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판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사람의 변(辯).음식의 맛은 식재료의 신선함, 적절한 간, 그리고 불조절이 완벽하게 밸런스를 이뤘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특히 소고기는 높은 온도에서 조리할 때 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면서도,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육즙이 펑 터질 수 있도록 육즙을 가두면서 조리하는 스킬이 필요한 재료다. 아무리 높은 등급의 고기라도 오버쿡으로 굽거나, 육즙을 가두는 데 실패했다거나, 숙성과 전처리를 소홀히 해 고기 본연의 육향이 약하다거나 하는 조건을 만나면 아쉬운 한 끼 식사가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불판 앞에서 집
2010년대 중반부터 스시조, 아리아께, 스시코우지, 코지마 등을 필두로 고급 식문화를 선도하던 스시 오마카세. 전식, 스시, 후식 등 모든 메뉴 구성이 셰프의 판단에 따라 제공되는 ‘오마카세’라는 식문화는 ‘한우 오마카세’, ‘돼마카세’, ‘이모카세’ 등 다양한 변주를 만들어내며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미식 수준이 점차 높아지면서 최근 한국은 스시 오마카세 붐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업장이 생겨나고 있다. 기존 업장에서 독립해 자신만의 요리를 선보이는 셰프도 있고, 판초밥을 운영하며 쌓은 경험과 기술을 살려 오마카세로의
지겹게 평범한 일상 속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졌던 ‘나의 해방일지’가 끝났다. “날 추앙해요”라는 독특한 명대사도 남겼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평범한 일상을 딛고 모두들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방이 되었고, 한 발짝씩 앞으로 걸음을 내딛는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편의점 갔을 때 내가 문 열어주면 ‘고맙습니다’하는 학생 때문에 7초 설레고, 아침에 눈 떴을 때, ‘오늘 토요일이지?’ 생각하면 10초 설레고, 그렇게 하루 5분씩만 채워서 죽을 만큼 힘든 삶에 숨통을 틔우라는 염미정의 대사를 복기하며. 지겨운 삶을 멈추고
우리나라에서 일식의 장인하면 보통 스시를 쥐고 있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사실 일본에서 한 수위의 레벨로 여기는 것이 바로 튀김이다. 일본에서는 튀김도 종류를 세분화해 두었는데, 가장 고급으로 여겨지는 ‘덴푸라’는 재료에 물과 밀가루, 계란을 사용한 반죽 옷을 입혀 튀기는 것을 말한다. 얇은 반죽 속 식재료 자체의 수분을 이용해 튀겨내어 향과 맛을 살려내는 방식으로 재료마다 튀기는 방식과 온도가 달라 고급 스킬을 요한다. 1인당 80만 원에 육박하는 오마카세 업장도 있을 정도.재료를 꼬치에 꽂은 뒤 밀가루와 계란, 물을 섞은 반죽을 입
한 집에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 나눈다는 의미를 담아 우리는 가족을 식구(食口)라고 부른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그 시간을 공유하며 하나의 의미 있는 매개체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과는 차곡차곡 시간이 쌓여가는 만큼 친밀함의 깊이도 깊어진다. 때문에 밥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끼니 그 이상의 사회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그런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 눈에 띈다. “혼밥 하지 않겠다”이는 식사를 함께 하며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 앉아 교류하고 소통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최애
1990년대의 홍콩 영화가 주는 특유의 감성이 있다. 사랑과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탐미적이면서도 감각적으로 연출해냈는데, 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와서 봐도 빛바랜 컬러 필터가 낀 듯한 레트로 한 감성이 유치하지 않고 세련돼 보인다.이러한 홍콩의 감성은 레트로 열풍이 불고 있는 현재 흡사 레트로의 교본과도 같아 보인다. 키치하면서도 몽환적인 감성, 고독이 느껴지는 빛바랜 색감, 시대를 어우르는 모던한 아이콘까지. 요즘 중식 레스토랑은 단순히 ‘짜장면’을 파는 가게가 아닌, 이러한 감성을 그대로 녹여내 영화 속 한 장면에 들어온 듯
