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두번째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제4차 추가경정예산이 '최후의 대부자'인 한국은행의 목덜미까지 위협하고 있다. 보편이냐 선별이냐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지만, 어떠한 방식으로 어디에 사용되던지 7조원이 마지노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국회 등에 따르면 이낙연 신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공감대를 이루면서 2차 재난지원금은 '선별적 지원'으로 굳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재명 경지도지사가 "(한국의) 낮은 국가부채율은 급할 때 쓰기 위해 개설해 둔 마이너스 통장"이라면서 전국민 지원을 연일 강조하면서 여당 내에서 의견이 분분해졌다. 

여기에 더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재명 경지지사의 '전국민 지원' 구상에 대해 '철이 없는 발상'이라고 지적하면서 이 지사와 같은 정책노선을 걷고 있는 진성준 의원 등이 강력 반발하며 나섰다.  

재정여건을 고려한 선별적 지원은 "지금까지 민주당이 쟁취해 온 보편적 복지와 공평한 가치에서 벗어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어서 국회내 논쟁이 뜨거워 질수록 예산의 덩치가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세균계이면서도 이 지사와 가까운 이원욱 의원의 발언을 보면 전국민 지원시 예산 규모가 드러난다. 이 의원은 "15조원은 투입해야 서민 경제 파탄을 막아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래통합당은 구체적 규모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지만, 국고채 발행은 불가피하다고 느끼는 분위기다. 그러나 채권시장에선 이번 4차추경의 규모가 7조원이 넘어설 경우 재정·금융 시스템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국회를 통과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위한 제2차 추경의 규모는 12조2000억원이었다. 당시 적자국채가 3조4000억원 발행됐다. 이번 2차 재난지원금이 선별로 지급될 경우 1차보단 줄어들겠지만 전액을 국채발행으로 조달해야 하는 것이 큰 부담이다. 

정치권에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명 경지도지사가 제2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두고 충돌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명 경지도지사가 제2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을 두고 충돌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만 4차례 국고채를 매입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조심스러워졌다. 이 총재는 지난달 27일 "수급 불균형이 생겨 장기금리의 변동성 커진다면 국고채 매입을 적극 실시하겠다"고 단서를 달았다. 시장개입을 최소화하고 채권 시장안정성에 방점을 두면서 국채를 매입하더라도 맨 마지막에 들어가겠다는 의미다. 

금융전문가들은 올해 국내외 채권시장에서 소화 가능한 금액을 7조원 가량으로 보고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신규 국채 발행이 7조 이상일 경우 한은이 장기물 매입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국고채는 중앙은행이 아닌 시장에서 사라고 발행하는 것"이라며 "한은은 마지막 플레이어로 참가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지난 3년간 적자국채 발행 추이를 보면 2019년 34조, 2020년 60조(본예산)→98조(3차 추경 후)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도 본예산 89조7000억원을 위한 적자국채 발행이 예정됐다. 이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국가채무비율이 15%포인트(36%→51%) 높아지며, 1인당 채무액은 약800만원(16년 1223만원→22년 2064만원) 뛰어오른다. 추경호 통합당 의원 표현을 빌리면 "다음 정부까지 빚을 물리는 몰염치 예산"이다.

문제는 채권 수요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채권전략팀장은 "현재로는 누군가 국채를 사주지 않으면 국고채 금리가 내려갈 동력이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 1일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안이 담긴 내년도 예산을 발표하자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단 하루만에 6.6bp 오른 1.582%를 기록했다. 

현대화폐이론(MMT)을 주장하는 일각에선 한은이 국채를 무작정 사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재정준칙이 이미 무너져버린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마저 독립성을 잃는다면 부채의 화폐화(monetization)와 금융시스템 혼란으로 국민 부담만 더욱 커질 것"이라며 경고의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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