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표현이 너무 과격하긴 하지만 자처한 것 아닌가?”

‘의느님’에서 ‘의주빈’으로 추락한 의사들을 보며 느낀 생각이다. 과거 의사들은 ‘의사’와 ‘하느님’을 합친 ‘의느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려 왔다. 이국종 교수를 위시로 해 의료 현장의 일선에서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들에게 의느님이란 ‘경칭’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팬데믹을 거치며 의사들을 향한 존경심은 더욱 커져갔다. 폭증하는 환자들 가운데서도 의료 현장을 지키며 국민 건강을 수호하는 이들에게는 ‘의느님’이라는 호칭도 부족했다. 당시 SNS에서는 의료진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응원을 보내는 챌린지가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의사들의 의료 현장 이탈 사태는 과거 ‘의느님’이라는 호칭을 무색하게 했다.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한 의사들은 전공의들을 중심으로 ‘집단 사직’을 감행했다. 정부가 강경 대응에 나선 가운데서도 이들 중 다시 의료 현장으로 돌아온 이들은 소수에 그쳤다.

의료 공백은 국민들에게 직격탄으로 다가왔다. 곳곳에서 의사만을 기다리는 국민들의 호소가 이어졌지만 오히려 집단행동은 전공의에서 교수들로 확산됐다. 의대 교수들은 ‘제자들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사직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들이 아닌 제자들을 지키기로 한 셈.

이런 가운데 터져 나오는 의사들의 어두운 이면은 이들을 향한 국민 정서가 극단으로 치닫는 계기가 됐다. 의사 커뮤니티 내에서 업무 전산 자료를 삭제하라고 선동하기부터 의료 현장에 복귀한 의사들의 신상을 ‘참의사 리스트’에 ‘박제’하기까지 여러 사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결국 ‘의사’에 ‘N번방 사건’의 장본인 ‘조주빈’을 붙인 ‘의주빈’이라는 멸칭이 공공연히 사용되는 처지에 이르렀다. ‘의주빈’이라는 워딩은 이전에도 존재했으나 과거에는 이 표현이 과하다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일련의 사태 이후 거리낌없이 사용되는 분위기가 됐다.

이 같은 멸칭처럼 점점 의사들을 멀리하려는 모습도 나타나기에 이르렀다. 서울대학교 에브리타임(대학생 커뮤니티)에서는 동아리에 의대생들을 받지 말자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참의사’를 이름으로 조롱하는 행태를 띠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이해받길 바라는 것도 욕심일 테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과거 의사들에게 ‘하느님’을 빗댄 경칭을 붙여가며 존경의 시선을 보낸 이유에는 의사들이 국민 건강을 대하는 ‘존중의 태도’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의사들이 감행하고 있는 집단행동에서는 국민을 향한 ‘존중의 태도’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니 국민들이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블라인드’와 같은 커뮤니티에서 여전히 일부 의사들은 ‘국민들이 잘 몰라서 이런다’는 식의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국민들이 왜 분노하는지 의사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조선시대 세조는 ‘팔의론’을 통해 의사를 나누면서 첫째로 ‘심의’를 꼽았다. 이는 대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늘 마음이 편안케 하는 인격을 지닌 의사를 의미한다. 지금 의료 현장을 떠난 이들 중에 스스로를 ‘심의’라 자부할 수 있는 이가 있을까?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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