구찌에서 버거 먹기, 에르메스에서 애프터눈 티 즐기기, 루비이통에서 디너와 샴페인으로 플렉스까지. 세계적 명성의 명품 패션 브랜드들이 속속 한국의 F&B 시장에 뛰어들며 일탈 아닌 일탈을 선포하고 있다. 이전부터 F&B 분야에 진출해있던 에르메스, 디올 뿐만 아니라 최근 구찌, 루이비통, 브라이틀링, IWC 등이 최근 매장을 오픈했다. 또 뉴욕, 홍콩, 도쿄에 있는 랄프로렌의 카페도 서울 입점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패션 브랜드의 요식업 진출은 브랜드의 팬덤과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일종의 마케팅 차원인데, 이미 뉴욕, 홍콩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 그림 속에 들어온 듯, 서울에서도 프랑스의 노천 카페 문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만리재길. 2017년 서울역 고가도로 아래 ‘서울로’가 생기면서 점차 상권이 활성화되기 시작했는데, 특히 서울역 서부 방향으로 나와 중림동 방향으로 조금 걸으면 ‘만리재길’이라고 불리는 핫플레이스가 있다.좁은 도로를 사이로 한쪽은 맛집과 카페, 한쪽은 푸릇한 산책로가 있으며 옥외 영업이 가능해 거의 대부분의 맛집이 가게 앞 테이블과 의자를 비치해두고 오가는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다. 따뜻한 조도로 길을 밝히는 조명과 멋진 외
굽이치는 파도와 시원한 바람이 가슴을 탁 트이게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섬 제주. 최근 한 여행사가 공개한 5월 국내 예약 현황에서 서귀포와 제주가 각각 예약 1위와 2위를 차지할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의 제주 사랑은 여전하다. 오랜 거리 두기로 인한 억눌려왔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듯 증가하며 제주 주요 호텔과 맛집 예약이 마감되고 있어 여행을 계획한다면 조금이라도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할 정도.천혜의 자연을 품고 있는 제주는 신선한 해산물과 육류가 풍부하고, 보말이나 성게를 넣은 미역국, 돔베 고기, 멜젓, 된장 베이스의 물회 등 이곳에
아침 식사인 Breakfast와 점심 식사인 Lunch를 합성해 만든 단어인 브런치(Brunch). 우리말로 하면 아침 겸 점심을 줄여 ‘아점’으로 표현할 수 있겠으나 떠오르는 이미지는 사뭇 다르게 느껴진다. ‘섹스 앤 더 시티’에 나오는 성공한 골드 미스들이 모여 담소와 함께 식사를 즐기는 럭셔리하고 사교적인 활동을 보고 자란 세대에게, 브런치는 그런 것이었다.빵 하나를 먹어도 완벽한 플레이팅을 원하는 MZ세대의 요구와 인스타그램 플랫폼의 붐이 만나 요즘 ‘핫플’이라고 부르는 동네에서는 브런치 카페 없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
해는 점차 길어지고 살랑이는 공기가 깜짝 놀랄 만큼 따뜻해진 요즘, 봄꽃이 만발하며 도시가 부드러운 꽃의 색깔로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로맨틱한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요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은 사랑의 계절 봄을 닮은 공간이다.한식과 프렌치, 이탈리안, 일식의 틀에 갇히지 않고 셰프가 추구하는 방향에 맞춰 컨템포러리하게 풀어내는 요리 기술과 한국의 신선한 제철 식재료가 만나 만드는 디쉬는 한 그릇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보는 재미까지 더해주는 퍼포먼스와 함께 와인, 전통주 등으로 페어링을
잘못한 사람을 꾸짖는다는 의미인 ‘혼쭐’과 ‘돈’을 합성한 ‘돈쭐’이라는 신조어가 유행이다. 정의로운 일을 하거나 타의 귀감이 된 가게의 상품을 소비해서 ‘돈으로 혼쭐을 내주다’라는 뜻. 선한 영향력을 보인 몇 가게들이 매체에 보도되며 돈쭐이 나는 일이 생기면서, ‘돈쭐’을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이 생기는가 하면 제주에서는 매월 일정한 금액을 어려운 이웃에 후원하는 착한 가게 ‘돈쭐내기 프로젝트’도 추진된다.이미 유명해진 몇 곳의 가게 이외에도 우리네 주변에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는 가게들이 많이 있다.
정열의 나라로 유명한 스페인은 하루 5끼를 먹는 미식의 나라로도 알려져 있다. 매일 아침 일찍 커피에 빵을 곁들이는 데사유노(Desayuno), 오전 11시쯤 간단한 샌드위치를 먹는 알무에르소(Almuerzo), 오후 2시경 가장 푸짐하게 먹는 진짜 점심인 코미다(Comida), 스페인의 낮잠 문화인 시에스타를 즐긴 후 일어나서 간단한 과일이나 샌드위치, 달달한 간식을 먹는 메리엔다(Merienda), 저녁 9시쯤 일상을 정리하고 맥주나 와인과 함께 타파스를 즐기는 진짜 저녁식사인 세나(Cena)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특히 점심인
해외 여행을 가기 어려운 요즘, 서울에서 이국의 정취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골목이 있다. 삼각지역에서 신용산역 사이 한강로 2가 골목은 최근 몇 년새 핫한 맛집들이 속속 자리를 채우고 있는데, 특히 현지의 감성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매장들은 마치 외국 여행을 온 것 같은 착각까지 일게 만든다.원래 이곳은 대구탕 골목을 시작으로 서민들의 한 끼 식사와 저녁시간 소주 한 잔 반주하기 좋은 오래된 노포들이 자리를 채우고 있는 곳이다. 저녁이면 양복을 차려 입은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하루의 회포를 푸는 수다 소리가 골목을 채웠다.
