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2일 한국원자력의학원 원자력병원에서 비상진료체계 현황 브리핑을 듣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12일 한국원자력의학원 원자력병원에서 비상진료체계 현황 브리핑을 듣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이뉴스투데이 이승준 기자]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의료 공백이 발생한 가운데 공공의료기관에서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했지만, 의료 현장 내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짙어지고 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2일 한국원자력의학원을 방문해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응해 비상진료체계를 운영하고 있는 원자력병원의 수술실, 투석실, 병동 운영 현황 등 비상진료 체계를 점검했다.

현장 방문은 의학원 비상진료체계 현황 브리핑으로 시작됐다. 의학원은 보건복지부의 2월 13일 요청에 따라 비상진료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의학원에 따르면 공공의료기관 비상진료대책은 크게 집단행동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의학원 관계자는 “집단행동 이전에는 응급실, 중환자실, 수술실, 투석실 등 필수의료 진료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니터링했다”며 “내외부 비상연락체계도 구축했다”고 말했다.

집단행동 이후에 대해서는 “전공의 공백이 발생하더라도 필수의료 유지를 위해 응급실·중환자실은 24시간 진료, 수술실·인공신장실(투석실)은 기존 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진료과별 전공의 공백 상황 발생에 따라 대체인력 투입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의무직(정규직·펠로우)를 중심으로 당직근무를 편성하고 있으며 파업 시 필수진료과 ‘온콜(On Call)’ 대기근무로 비상상황 발생 시 대기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원자력의학원 관계자가 비상진료체계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한국원자력의학원 관계자가 비상진료체계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승준 기자]

의사 인력 공백 현황도 공개했다. 의학원 측의 집계로는 2월 14일 이전에는 전공의·펠로우가 61명 근무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인턴 25명 △레지던트 27명 △펠로우 9명이었다. 그러나 이달 12일 기준으로는 35명이 줄어든 26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 의학원 관계자는 “이달 1일 신규입사와 재계약이 이뤄졌는데 입사포기자만 17명에 달한다”면서 “이외에도 입사포기자가 6명이 있고, 펠로우 5명은 재계약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력 공백은 비상진료체계로 메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학원의 브리핑에 따르면 응급실(12병상)은 24시간 운영을 유지하고 있으며, 정규직 의사들이 조를 짜서 주야간 근무(2명/일)에 투입되고 있다. 또 중환자실(12병상)은 24시간 가동 중이고, 인공신장실(15병상)도 기존대로 월·수·금요일은 7시부터 19시까지, 화·목·토요일은 7시부터 15시30분까지 운영하는 형태다.

병동 입원환자 관리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의학원 관계자는 “정규직 의사들이 조를 짜서 야간 병동당직 근무에 들어가고 있다”면서 “세부적으로는 외과계가 매일 1명, 내과계가 매일 2명 투입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의학원 관계자는 “외래진료·수술 등의 일정은 이전대로 유지하면서 추가로 응급실 및 병동 당직 근무를 하는 관계로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체력적 한계로 인한 의료진 ‘번아웃’ 또는 환자 의료사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봤다.

한국원자력의학원 원자력병원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의학원 관계자들 간 간담회가 진행 중인 모습. [사진=이승준 기자]
한국원자력의학원 원자력병원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의학원 관계자들 간 간담회가 진행 중인 모습. [사진=이승준 기자]

이어진 간담회에서는 현재 비상진료체계 운영 애로 사항을 청취하고, 바이오 실증연구 강화, 스마트병원 구축, 극한 환경(우주방사선, 감염병, 복합재난 등) 대응을 위한 원자력의학원 중장기 혁신 방향을 논의하면서, 국가적 응급상황 등에서 재난 대응 병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최첨단 의과학 허브’로의 도약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간담회에서도 비상진료체계를 유지하고 있는 의료진의 ‘번아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됐다. 김철현 한국원자력의학원 원자력병원장은 “2월 초에는 의료진이 61명 근무하고 있었는데 이는 전체 원자력병원의 3분의 1에 달하는 높은 비율”이라면서 “현재 26명밖에 안 되기 때문에 그런 가운데서도 응급실·투석실 등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기 위해 전문의 과장들이 근무표를 짜서 투입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우리 병원의 환자 특성상 중증 암환자들이 많아 병동 근무강도가 높은 편”이라며 “양쪽으로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 여러 선생님들이 사명감을 갖고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체력적인 측면이 문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국민의 소중한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의료진들의 헌신과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암과 같은 중증 환자 진료를 위한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만전을 기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 “한국원자력의학원이 앞으로도 국가적 응급상황에서 공공보건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고, 최첨단 의과학 허브로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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