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로부터 시작된 집단사직이 의대 교수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공의로부터 시작된 집단사직이 의대 교수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정부와 의료계 간의 ‘강대강’ 대치가 의대 교수 집단사직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정부 측이 전공의들과 대화를 시도했으나 좀처럼 물꼬가 트이지 않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으로 ‘강경파’가 당선되자 환자들의 불안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27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사들의 집단사직은 전공의에서 의대 교수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의대 교수들의 단체행동이 ‘빅5’에서도 나타나자 이목이 쏠린다. 삼성서울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도 28일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번져가는 의사 집단사직 사태에 정부는 의사들을 향해 대화의 손길을 내밀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6일 서울대병원을 방문, 의료계·교육계 관계자들과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로 전공의들의 이야기를 듣고, 국민의 불편함이 조속히 해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화는 ‘2000명 증원’을 두고 지지부진한 상태다. 의정 간 대화가 시작되려면 의료계가 ‘대표성’ 있는 단일창구를 마련해야 하지만 전공의, 의대 교수, 대한의사협회 등의 주장과 생각이 각각 달라 협상 주체로 나설 ‘구심점’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교수들이 ‘중재자’를 자처하며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모색하고 있지만,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단체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침묵하는 모양새다. 사직한 인턴 류옥하다씨는 “정부가 교수들과 대화하겠다는 건 노조가 사직했는데 사측 대표이사를 만난 것과 다름없는 일”이라고 봤다.

의사들이 대화 창구를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정부와 의사들이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의료계는 ‘2000명 증원 백지화’를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기존의 강경 대응 방침을 고수하는 양상을 띤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이날 성명에서 "사직서가 수리되기 전 정부가 2000명이라는 근거 없는 족쇄를 풀고 진정성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도 사직서 제출 계획을 밝히며 ‘무리한 의대증원 정책추진 중단’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반면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브리핑에서 “‘2000명 증원’ 후속조치를 5월 내 마무리하겠다”며 “의대 교수님들 단체에서는 대화 조건으로 ‘2000명 증원’(조정)을 말하는데, 지금은 조건을 따지기보다는 전공의들의 조속한 복귀와 진료 정상화가 우선”이라고 못 박았다.

이런 가운데 차기 의협 회장으로 ‘강경파’로 알려진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이 당선되며 정부와 의사 간 평행선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의협에 따르면 그는 회장 선거 결선 전자투표에서 총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획득해 당선됐다.

임 당선인은 지난 15일 “의협 회장 선거에 당선되면 당선인 신분으로 의사 총파업을 주도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당선 후에도 “정부가 원점에서 재논의할 준비가 되고 전공의와 학생들도 대화의 의지가 생길 때 협의가 시작될 것”이라며 강경노선을 공고히 했다.

이러자 환자들의 불만과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 광주 전남대병원에 내원한 이모(45)씨는 “의사들이 과연 본인들 자녀 또는 가족이 아팠어도 병원을 떠났을지 의문”이라면서 “환자를 내팽개친다고 정부와 합의점이 찾아지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조선대병원에서 고관절을 다친 시어머니와 접수창구에 앉아있던 윤모(28)씨는 장기화하는 의정 갈등을 ‘싸움’이라고 표현하며 “의사도 정부도 양보할 생각이 없기에 이 사달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 아니냐”며 “양보 없는 의정 갈등이 결국 싸움으로 변했다”고 비판했다.

의대 증원 추진과 정부와 정치권의 갑작스러운 대화 움직임이 총선용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법과 원칙에 따라 후퇴 없이 가겠다던 정부의 갑작스러운 기류변화는 야당에서 제기했던 ‘총선용 정치쇼’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도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칼날 위에 선 한국의료 개혁 과제와 대안’ 주제 토론회에서 “증원 추진이 분노·증오를 활용한 포퓰리즘 대결 정치 양상을 띠며 의료 형평성과 공공의료 강화 관련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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