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트론 도어라이트. [사진=윤진웅 기자]

[이뉴스투데이 윤진웅 기자] 바야흐로 전기차 시대다. 국내외 브랜드를 막론하고 순수 전기차 모델이 속속히 등장하고 있다. 특정 브랜드가 주도하던 국내 전기차 시장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단순히 순수 전기차라는 사실만으론 소비자에게 어필하기는 어렵다. 좋은 디자인과 성능은 당연한 얘기가 됐으니, 남은 것은 차별화다. 소비자에게 특별한 가치를 제공할 수만 있다면 단언컨대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다.

올 하반기 국내 전기차 시장에선 아우디가 해당 고지를 차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일 아우디가 출시한 순수 전기차 ‘e트론 55 콰트로’에 적용된 버추얼 사이드 미러와 새로운 구동시스템 등이 차별화의 한 획을 더하며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4~15일 양일간 e트론을 비롯해 5개의 아우디 차량을 시승했다. 모두 합쳐 총 610분, 500km를 운전했다. 이번 행사의 주인공인 e트론이 대미를 장식하기 전 여러 아우디 차량을 시승하며 현장 분위기는 점차 고조됐다.

한편으론 부작용이 예상됐다. 이미 성능이 입증된 모델들을 먼저 경험하고 e트론을 탔다간 상대적으로 불만족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아우디의 전략이었고 기자의 걱정은 쓸데없는 오지랖에 불과했다. 막상 e트론을 타니 앞서 경험한 차량에선 결코 느낄 수 없었던 차이점이 더 크게 두드러졌다.

아우디 e트론. [사진=아우디코리아]

◇ 분명 운전 중인데 주행가능거리가 늘어난다?...회생제동 끝판왕


e트론에 시동을 걸고 출발지를 나섰다. 출발지가 고지에 있다 보니 대열을 갖춰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갔다. 경사가 꽤 있다보니 굳이 과속페달을 밟지 않고도 운전할 수 있었다. 브레이크로 속도만 조절하면 될 일이었다.

체감상 30초 간격으로 주행가능거리가 1km씩 늘었다. 내리막길이 끝나는 지점까지 약 25km가 증가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어 동료 기자와 호들갑을 떨었다. 아우디 관계자는 "내리막길만 도와준다면 완충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우디에 따르면 e트론은 감속 중 90% 이상의 상황에서 전기 모터를 통해 에너지를 회수할 수 있다. 순수 전기로 구동되는 양산차 최초로 새롭게 개발된 브레이크바이와이어 시스템을 도입해 브레이크 사용 시에도 에너지를 회수, 효율을 한층 높였다.

또한, e트론은 정지하면서 에너지를 회수할 때 고속충전보다 많은 양을 충전한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발생하는 중력의 0.3g까지 회생제동을 사용해 사실상 모든 감속 상황에서 회생제동이 이뤄진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307km임에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는 이유도 이 같은 아우디의 기술력 덕이다.

아우디 관계자가 직접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평균 속도 120km로 에어컨, 통풍시트, 음악 등을 켜고도 부산 해운대(약 410km)까지 갈 수 있다. 단, 과속하지 않아야 한다.

배터리가 턱없이 모자라다면 범위모드를 키면 된다. 절전모드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범위모드를 가동하면 차량의 속도는 90km로 제한이 되고 에어컨 등이 모두 꺼진다.

e트론에 탑재된 95kW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12개의 배터리 셀과 36개의 배터리 셀 모듈로 구성돼 있다. 가정과 공공, 또는 아우디 네트워크 내 설치된 충전소에서 완속(AC)과 급속 (DC) 충전이 가능하다. 급속 충전 시 최대 150kW의 출력으로 약 30분이면 0 ~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e트론에는 온열시트와 더불어 통풍시크도 적용됐다. [사진=윤진웅 기자]

◇ 닌자처럼 소리 없이 치고 나간다…부스터 모드 사용 시 48마력 +


주행하는 내내 놀라웠던 점은 다름 아닌 정숙성이었다. 전기차가 조용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회생제동 등 다른 전기차를 탈 때 거슬리던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풍절음과 노면소음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너무 조용하다 보니 차 내부에 보관한 짐들이 흔들리는 소리가 걸리적거리는 정도였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시원하게 치고 나갔다. 미리 걱정했던 오르막길도 무리 없이 올라갔다. 조금 답답하다 생각되면 부스트 모드를 사용하면 된다. 기어레버를 아래로 한 번만 내려주면 최대 8초간 408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대열을 지키며 주행하느라 고속을 경험하지 못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주행 성능에 대한 만족도는 기대 이상이었다. 두 개의 강력한 전기 모터와 전자식 콰트로를 탑재한 새로운 구동 시스템이 민첩하고 강력한 주행 성능을 보여줬다. 특히, 배터리가 차량 중앙에 낮게 배치돼 스포티한 주행과 정확한 핸들링, 탁월한 안전성이 느껴졌다.

e트론은 최고 출력 360마력, 57.2kg.m(부스트 모드 시 67.7kg.m)의 최대 토크를 발휘한다. 최고속도는 200km/h(안전제한속도),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6초(부스트 모드 5.7초)다.

