 휘어지는 등의 디스플레이 구현이 가능한 OLED 없이 스마트폰의 형태 변화는 제한적이다.

이 같은 상황은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 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이폰의 성장세가 멈춘 시점에서 시장 점유율을 키울 수 있는 기회라는 논리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아이폰은 지난해 4분기 미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8.6%포인트, 일본에서 6.1%포인트, 영국 3.1%포인트씩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 이 같은 결과도 아이폰 성장 한계 논리에 힘을 더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애플이 새로운 기업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도 높다.

이번 실적 발표 컨퍼런스에서 팀 쿡 CEO는 “우리는 현재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완하거나 추가할 수 있는 기능, 또는 새로운 범주와 관련된 무엇인가를 시장에서 항상 모색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보다 더 큰 무엇인가를 매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한계 가능성이 논의되기 시작하면서 자율주행차(애플카), VR(가상현실), 인공지능(AI)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는 애플의 행보를 볼 때 아이폰을 대신할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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