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지배구조원 홈페이지 메인 화면.
한국기업지배구조원 홈페이지 메인 화면.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운영하는 '의결권 정보광장'의 모든 서비스가 1년 가까이 멈춰서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가 표방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가 작심 3년만에 활성화 되지 못하고 주식 투자자들과 거리감은 더욱 멀어지는 모습이다.

26일 본지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운영하는 '의결권 정보광장' 시스템을 조사한 결과 3월 31일 업데이트된 '케이티앤지 주주총회' 정보를 끝으로 사실상 폐쇄 상태로 확인됐다.

'주인 없는 경영'을 개선하기 위한 집사 역할(stewardship)을 뜻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0년 영국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제도다. 국내에서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도입한 것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목으로 사용되면서 '지배주주 무시 경영'으로 성격이 변질됐다.

기업지배구조원은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자문을 맡은 연구단체다. 하지만 금융위원장이 원장을 임명하는 단체의 성격상 독립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돼 왔다. 이런 가운데 주주의 의사결정을 돕는 의결권 자문 서비스 마저 중단되면서 껍데기만 남은 '관치 스튜어드십 코드'의 상징으로 전락했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의결권정보서비스 화면. 지난해 3월 31일 이후로는 새로운 정보가 올라오지 않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의결권정보서비스 화면. 지난해 3월 31일 이후로는 새로운 정보가 올라오지 않고 있다.

의결권 정보광장에선 지난해까지 모든 상장사의 '주총 일정 및 세부 내용'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돼 게시됐었다. 동시에 안건별 국내외 연기금의 찬반 여부도 공개해 일반투자자들도 이를 통해 주총 향방을 점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의결권 자문 서비스는 사전 예고나 공지조차 없이 어느날 갑자기 중단됐다. 특히 2021년 주총 관련, 지난 2월 프리뷰 보고서가 발표된 것 빼곤 아무런 정보가 없다시피하다. 프리뷰 보고서 내용도 △여성이사 감사이사 선임 의무 △감사위원 분리선출에 따른 주총환경 변화 등 새로운 정보는 없고 원론적 내용만 담고 있다.

이렇다보니 2017년부터 문재인 정부가 표방해온 스튜어드십코드가 벌써부터 '비밀주의'라는 장벽에 갇힌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부터 해당 서비스는 예산 문제로 어려움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기업지배구조원 한 관계자는 "인턴 연구원이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오는 정보를 찾아 하나하나 입력 하다보니 작업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금투업계에서도 서비스 중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주식 투자자들의 거래비용으로 운영되는 한국거래소로부터 40억~50억원씩 지원받으면서 쥐도 새도 모르게 의결권 서비스를 없앤 것은 문제가 크다"고 지적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위원회 멤버들. 기업지배구조와 기업사회책임 개선사업을 실무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위원회 멤버들. 기업지배구조와 기업사회책임 개선사업을 실무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단체의 폐쇄주의적 행보는 주주행동주의자들의 비난거리가 된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는 "ESG 관련 의사결정 구조를 보면 선진국의 경우 오너, 매니저, 서비스프로바이더가 공존하는 생태계로 구축돼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투자계획을 보면 ESG라고 말하기에 부끄러운 수준이다"고 꼬집었다.

국민연금의 주요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와의 업무 혼선도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일정 지분 이상을 가진 기업들에 대해 주총 전 의결권 행사 방향을 지난해부터 사전에 공지해오고 있다. 하지만 의결권 자문 서비스를 없앰으로써 투자자들이 정보를 취해오던 길목마저 차단돼 깜깜이 의결권 행사가 이뤄질 가능성만 커졌다. 

한편, 기업지배구조원이 상장회사 분석 정보를 제공하면서 받아온 자문료는 기업 한 곳당 1억원 가량으로 파악된다. 연구 용역은 기업지배구조 연구위원회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장하성계 주주행동주의 좌장 역할을 맡은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위원장이다. 주요 멤버로는 경제개혁연구소 소장인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등이 포진하고 있다.

[정정보도문] 추가적인 사실 확인 결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상장회사 등 기업평가에 있어 대상기업 등으로부터 일체의 자문료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비영리 사단법인이고, 상장회사 분석 정보는 고유업무로서 윤리강령 규준 및 이해상충정책에 따라 시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기업지배구조 연구위원회에서 활동중인 김우찬 교수 등 연구위원은 상장회사 분석에 관한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보수를 받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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