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윤진웅 기자] 전기차는 아직 미완이라고 생각했다. 하이브리드까지는 괜찮아도 전기차는 시기상조라고 여겨왔다. 친환경차라는 점에선 한치의 의심도 없지만, 그래도 성능에 있어서는 디젤과 가솔린 차량을 따라가기엔 멀었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더뉴EQC를 시승하곤 생각이 뒤집혔다. 운전하는 내내 주행 성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예상보다 더 빨리 디젤과 가솔린의 시대가 종말을 맞이할 수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더 뉴 EQC. [사진=벤츠코리아]
더 뉴 EQC. [사진=벤츠코리아]

지난 6~7일 양일간 더뉴EQC를 시승했다. 1박 2일이었지만, 데일리카로 이용하며 최대한 일상을 공유했다. 출퇴근과 미팅은 물론 한적한 곳에서 즐기는 음악감상까지 EQC와 교감을 나눴다.

전기차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엔 조금 불안했다. 자동차가 아닌 전자기기라는 생각이 앞서며 갑자기 고장이 발생하는 우발상황을 염려했다. 전기차 충전소를 이용한 경험이 전무후무하다는 것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 중 하나로 작용했다.

이런 저런 생각에 긴장한 탓인지 어리바리함의 연속이었다. 처음엔 시동이 제대로 켜진지도 몰라 엔진스타트 버튼을 여러 번 반복해 눌렀다. 디스플레이에 버젓이 상태메시지가 '준비(Ready)'로 나오는데도 말이다. "가솔린과 디젤 엔진 시동에 익숙해져서일 거야"라고 애써 위로했다.

가까스로 시동을 걸고 차를 움직였다. 닌자처럼 조용한 시동에 적응할 찰나, 별안간 두 번째 이질감이 찾아왔다. 마치 바퀴가 없는 듯한 느낌이었다. 배를 타고 물 위를 떠가는 느낌과 흡사하다. 자기부상열차를 타보지는 않았지만,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정숙성도 이 같은 주행감에 한몫을 더했다. 자동차의 이른바 3대 소음인 '엔진음' '풍절음' '노면소음' 중 엔진소음 하나가 제거되자 부드러움이 극대화됐다. 약간 과장하면 도로 위에 모든 차가 바퀴로 굴러가는데, 내 차만 공중에 떠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이어지는 세 번째 이질감은 바로 '속도감'이었다. 상당한 고속임에도 속도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앞서 말한 정숙성과 주행감이 이번엔 속도감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 탓(?)에 얼마 정도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 계기판을 계속 확인하며 달렸다. 속도위반 카메라 경고를 듣지 못해 급브레이크를 밟은 횟수가 부지기수였다. 벤츠코리아의 과속 딱지에 대한 청구 요청이 예상된다. 각오는 돼 있다.

EQC는 차량의 전력 소비를 줄이고 역동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앞 차축과 뒤 차축의 전기 구동장치가 각각 다른 특성을 가지도록 설계됐는데, 두 개의 모터가 어우러지며 최고 출력 408마력, 최대 토크 78.0 kg.m를 발휘한다. 시속 0에서 100km까지 5.1초면 도달한다.

일반 컴포트(Comfort) 모드로 주행해도 시원하게 달려나간다. 과속페달을 끝까지 힘껏 밟으면 몸이 뒤로 튕겨져나가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미끄러지는 듯한 주행감과 어우러지며 마치 초고속 웨이크보드를 타는 기분이다. 스포츠 모드는 말할 것도 없다.

드라이빙 모드는 안락한 주행을 돕는 ‘컴포트(COMFORT)’, 높은 효율과 낮은 배터리 소모에 중점을 둔 '에코(ECO)’, 최상의 반응성에 중점을 둔 ‘스포츠(SPORT)’, 개별 설정 주행을 지원하는 ‘인디비쥬얼’(INDIVIDUAL)’로 구성됐다.

더 뉴 EQC. [사진=윤진웅 기자]
더 뉴 EQC. [사진=윤진웅 기자]
더 뉴 EQC. [사진=윤진웅 기자]

지인을 태웠다. 졸지에 시승체험을 하게 된 지인은 최근 직장 동료의 전기차를 타봤다고 알렸다. 정확한 모델명은 모르지만, 현대자동차에서 만든 전기차라고 했다. 코나 혹은 넥쏘일 가능성이 높다.

비교를 부탁하자 지인은 간단하게 답했다. "전에 탔던 전기차는 뭔가 콕콕콕(분명 콕콕콕이라고 표현했다.)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멀미가 살짝 났었는데, 이건 그런 느낌이 없다"고 했다. 회생제동을 말하는 듯했다. 실제로 EQC는 회생제동을 느끼기 거의 어렵다.

EQC는 운전자가 스스로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4단계의 에너지 회생 모드와 각기 다른 주행 특성을 느낄 수 있는 4가지의 주행 모드를 지원한다. 에너지 회생 수준은 스티어링 휠 뒤에 위치한 패들을 이용해 총 네 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단계에 따라 글라이딩 모드부터 싱글 페달 드라이빙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옥의 티는 있다. 기본으로 제공하는 내비게이션이 문제다. 양자택일을 요하는 길이 나오거나 과속 카메라가 있을 때 너무 갑작스럽게 알려준다. 사실 알려줬다기보다 놀라게 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어이쿠'를 남발하며 핸들을 꺾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급브레이크를 밟고 또 밟았다.

