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서울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수 총회’에서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5일 오전 서울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열린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수 총회’에서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가 계속되면서 정부가 공중보건의를 동원하자 의료 취약지에서 공백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집단행동이 의대 교수로 확산되자 이들마저 떠나면 사실상 의료 현장이 ‘제로’가 될 것이란 우려가 쏟아진다.

25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일 전공의 집단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전국의 공중보건의·군의관을 20개 의료기관에 파견했다. 166명을 1차로 파견한 데 이어 21일 지방자치단체 의료기관의 수요에 따라 18개 의료기관에 공보의 47명이 추가 투입됐다. 25일부터는 60개 의료기관에 공보의 100명과 군의관 100명이 추가로 투입된다.

이러자 지방에서 의료 공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파견된 군의관과 공보의 수만큼 어디선가는 빈자리가 발생하는 셈. 특히 그 빈자리가 의사의 절대적인 수 자체가 적은 의료 취약지에서 나타난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되는 분위기다. 공보의가 떠난 의료 취약지 내 보건지소는 진료의 중단이 불가피해 일부 지역에서는 보건소가 문을 닫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일례로 경상남도의 경우 산청군보건의료원과 함안군보건소에서 각각 2명이 차출됐고 거제·거창·고성·남해·사천·양산·의령·진주·창원·하동·함양·합천지역 보건소에서도 1명씩 ‘의료 공백 메우기’에 동원됐다. 결국 의료기관별로 남은 공보의들이 순회진료를 봐야 하는 가운데 일부 의료진은 소속 보건소보다 21km 떨어진 곳의 보건지소까지 출장을 다니는 상황이다.

이은숙 함안군보건소 보건행정과장은 “의료진 수가 적은 지역이라 보건지소를 비워둘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어제 일반의 1명과 전문의 1명이 빠졌는데 우리 군은 함안면 함안보건지소와 법수면 법수보건지소에서 일하던 남은 의사 2명이 지역을 오가면서 공백을 메우게 될 것”이라고 ‘공보의 동원령’에 따른 지역 의료 공백의 현실에 대해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의사 집단사직은 되레 확산되는 분위기다. 그간 전공의가 주를 이뤘던 의사들의 집단사직은 이제 의대 교수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의대 증원 철회를 요구하며 집단사직서를 내고 25일부로 주 52시간 근무를 시작했다. 이미 100명 가까운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의대도 있으며, 일부는 ‘일괄 사직’ 형태를 띠기도 했다.

이러자 비판의 화살이 정부로 향한다. 의대 정원을 늘리기로 한 것이 지방 의료 인력의 확충 때문이었으나 오히려 비수도권 의료 공백이 심화됐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정부가 공보의·군의관을 동원해 의료 공백을 메우겠다는 방침을 내세웠지만 지원 대상은 수도권에 편중돼 있다. 결국 수도권의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지방의 의료 공백을 가속화시킨 셈이 됐다.

이에 한 지방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의사들과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의대 증원을 늘리기로 결정한 것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함이라고 알고 있다”면서 “그런데 정작 지금 의료 공백을 해소하려는 정부 움직임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러면 정부가 내세운 의료 격차 해소는 무의미해지는 게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의료 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란 시선도 존재한다. 해당 보건의료계 관계자는 또 “이번에 의대 정원의 절대 다수가 비수도권에 배치된 점은 다행이라 생각한다”면서도 “당장 내년에 의대생들이 입학해도 그들이 의료 현장에 투입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텐데 요즘 정부의 대응을 봐서는 지금의 의료 공백이 해소되기까지는 한참이 걸릴 듯하다”고 지적했다.

의료 대란이 전국적으로 나타나는 가운데서도 의료진의 집단행동이 확산세를 멈추지 않자 수도권 환자들도 불안감에 휩싸인 건 매한가지다. 서울 내 모 대학병원에서 만난 환자 A씨는 “뉴스에서 이제 전공의뿐 아니라 의대 교수들도 사직을 하게 된다고 들었다”면서 “교수마저 떠나버리면 환자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이냐”며 우려를 표했다.

같은 보건의료계에서도 의사들을 향한 비판이 쏟아진다. 지방 모 대학병원 소속 간호사 B씨는 “결국 같은 의사의 편을 드는 것에 불과한데 제자들을 지킨다는 명분을 내세우는 교수들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간호사들이 의료 현장을 떠났을 때는 우리를 악인 취급하던 의사들이 이렇게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똘똘 뭉쳐서 안 그런 척하는 걸 보면 헛웃음이 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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