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7세대 팬텀 시리즈2. [사진=롤스로이스코리아]

[이뉴스투데이 조채원 기자] 롤스로이스 자동차 한 대를 만들려면 최고급 스칸디나비아 산 소 18마리와 이를 손바느질하는 전문가 40명이 필요하다. 110년이 넘는 역사에도 여전히 수작업을 고집할 만큼 공정이 까다롭고 자부심 또한 강하다.

◇113년 역사의 영국 왕실 의전차

롤스로이스는 평균 자산 3000만달러 이상의 자산가에게만 판매되기로 유명하다. 개별 주문과 수작업으로 소량 생산해 자산은 물론이고 소유주의 명망까지도 고려한다. 그래서 엘비스 프레슬리, 아이젠하워 장군이 주문 제작을 거절 당한 일화도 있을 정도다.

롤스로이스는 찰스 롤스(Charles Rolls)와 가프레더릭 헨리 로이스(Frederick Henry Royce)가 합작해 만든 브랜드다.

롤스로이스의 창립자 찰스 스튜어트 롤스. [사진=롤스로이스코리아]
롤스로이스의 창립자 찰스 스튜어트 롤스. [사진=롤스로이스코리아]

찰스 롤스는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인 이튼 스쿨과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한 후 런던에 위치한 차동차 판매점 겸 정비소인 C.S. 롤스앤코(C.S. Rolls&Co.)를 운영했다.

헨리 로이스는 가난한 제분업자의 아들로 태어나 신문 판매원, 우체국 사환, 견습공 등을 거쳐 전구용 필라멘트를 만드는 회사를 운영, 엔지니어로 일했다.

롤스로이스의 창립자 헨리 로이스. [사진=롤스로이스코리아]
롤스로이스의 창립자 헨리 로이스. [사진=롤스로이스코리아]

성장 배경이 판이하게 달랐던 두 사람은 1800년대 말 자동차 업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다.

1904년 5월 4일, 자신이 판매할 차를 찾고 있던 찰스 롤스는 C.S. 롤스앤코의 파트너였던 클로드 존슨과 로이스(Royce Ltd)의 이사 헨리 에드먼즈의 제안에 따라 미드랜드 호텔에서 헨리 로이스를 만나기로 하고 맨체스터로 향한다.

찰스 롤스는 이날 직접 테스트한 2기통 10마력 엔진을 장착한 로이스의 차에 깊은 인상을 받았고, “오늘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엔지니어를 만났다”는 말을 남기고 맨체스터를 떠났다. 결국 찰스 롤스는 헨리 로이스가 제작하는 모든 자동차를 본인이 판매하기로 합의했다.

2기통 10마력 헨리 로이스의 차(1904). [사진=롤스로이스코리아]
2기통 10마력 헨리 로이스의 차(1904). [사진=롤스로이스코리아]

1906년 찰스 롤스와 헨리 로이스는 각각의 성을 붙여 ‘롤스로이스’라 브랜드 명을 정하고 롤스로이스를 설립한다. 브랜드 로고는 성의 첫 번째 글자인 R을 서로 겹쳐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롤스로이스 고유의 라디에이터 형태도 이때 고안됐다.

롤스로이스의 라디에이터 그릴은 로마 판테온 신전을 본떴으며 플라잉 레이디(Flying Lady)로 알려진 마스코트 '스피릿 오브 엑스터시(Spirit of Ecstasy)'가 장착된 것도 이때부터다.

브랜드 설립 1년 후인 1907년 첫 차 ‘실버 고스트(Silver Ghost)’를 출시한다. 실버 고스트로 롤스로이스의 명성이 한창 높아가던 1910년 모험심이 많았던 롤스가 갑작스런 비행기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러나 로이스는 계속해서 디자인 작업을 이어나가 더비와 크루에 공장을 설립, 롤스로이스 비즈니스를 점차 확장해 갔다. 이후 롤스로이스는 실버 고스트 이후 팬텀 시리즈를 선보이며 전통을 이어나갔다.

롤스로이스 실버 고스트(1907~1925). ​ [사진=롤스로이스코리아]​
롤스로이스 실버 고스트(1907~1925). ​ [사진=롤스로이스코리아]​

1930년 자동차 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로이스는 영국 왕실로부터 준남작 지위를 받게 되고, 1931년에는 경쟁사 벤틀리를 인수한다. 항공 엔진 분야로 점차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해 1973년에는 자동차 부문을 독립된 회사인 롤스로이스모터카(Rolls-Royce Motor Car)로 발족시켰다. 이에 따라 롤스로이스모터카는 빅커스(Vickers PLC)에 합병되었으나, 롤스로이스 이름에 관한 권리는 항공 엔진 회사 롤스로이스 PLC가 계속 유지하게 됐다.