소소한 감동도 있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탄력주행을 사용할 때 앞차의 속도에 맞춰 알아서 속도를 낮춰줬다. 이 기능은 따로 어댑티드크루즈컨트롤 기능을 사용하지 않아도 실행된다.

궁금해졌다. 앞차가 완전히 멈춰서는 경우에는 어떤 반응을 하는지 직접 테스트해봤다. 하지만 e트론이 반응하기도 전에 기자가 먼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고 결국 실패했다.

아우디 관계자는 "운전자가 반응을 조금이라도 하게 되면 의도가 있다고 판단해 정차를 하지 않는다"며 "주행 실험에서도 마찬가지로 안대를 낀 채로 운전할 때만 완전 정차에 성공했다"고 이유를 알렸다. 완전 정차할 경우에는 자동으로 오토홀드가 작동되는데, 따로 해제하는 방법이 없는 이유는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아우디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 밖에도 e트론에 기본으로 장착된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은 속도와 주행 스타일에 따라 자동으로 차체 높이가 최대 76mm까지 조절된다.

e트론에 적용된 기어레버. 앞뒤 슬라이딩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다. D단에서 한 번 더 뒤로 누르면 부스터 모드가 작동된다. [사진=윤진웅 기자]

◇ 시선 강탈 ‘버츄얼 사이드 미러’ 3분이면 적응 OK


아우디는 e트론을 통해 전기차 시대를 위한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제시했다. 차량 전면부의 수직 스트럿이 들어간 8각형 싱글프레임 프론트 그릴은 플래티넘 그레이 색상과 널찍한 디자인으로 순수 전기 모델의 디자인 특징을 살렸다.

아울러, 배터리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표시해주는 도어 실과 블랙 인레이, 배기 파이프가 없는 디퓨저 등 전기화의 시각화를 통해 순수 전기 SUV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특히, 헤드라이트에서 후미등까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숄더 라인, 크롬 윈도우 몰딩, 파노라믹 선루프, 긴 루프 스포일러와 넓은 디퓨저가 돋보이는 후미는 e트론의 스포티한 느낌을 최대로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내에서는 진취적인 우아함과 아우디만의 고품격 감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앰비언트 라이트, 블랙 헤드라이닝, 나파가죽 패키지 등의 조화가 근사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여기에 시프트 패들이 적용된 더블 스포크 다기능 가죽 스티어링 휠, 앞좌석 전동 및 메모리 시트와 통풍 시트, 요추지지대 등을 통해 편안한 주행 환경을 선사한다.

세계 최초 양산차 모델에 적용한 버츄얼 사이드 미러는 e트론의 가장 큰 특징이다. 공기역학적 효율을 높여주는가 하면 미래 지향적인 느낌을 증폭시켜 시선을 빼았는다. 또, 기존 외부 미러 대비 자동차 전폭을 15cm가량 줄이는 효과도 있다. 이를 통해 e트론은 SUV 세그먼트 최고 수준인 0.27 항력 계수를 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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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츄얼 사이드 미러 속 렌즈가 보인다. [사진=윤진웅 기자]
운전석에 적용된 버츄얼 사이드 미러. [사진=윤진웅 기자]

이뿐 아니라 버츄얼 사이드 미러는 기존 외부 미러보다 높은 시인성을 자랑한다. 버츄얼 사이드 미러에는 선이 하나 표기되는데, 이는 외부 환경을 조금 더 확대했다는 의미다.

적응도 오래 걸리지 않는다. 몇 번 외부 미러가 있는 곳에 시선을 던지다 보면 어느새 버츄얼 사이드 미러의 위치에 익숙해진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특이성 탓에 가격이 비싼 것으로 오해를 사지만, 센서 등이 내장된 일반 사이드 미러에 비해 오히려 저렴하다고 아우디 관계자는 귀띔했다.

e트론의 가격은 1억1700만원이다.

e트론 운전석 내부. [사진=윤진웅 기자]
e트론 전면. [사진=윤진웅 기자]
e트론 측면. [사진=윤진웅 기자]
e트론 후면. [사진=윤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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