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철 서울의대 교수가 ‘의사수 추계 연구자 긴급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홍윤철 서울의대 교수가 ‘의사수 추계 연구자 긴급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의사수 추계에 시민들의 목소리가 빠져 있으며, 전문가·의료인·정부와 함께 시민단체도 거버넌스 구축에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한 ‘의사수 추계 연구자 긴급 토론회: 소모적 의대정원 논쟁, 필수의료 공백 악화시켜’에 참석한 홍윤철 서울의대 교수,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명예위원, 권정현 KDI 박사 등은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먼저 홍윤철 서울의대 교수는 “(의사수) 추계는 전문가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전문가가 맡는 게 맞는다”면서도 “의료의 수요자는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 전체 사태에서 빠진 게 시민의 목소리”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민 또한 의사수 추계에 의견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또 당사자인 의대생과 전공의들도 의료인으로서 대표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봤다. 이어 “추계에 전문가들이 같이 참여해 논의의 장을 이룬 가운데 정리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주장에 동의하면서 해외 사례를 언급했다. 권 박사는 “일본의 경우 의료계가 중심을 이루면서도 시민단체. 언론인, 경제학·인구 전문가도 함께한다”며 “거버넌스를 구축한다면 보건복부와 의료계, 전문가, 그리고 시민이 포함돼야 한다”고 전했다.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명예위원이 ‘의사수 추계 연구자 긴급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명예위원이 ‘의사수 추계 연구자 긴급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명예위원도 네덜란드의 사례를 제시했다. 신 위원은 “(거버넌스 구축에) 국민이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며 “네덜란드를 보니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고 어떨 땐 과다하고 어떨 땐 부족한, 이런 일이 반복되는 역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위원회를 만들어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황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때에 따라서는 의대생이 과하게 배출되면 전공의 과정을 더 타이트하게 해서 전공의 과정 진입을 위해 2~3년 기다리도록 하는 방법을 쓰더라”고 부연했다.

의사수 추계의 타당성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의사인력 적정성 연구’를 작성한 홍윤철 교수는 정부의 보고서 인용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그는 “보고서에 2000명이 적절한 증가라고 쓴 바가 없다”며 “연구자로서 베스트(Best)는 500~1000명이라고 봤다”고 단언했다.

권정현 박사도 연구가 정책에 인용될 때 호도된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권 박사는 “정부는 2000명 증원 방침에 대해 연구자를 언급하는데 정작 연구자들은 증원하다가 어느 주기에서 추계를 통해 다시 줄여나가는 방안을 제시했다”며 “정부와 다른 방향성을 띤다”고 말했다.

신영석 위원은 “정부의 방침인 2000명에 대해 2035년을 기점으로 한다면 동의하지만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면서 “차라리 1000명씩 10년간 증원하는 형태로 했다면 속도 조절이 되지 않았을까 싶으며, 시장의 상태를 고려해 호흡을 좀 더 길게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가 ‘의사수 추계 연구자 긴급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가 ‘의사수 추계 연구자 긴급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의사수 추계에서 ‘건강한 고령화’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오주환 교수는 그간의 연구에 이 부분이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령화에 대해 잘못된 인식 중 하나가 고령자는 의료 수요가 많다는 것”이라며 “예전 60대와 요즘 80대의 얼굴이 비슷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현재 20대를 기준으로 했을 때 60대, 70대, 80대의 의료 이용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건강한 고령화라는 것이 추계 연구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이는 고령화에 대한 과다한 추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연구자들은 이 같은 주장에 반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윤철 교수는 “건강한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줄어든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의료 수요에 대해 외래이용과 입원을 구분해 보면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외래이용은 75세 이상에서 빠르게 줄어들고 입원은 75세 이상에서 급격히 증가하는데, 이는 입원 후 건강이 악화되다가 사망하기 때문”이라면서 “의료서비스가 불충분해서 입원 후 사망하는 현상이라고 보는 게 더 타당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 박사가 ‘의사수 추계 연구자 긴급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 박사가 ‘의사수 추계 연구자 긴급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권정현 박사도 같은 입장을 제시했다. 그는 “건강한 고령화가 이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입원 후 사망자도 많은 것도 사실”이라며 “의료수요가 급격히 줄어든다는 접근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또 “연명치료 지속 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신영석 명예위원 또한 “오래 살게 되면 뒤에 갈수록 의료 수요가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추계보고서에서도 관련된 내용을 언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한 고령화가 의료 수요를 줄일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러지 않아 판단을 유보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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