좋은 식재료로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준비해야 하는 슬로푸드. 그 중에서도 소고기를 얇게 썰어 밑간을 한 뒤 각종 야채들을 넣고 육수를 부어 먹는 전골 중 하나인 ‘어복쟁반’은 요즘 같은 쌀쌀한 날씨에 즐기기 더할 나위 없는 음식이다. 어복쟁반은 평양의 향토 음식으로 냄비 보다는 얕은 쟁반 스타일의 큰 놋그릇에 담아 여럿이 나누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이북 음식 답게 슴슴한 간의 고기와 야채를 초간장에 찍어 먹다 국물이 졸아들면 국수 사리를 넣어 먹기도 한다. 평양 상인들이 흥정을 하는 와중 이 어복쟁반을 앞에 두고 함께 먹으면서
서울 동대문에서부터 낙산으로 이어지는 성곽길을 따라 만날 수 있는 창신동. 종로구의 동쪽 끝에 해당하며 북쪽으로는 삼선동, 남쪽으로는 신당동에 접하고 있다. 오래된 주택들과 골목이 모여 사람 사는 냄새를 풍기지만 특유의 가파른 언덕 지형이 더해져 순간 서울 한복판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독특한 이곳만의 감성이 있다. 낙타의 등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낙산공원’은 언덕을 따라 굽이굽이 쌓인 성곽길이 운치 있는 곳이다. 봄에는 성곽길을 따라 꽃으로, 가을엔 단풍이, 겨울엔 쓸쓸한 온도가 깃들어 이것 또한 매력이 있다. 창신동은
남쪽으로는 속초를 접하고 북쪽으로는 휴전선을 경계로 북한 고성군과 접하고 있는 강원도 고성. 비교적 한적하고 높은 건물이 없는 덕에 하늘과 산과 바다의 경치를 모두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설악산 울산바위와 금강산 신선봉, 푸른 빛깔의 동해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금강산 화암사 숲길을 시작으로 관광지도 왕왕 있는 편. 금강산 비로봉과 해금강을 바라볼 수 있는 통일전망대와 DMZ박물관, 물이 맑고 깨끗한 봉포 해수욕장, 초생달 모양의 해안선을 따라 백사장이 펼쳐진 천진해수욕장, 드넓은 보라색 라벤더 꽃의 물결을 감상할 수 있는 라
◇고기에 진심 델리카트슨 샌드위치, 강남역 ‘위트앤미트’입구부터 마치 미국에 온 듯한 캐주얼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곳. 시원한 오픈형 주방에서는 직접 빵을 굽고, 미국식 샌드위치를 쉴 새 없이 만들고 있다. 사워도우 브레드에 파스트라미, 양파잼, 바질 양배추 피클과 특제소스, 아메리칸 치즈와 머스터드를 넣은 ‘파스트라미 퀸즈’가 대표 메뉴다. 촉촉한 고기와 녹진한 치즈, 은은한 단맛의 양파잼이 어우러져 진한 미국식 샌드위치 본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더 포르게타’는 부드러운 빵과 돼지고기 삼겹살이 어우러져 부드러우면서 짭조름하고
맛집으로 가득한 세상 속, 꾸준하게 맛을 탐닉하고 안내해 주는 식도락가들이 있다. 1세대라 할 수 있는 ‘식객’의 허영만 화백,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셰프 박찬일 등이 그러하다. 이들은 주로 신문에 칼럼을 싣거나 책을 내는 등 직접 맛볼 수 없는 음식을 글로써 생생하게 전달했다. 쉬는 날이면 이번 주말엔 어디로 먹방 여행을 떠날지 포스트잇을 붙여 가며 메모하곤 했다.요즘은 인스타그램을 타고 푸드 인플루언서들이 활발하게 활동한다. 몇 마디 말 대신 정사각의 사진 한 장으로 수백수천의 ‘좋아요’를 기록하며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다.재
서울시청에서 동대문 역사 공원에 이르는 서울의 대표적인 상업 지구 을지로. 과거 구리개, 황금정 등의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였으나 1946년 을지문덕의 성을 따라 지금의 ‘을지로’라는 이름으로 명명되었다. 과거 약방이 발달하고 행정 기관이 들어서는 등 번영하였으나 6.25 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후, 서울이 다시금 활발하게 재건되자 전국의 건축 자재상들이 모여들었다. 군수물자를 만들던 청계천 공구 상가와 더불어 철물, 페인트, 도배 상가 등이 모인 이곳은 건축 붐을 타고 호황을 누렸다.또 골목을 지날 때마다 잉크 냄새가 꼬리처럼 따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