원하는 목적지가 없는 경우도 허다했지만, 꿋꿋하게 기본 내비게이션을 썼다. 시승하는 1박 2일동안 스스로 지켜야 할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한 계획이었다. 그동안 수입차의 내비가 불편하다는 지적은 많이 해왔지만, 직접 적응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써봐야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길을 세 번 정도 잘못 들었고, 과속카메라 찍힘 여부에 대한 걱정을 다섯 번 넘게 했다. 차량을 반납하러 가는 길에서까지 유턴 구간을 놓쳐 멀리 P턴하는 지경에 이르니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핸드폰 배터리가 꺼지면서 포기 선언도 할 수 없게 됐다. 기본 내비게이션 개선은 무릎을 꿇고라도 부탁하고 싶다.

내비게이션을 통해 공적마스크 판매처와 현황을 확인할 수 있어 유용하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의 전폭적인 개선은 꼭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사진=윤진웅 기자]

주간 주행을 방해하는 의외의 복병도 있었다. 대쉬보드에 적용된 도트 디자인 스피커가 그렇다. 해가 떠있는 한 지속해서 도트디자인이 전면 유리에 비춰지며 시야를 방해한다. 각도에 따라서는 앞차 보다 도트디자인이 진하게 보일 때도 있다. 그렇다고 스피커를 가릴 수는 없으니 전면 유리에 어떤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대쉬보드에 탑재된 도트 디자인의 스피커가 전면 유리에 반사되며 시야를 가린다. [사진=윤진웅 기자]

또, 선루프 아래 덮개에 통풍구(?)가 있는데, 그 사이로 햇볕이 내리쬔다. 따로 통풍구를 조절해 막을 수도 없다. 당최 어떤 기능이 있는지 알 길이 없는 상태로 시트를 조정해 햇빛을 피했다. 전면 유리와 천정에서 햇빛이 동시에 공격(?)하니 허벅지 인근이 상대적으로 너무 뜨거웠는데, 통풍시트까지 없어 엉덩이 쪽에 땀이 찼다. '초여름엔 어떡하나'라는 걱정이 들었다.

선루프 덮개에 기능을 알 수 없는 통풍구가 달렸다. 햇빛 완전 차단이 불가하다. [사진=윤진웅 기자]

문제는 여름철 에어컨 사용에 따른 배터리 소모인데, 이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1박 2일간 에어컨을 최대로 틀고 다니며 중장거리와 시내주행을 포함 약 200km를 운전했음에도 주행가능거리가 76km로 표시됐다. 여기에 스포츠모드를 중간마다 사용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수치다. 차량 시동을 건 채 한적한 곳에서 여유를 즐기기도 했는데도 이 정도다. 결국, 끝까지 전기를 다 쓰고 충전을 해봐야겠다는 목표도 이루지 못했다.

EQC에 탑재된 배터리는 80kWh 리튬 이온 배터리로, 한번 충전에 309km 이상 주행할 수 있다. 최신 리튬 이온 배터리와 더불어 7.4kW 용량의 온보드 차저(onboard charger)가 탑재돼 가정과 공공 충전소에서 완속(AC) 충전이 가능하다.

급속 충전 시 최대 110kW의 출력으로 약 40분 이내에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월박스(Mercedes-Benz Wallbox) 이용 시 가정용 220볼트 소켓보다 약 3배 빠른 속도로 충전할 수 있다.

주행 외에도 에어컨, 라디오 등을 계속해서 사용했는데도 약 200km를 주행하고도 76km를 더 갈 수 있다고 표시됐다. [사진=윤진웅 기자]

EQC에 탑재된 주행보조 시스템은 출발까지 지원한다. 보통 앞차와 간격 유지, 속도 조절, 제동까지는 지원해도 앞차 출발 시 자동으로 출발하는 차량은 많지 않다. 꽉 막힌 도로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특히, 리밋 기능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유용했다. 30km로 리밋을 설정하고 액셀을 밟으면 가속페달을 의도적으로 꾹 밟지 않는 이상 속도가 유지된다. 민식이법 적용을 걱정하는 운전자들이 스쿨존 진입 시 사용하면 좋을 기능이다. 아울러, EQC에 탑재된 액티브 브레이크 어시스트는 차량과 사람뿐 아니라 자전거까지 인식해 위험을 알려준다.

더 뉴 EQC 실내.
더 뉴 EQC 실내.

자칫 단순해 보이는 실내 디자인도 '전기차'라는 점에서 오히려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둔갑했다. 벤츠의 전통적인 디자인인 운전자 중심 비대칭형 설계도 새롭게 느껴졌다. 차량 대부분 기능을 디스플레이를 이용해 사용하는 점도 불편함이 아닌 미래차 감성으로 느껴졌다. '감성터치'의 승리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특히, 열쇠 형태의 로즈 골드 컬러 루브르가 적용된 하이테크, 하이그로시 카세트 하우징의 평면형 송풍구는 EQ만의 새로운 디자인 언어로, EQC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벤츠 EQC 400 4MATIC의 가격은 부가세 포함 1억360만원이다. 메르세데스벤츠 파이낸셜 서비스의 금융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월 79만9000원으로 소유할 수 있다.

전기차를 타며 친환경에 일조하는 색다른 느낌을 즐기고 싶다면 꼭 한번 시승해보길 권장한다.

더 뉴 EQ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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