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윤진웅 기자] 오래도 기다렸다.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출시돼야 했던 제네시스 GV80이 올해가 돼서야 국내 자동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출시 지연으로 인해 결함 논란 등 온갖 추측이 난무하기도 했다. 최초의 국산 프리미엄 SUV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았던 영향도 있겠지만, 제네시스가 만드는 SUV에 대한 소비자들의 궁금증이 더 컸다는 해석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다린 보람 있다. 세련된 외관과 고급스러운 실내 그리고 터프한 주행 성능까지. 이만하면 국산 프리미엄 SUV 타이틀이 아깝지 않다.

지난 15일 GV80을 직접 몰아봤다. 일산 킨텍스에서 출발해 인천 송도 경원재 앰버서더 호텔까지 왕복 120km 코스 중 돌아오는 경로 약 60km를 운전했다.

시승에 앞서 기자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형형색색의 외장 색상이었다. GV80은 총 11가지의 외관 컬러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특히, 무광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무광 중에서도 브런즈윅 그린 모델이 인상적이었다. 자칫 촌스러울 수 있는 녹색이지만, 브런즈윅 그린 모델은 유니크한 고급스러움이 느껴진다.

실컷 내외관을 구경한 뒤 본격적으로 시승을 시작했다. 인천행 코스는 동료 기자가 운전대를 잡았고, 본 기자는 2열에 앉아 승차감에 집중했다.

먼저, 고속에서 느껴지는 안정성이 상당한 수준이다. 체감 속도는 실제 속도 보다 딱 반절 정도로 느껴졌다. 차선을 빠르게 변경해도 기존 SUV에서 느꼈던 불안한 쏠림 현상이 덜했다. "안정성 대박"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이 같은 GV80의 안정성은 첨단기술에서 비롯된 혜택 중 하나이다. GV80은 국산차 최초로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Electronically Controlled Suspension with Road Preview)'이 적용됐다. 이는 주행 중 노면 상태를 전방 카메라로 미리 읽어 승차감을 조절하는 기능이다.

첨단기술의 혜택은 또 있었다. 달리는 동안 소음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내려서야 깨달았다. 세계 최초로 ‘능동형 노면소음 저감기술(RANC)’을 적용한 GV80은 뛰어난 정숙성을 자랑한다. '노이즈 캔슬링'이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소음을 줄이는 음파를 통해 소음이 안 들리는 것처럼 만들어 준다.

기자가 운전할 차례가 돌아왔다. 2열에서 느꼈던 안정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자 가속페달을 깊게 밟았다. 안정성은 2열보다 운전석이 더 뛰어나다. 속도가 올라가는 정도에 따라 시트 양옆이 자동으로 조여지며, 운전자의 몸을 단단히 고정시켜 준다. 보호를 받는 듯한 느낌이다.

후륜구동 기반인 GV80은 직렬 6기통 디젤엔진이 장착됐다. 가솔린 모델은 차후 출시 예정이다. 최고 출력은 278마력, 최대토크 60.0kgf·m로 복합 연비(2WD·19인치 타이어 기준)는 11.8㎞/ℓ이다. 단, 사륜구동과 22인치 타이어를 장착하면 10.6㎞/ℓ로 소폭 하락한다.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가솔린이 나중에 출시된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가솔린 모델이라고 착각했을 수 있겠다. 이중접합 차음유리가 소음을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겠지만, 시승 차량이 새 차라는 사실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성능은 대체로 만족스럽다. GV80은 레이더가 총 5개나 장착됐다. 옆 차선에서 갑자기 끼어드는 차량을 인식해 속도를 줄이는 센스를 발휘한다.

다만, 방향 지시등 조작으로 차선을 변경하기가 쉽지 않다. 여러 시도에도 작동조건을 충족하지 않아 차선을 바꾸지 못했다. 옆 차선 전후방 100m에 차량이 없는 경우에 이 기능이 발휘된다고 제네시스는 설명했지만, 결국 도착할 때까지 변경은 실패했다.

GV80의 가격은 6580만~8970만원이다. 수입차와 비교해 가격이 비싸다는 일부 의견이 있지만, 제네시스 브랜드의 가치와 다양한 첨단 장치들을 따져보면 터무니없는 가격은 아니다. 흥행 요소는 차고 넘친다.

실제로 GV80은 출시 첫날 1만5000여대가 계약됐다. 연간 국내 판매 목표가 2만4000여대인데 그 중 절반이 계약된 것. 앞으로 GV80의 활약에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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