롤스로이스 그룹은 1969년 항공기 엔진 제작에 뛰어들었으나 심각한 자금난을 겪으며 결국 파산했고, 1980년 비커스 항공에 인수됐다. 이후 벤틀리를 인수했으나 다시 재정난을 겪으며 결국 파산했다.

1998년 폭스바겐이 크루에 위치한 자동차 공장과 벤틀리 이름 사용권을 인수했으며, BMW가 롤스로이스 PLC로부터 롤스로이스 자동차 이름에 관한 권리를 획득, 2003년 1월부터 새로운 클래식 카 행사로 유명한 굿우드 공장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BMW는 롤스로이스 상표권을 쓸 수 있는 2003년 1월 1일 0시에 맞춰 1925년에 데뷔해 8세대까지 진화하며 1991년에 단종됐던 롤스로이스의 최고급 모델 '팬텀'을 리모델링해(코드네임 RR01) 출시했다.

롤스로이스 그릴. [사진=롤스로이스코리아]
롤스로이스 그릴과 마스코트. [사진=롤스로이스코리아]

◇대주주의 연인을 모델로 한 마스코트

롤스로이스의 마스코트는 영국 조각가 찰스 사이크스가 롤스로이스 주주였던 존 몬태규의 비서이자 애인이던 엘레노어 손튼을 모델로 만들어졌다. 크롬 재질의 마스코트는 외부 충격 시 경적음과 함께 라디에이터 그릴 안으로 숨겨진다.

몬터규 경은 영국 자동차산업 선구주자들 중 한 사람이었다. ‘카 일러스트레이티드(Car Illustrated)’ 잡지의 창간자이자 편집자였던 몬터규 경은 찰스 사이크스를 일러스트레이터로, 엘리노어 발레스코 손튼을 개인 비서로 고용한다.

1909년 그는 당시 조각가로도 겸업하던 사이크스에게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롤스로이스 실버 고스트를 위한 마스코트를 제작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후 사이크스는 엘리노어를 모델로 작업에 착수, 바람에 날리는 듯한 옷을 입은 젊은 여성을 형상화한 청동 동상을 제작하고 '위스퍼러(The Whisperer)'라고 명명했다. 동상은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있는 형상을 하고 있는데 일부에선 이를 두고 몬터규 경과 그의 비서 엘리노어의 밀접한 관계를 암시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엔진 정숙성을 표현하기 위함이라고 애써 점잖게 해석하려는 이들도 있었다.

'위스퍼러'는 이후 몬터규 경이 소유한 모든 롤스로이스의 장식이 되었다. 이후 다른 롤스로이스 소유주들도 자신만의 장식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당시 롤스로이스 전무이사였던 클로드 존슨은 무분별한 장식품 추가로 인한 브랜드 명성 저하를 막고자 사이크스에게 공식 마스코트 제작을 의뢰한다. 사이크스는 기존에 제작했던 ‘위스퍼러’를 재해석하는 방식을 택했고 이를 통해 현재의 ‘환희의 여신상’이 탄생한다.

실버 고스트 100주년 세레모니. [사진=롤스로이스코리아]
실버 고스트 100주년 세레모니. [사진=롤스로이스코리아]

환희의 여신상의 디자인은 오랜 세월에 걸쳐 진화해왔다. 7인치 높이의 여신상은 현재 3인치로 몸집이 작아졌고 사용되는 소재도 더욱 다양해졌다. 1934년, 사이크스는 스포츠 살롱(Sports Saloon)용 마스코트로 무릎을 굽히고 있는 버전을 제작했고, 이 조각품은 1950년대 실버 레이스와 실버 던을 장식했다.

1970년대 일부 국가에서 안전상의 이유로 엠블럼 장착을 금지하기도 했다. 한 예로, 환희의 여신상 장착 자체를 완전히 금지시켰던 스위스에서는 환희의 여신상을 글러브 박스에 넣어 출시하기도 했다. 롤스로이스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환희의 여신상에 스프링을 장착해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라디에이터 내부로 들어가도록 제작했다.

환희의 여신상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엘리노어는 자신을 닮은 마스코트가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는 광경은 목격하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1915년, 엘리노어와 몬터규 경이 탑승한 P&O 선사의 인도행 SS 페르시아호가 그리스 크레타 섬 근처에서 어뢰를 맞고 침몰했다. 이 사고로 엘리노어는 익사했으며, 함께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었던 몬터규 경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영국으로 귀국, 타임즈에 실린 자신의 부고를 직접 읽게 되는 해프닝까지 겪게 된다.

위스퍼러나 환희의 여신상이 실제 엘리노어를 모델로 제작된 것인지 진위 여부는 알 수 없다. 사이크스가 공개적으로 그녀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지만, 그의 딸 조세핀은 롤스로이스 마스코트 탄생 배경에 대해 “엘리노어는 사랑스러운 분이었고, 마스코트에 관해 떠도는 풍문을 사람들이 좋아한다면 굳이 막을 이유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