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웨이 메이트S

[이뉴스투데이 김정우 기자] 과거 5년여 동안 ‘아이폰’, ‘갤럭시’ 등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탄생시키며 소비자들에게 ‘최첨단 IT 기술의 결정체’로 다가간 스마트폰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선도적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판을 키우던 성장기에서 공급 포화 상태의 성숙기로 시장이 변모하면서 다양한 소비자 니즈와 실속형 소비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 스마트폰 시장, ‘황금알 낳는 거위’는 죽었다

스마트폰이 대중에 보급되던 초창기는 ‘아이폰’을 내세운 애플의 ‘혁명’과 PC 시장 우위를 모바일까지 끌어오려던 MS의 ‘윈도우모바일’ 탑재 진영이 경합을 벌이고, 정전직 터치 디스플레이와 감압식 터치가 기술 우위를 겨루던 시절이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대중들에게 익숙한 IT 기기는 ‘데스크탑(Desk-top)’ PC와 노트북으로 통칭되는 ‘랩탑(Lap-top)’ 정도였으며 손위에 올라갈 크기의 ‘팜탑(Palm-top)’ 컴퓨터가 소형화 되는 첨단 기기의 미래처럼 보였다.

이후 스마트폰 시장은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최적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애플의 아이폰이 윈도우모바일 스마트폰을 밀어내고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를 잡으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여기에 구글이 ‘안드로이드’라는 개방형 OS(운영체제)를 선보이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다수의 서드파티와 공습을 시작했고 현재의 시장 구도를 형성했다.

이 같은 구도 아래서 스마트폰은 양측 진영이 셀 수 없이 다양한 기능과 성능 경쟁을 이어감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필요 이상의’ 기능까지 제공하는 최첨단 IT 사치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전자 갤럭시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게 됐고 모토로라, 소니, 노키아, LG전자 등의 여타 휴대폰 강자들은 무대의 가장자리로 밀려났다.

하지만 모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를수록 다양한 소비자 취향과 합리적 소비라는 새로운 경쟁 국면을 맞이하는 것과 같이, 스마트폰 시장에도 새로운 판이 짜이기 시작했다.

평균 사용 주기가 2~4년에 불과하고 필요 이상의 기능을 담은 스마트폰에 비싼 가격을 지불하기를 원치 않는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대의 상품을 찾기 시작했고 이 틈새를 샤오미, 화웨이 등의 중국 기업들이 파고든 것이다.

이에 따라 새롭게 격화되는 경쟁에서는 선두주자들의 방어와 후발주자들의 공세가 격돌하고 프리미엄을 기반으로 하는 수익성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다양한 가격대와 기능의 제품 라인업에서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대당 이윤은 감소할 수밖에 없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 중국발 저가 공습과 프리미엄의 공존

일련의 시장 변화는 올해 들어 본격화 됐다. 기존 제조사들 대비 훨씬 저렴한 가격대의 상품을 선보이는 샤오미가 중국발 공습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데 이어 중국 1세대 제조사 화웨이가 중국 시장 1위, 세계 3위 자리로 올라섰다.

가격 대비 수용할만한 품질을 갖춘 이들 제품으로 눈을 돌린 소비자들은 아이폰과 같은 브랜드 가치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소비자층과 시장을 양분하기 시작했다.

이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존 제조사들도 시장 점유율 우위를 지키기 위해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강화하고 기존 프리미엄 제품군과 병행하고 있다. 독자 OS를 기반으로 폐쇄적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애플만이 아이폰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며 충성도 높은 소비자층을 유지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도 반영됐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가 11월 발표한 올해 3분기 글로벌 휴대폰 출하량 자료에 따르면 1억대 이상의 단말을 판매하며 점유율 21.4%를 차지한 삼성전자와 9.6%에 달하는 4600만대 가량을 판 애플의 뒤를 이어 6.3%(3029만대)의 MS와 5.7%(2746만대)의 화웨이가 3,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샤오미도 3.7%(1761만대)로 7위를 기록했으며 LG전자는 3.8%(1819만대)로 5위다.

스마트폰만을 집계한 결과를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3.7%로, 애플은 13.1%로 점유율이 올라가고 화웨이가 약 7.7%로 3위가 된다. MS와 LG는 5위권 밖으로 밀려난다.

◆ ‘단통법’ 기름 부은 국내 중저가폰 시장… 알뜰폰 시장도 한몫

국내의 경우 단통법 시행으로 통신사들 지원금이 30만원 수준으로 제한되면서 고가의 프리미엄폰 구입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중저가폰으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이에 국내 이동통신 3사를 통해 다양한 중저가폰이 쏟아졌다.

우선 삼성전자의 ‘갤럭시 그랜드 맥스’가 올해 국내 중저가폰 시장에서 최대 판매량을 기록하며 포문을 열었으며 ‘LG 클래스’, ‘갤럭시 J5’, ‘루나’ 등이 잇따라 출시되며 중저가폰 경쟁에 불을 지폈다.

특히 SK텔레콤과 TG앤컴퍼니가 기획하고 대만의 아이폰 제조업체 폭스콘에서 만들어진 40만원대 스마트폰 루나는 하루 2000대 개통이라는 기록을 세우고 출시 3개월 만에 누적판매량 15만대 달성을 예상하고 있다.

이어 지난 15일에는 LG유플러스가 출고가 15만4000원에 화웨이 ‘Y6’를 출시하며 중국산 저가폰의 본격적인 상륙을 알렸다. 최근 화웨이는 우리나라 시장에서 스마트폰 마케팅을 강화하는 분위기로 내년에는 상대적으로 만나보기 어려웠던 화웨이의 스마트폰이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전망이다.

이상의 중저가폰들은 기존 프리미엄폰에 비해서는 성능 면에서 열위에 있지만 모두 소비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능 제공에는 부족함이 없는 수준을 보여주는 ‘합리적인 소비재’들이다. 특히 중국 브랜드의 본격적인 상륙에 따라 현재 40만원대 수준에서 형성된 중저가폰 시장의 가격 경쟁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도 지원금 상한제가 향후 약 2년 동안 유지됨에 따라 내년에도 중저가폰 열기는 식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출범 4년여 만에 지난달 말 기준 가입자 585만여명을 기록하며 이동전화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한 알뜰폰 시장의 성장도 합리적인 소비 성향의 확산을 대변하는 지표로 볼 수 있어 향후 중저가폰의 강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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