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전경.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은행 중심으로 진행해온 ESG채권 발행에 증권사들도 뛰어들면서 ESG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내가 최초' 란 타이틀을 차지하고자 다투는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하는가 하면 이들이 검증받았다는 인증기관들의 기준도 제각각이라 소모전 양상만 보인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까지 국내 ESG채권 발행규모는 32조6366억원에 달한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3월에는 80조원을 넘겨 1월(63조9290억원)과 2월(75조1913억원) 기록을 넘어설 전망이다.

ESG채권은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지속가능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금융상품이다. 종류로는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 등이 있다.

지금까지 ESG채권은 일반 채권보다 비싼 검증 비용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외 됐다. 하지만 ESG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호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동시에 민간의 돈줄을 끌어들이는 효과로 한국형 뉴딜에도 탄력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다만 ESG채권 시장이 아직은 초기 단계라 질 보다 순위 경쟁에 치우친 경향도 있다. 경쟁사들간에 '최초', '최대'라는 수식어를 앞세워 지나친 소모전만 벌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나오는 실정이다.

지난달 16일 '업계 최초' 타이틀을 둘러싸고 벌어진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간 충돌이 대표적 사례다. NH투자증권은 1100억원 규모의 공모 ESG채권 발행을 국내에서 '업계 최초'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이 날 삼성증권 역시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인증받은 사실과 함께 그린1등급 평가를 '업계 최초'로 받았다고 선포했다. 양사간 최초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자 금융 소비자들에겐 혼선으로 다가왔다.

KB증권 역시 경쟁사들이 외면해온 ESG채권을 지난해부터 꾸준히 취급해 왔다. KB증권은 이같은 점을 부각해 적극  홍보에 나서며 물량공세까지  나섰다. KB증권이 이달 초 발행한 4000억원 규모의 회사채에는 3·5년물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까지 붙였다.

정작, 아이러니하게도 증권가 ESG채권 발행 열풍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곳은 증권사보다 회계법인과 신용평가사들 같은 인증기관이다. 투자자들은 채권 발행자금이 친환경과 사회적 이득 창출에만 사용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급격히 불어난 인증비용에 따른 실익은 이들 회계법인과 신용평가사같은 인증기관들이 모두 챙기고 있다. 곰이 재주를 넘고 돈은 되놈이 챙기는 꼴이다.

'지금껏 ESG인증은 회계법인의 독무대였다. 신용평가사들은 지난해 6월 한국신용평가가 인증시장에 뛰어든 이후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순으로 차례차례 인증시장에 뛰어들어 재미를 보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신용평가 인증을 최초로 받았음을 내세우는 것만으로도 인증시장의 위상을 알 수 있다. 특히 그 이면에 감춰진 증권사들의 치열한 경쟁의 단면도 함께 엿볼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은 ESG 관련 소송 리스크의 폭증 가능성에도 노심초사하고 있다. 인증사가 자체적으로 만든 지표가 마치 공신력 있는 외부기관이 만든 환경지표인양 오인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메시지가 잘못 전달될 경우 그에 따른 파장과 함께 법적 소송에 휩쓸릴 가능성도 그만큼 크다.

윤용희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투자자들이 기업에게 ESG 의무 공시 내용 외에도 보다 구체적인 추가정보 공개를 요구할 수 있게 되어있다보니 기업이 ESG관련 소송을 당할 리스크도 그만큼 커졌다"고 말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국제적으로 그린워싱(기업이 표면적으로만 친환경 경영을 표방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행위) 방지 정책을 강화할수록 ESG 등급도 하락해 채권 투자에 치명적 손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니 유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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